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차 이야기를 쓰면서

무설자 2011. 4. 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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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랑
10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나는 사정이 있어서 일찍 기차를 탔다.
피곤한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청했지만
사람이 많아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정차했던 청도역을 지나면서
비어 있던 내 뒷자리에서 이야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와! 벌써 겨울인가? 낙엽이 다 떨어졌네.
근데 낙엽 덮인 길이 너무 예쁘다.
알록달록 무슨 비단 깔아 놓은 것 같아.
밟아 봤으면 좋겠다. 무척 푹신 할 것 같은데."

"저 은행나무 정말 크다.
몇 십 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은행잎 떨어지는 게 꼭 노란 비 같아."

"여긴 포도나무가 참 많네.
저 포도밭은 참 크다.
저 포도들 다 따려면 고생 하겠는데."

"저기 저 강물은 정말 파래.
꼭 물감 풀어 놓은 것처럼.
저 낚시하는 아저씨는 빨간 모자가 참 예쁘네."

"저기 흰 자동차가 가네.
그런데 엄청 작다. 내 힘으로도 밀겠어.
운전하는 사람은 20대 초반 같은데 안경을 썼네.
어! 벌써 지나쳤어."

겨우 잠들기 시작한 나는 짜증이 났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말이 많아?
자기 혼자 다 떠들고 있네.
다른 사람들은 눈 없나?'

잠자기는 틀렸다고 생각한 나는
화장실에 갔다가 얼굴이나 보자며 뒷자리에 앉은
말 많은 그 사람들을 쳐다보는 순간 난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40대 중반 아주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로 손을 꼭 잡고 계셨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일일이
말을 해 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였다.

마치 실제로 보기라도 한다는 듯
입가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 김주철 (새벽편지 가족) -



사랑하는 아내의 눈이 되어준
남편의 사랑...

고귀합니다!

-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언제나 감동입니다.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110426

차 이야기를 쓰면서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글을 쓴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일지도 모를 내용도 없는 글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글 내용에 차에 대한 깊이는 없고 차 마시면서 생기는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알맹이가 없는 글을 쓴 것이 벌써 몇 백 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차생활을 스토리텔링처럼 쓰고 있는 것이지요.

보이차를 마시면서 알아가고 느끼며  만들어지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차에 대한 깊이는 저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 깊이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개인적인 소견에 불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책 한 권으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차에 대한 지식은 이해하는 정도로도 즐겁게 차를 마실 수 있더군요.

그런데 차를 매개체로 펼쳐지는 일상의 행복은 지식으로 얻기가 어렵지요.

차생활의 스토리텔링으로 삶의 행복을 나누는 게 무설자의 차 이야기입니다.

 

차는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앉아서 마셔도 좋습니다.

찻자리에 세 사람이 넘으면 이미 차를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고도 합니다.

저는 감히 차는 같이 마시는 사람 수에 매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혼자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茶禪一味를 추구하는 분일 것입니다.

둘이 마시는 차를 좋아하는 이는 차와 함께 대화를 즐길지도 모릅니다.

특별히 사람 수를 따지지 않는 저같은 사람은 차의 의미를 다르게 보겠지요.

 

차를 매개체로 만들어가는 저만의 일상의 행복만들기가 글의 주제입니다.

차의 깊이보다 차를 통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차 한 잔의 행복을 알아가면서 더 많은 분들이 차를 마시길 바랍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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