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차는 그렇게 나에게

무설자 2011. 3. 2. 00:12
728x90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111

차는 그렇게 나에게

 

 

 

무엇을 남기면서 사느냐?

창작이라는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제게는 이 명제가 참 중요합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해결하는 것만큼 건축사로서 가져야 할 능력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제가 남겨야 할 일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이름이나 명예, 혹은 재물을 남기는데 목표를 두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름이나 명예도 그렇지만 재물은 허상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백 년 이상 거론되는 이름은 몇이나 되며 재물은 또 어떠합니까?

 

보이차의 세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역시 이름과 경제적 가치입니다.

호급, 인급...그 이름과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 보이차의 의미를 드러내는 척도라 할 수 있을까요?

보이차가 세월이 지나면 돈이 된다며 사재기에 집중하는 걸 보지만 참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나(부처님)를 형상으로 보려고 하거나

  음성으로 구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릇되게 애를 쓰는 것이니 

  부처를 볼 수 없느니라

 

금강경에 있는 구절입니다.

흔히 보이는 것에는 집착하지만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살피는 데는 소홀하기 쉽지요.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변하기 마련이니 정해진 모습은 없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여 얻어지는 것을 차에서도 찾아봅니다.

보이지도 않으며 말로도 설명될 수 없는 그 진실은 지금 느끼는 그것이라는 결론에 공감하며 삽니다.

차도 지금 마시면서 그 향미가 만족스럽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오해와 편견이 난무하는 보이차에 대한 설왕설래의 분위기에서도 내가 만족하면 그뿐이라는 답을 내리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내가 내리는 보이차에 대한 판단도 지금 마시는 차에 집중하여 만족한 맛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느끼는 차의 담담한 향미를 받아들이다가 언젠가 '이 맛'이라고 손뼉을 칠 때 작은 깨달음 같은 환희심이 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 다우가 보내준 차를 마시며 그를 떠 올려봅니다.

명차라는 이름, 그 차에 매겨진 가격으로 보이차를 대하기보다 차가 맺어준 귀한 인연을 더 소중하게 받아들입니다.

차는 사람과의 인연을 더 향기로운 정으로 이어가도록 해주니 팍팍한 이 시대에 이만한 가치를 무엇으로 얻을 수 있을까요?

 

 

무 설 자

 

 

 

 

 


 

'茶 이야기 > 에세이 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는 보이차를 이렇게 즐긴답니다  (0) 2011.03.06
보이차를 아십니까?  (0) 2011.03.02
보이차의 맛과 향, 솔직하게 말하자면  (0) 2011.02.27
나와 차 사이  (0) 2011.02.24
수장차 스토리  (0) 2011.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