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006
보이차의 맛과 향, 솔직하게 말하자면
초등학생 때 읽었던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임금님으로부터 최고의 옷을 지어 올리라는 명을 받은 옷 짓는 사람이 꾀를 부렸지요.
옷을 짓지도 않고는 임금님께 옷을 입히는 시늉만 하면서 마음이 나쁜 사람은 볼 수 없는 옷이라고 했지요.
벌거벗은 임금님 앞에서 신하들은 마음이 나쁜 사람으로 보일까봐 기가 막히게 좋은 옷이라며 임금님을 추켜 세웠지요.
임금님은 발가벗은 채로 성안을 행진을 했는데 한 아이가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치자 비로소 그 해프님은 끝이 났다는 얘기입니다.
수많은 표현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대로 보이차 맛을 느껴 보셨는지요?
보이차에 관한 글들이 상업적인 의도에 의해 과장되게 쓰여져 있는 것이 많다는 경고성의 글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보이차를 신비한 차라고 표현하는 그 내용이 실재하는 것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지경이라고도 합니다.
한 편에 몇 십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청병은 그 진정한 가치를 시음해 보지 않는 다음에는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백만원 이상 거래되는 보이차는 실재로 진정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답니다.
실제로 차를 마셔 본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맛의 기준이 없으므로 그 차를 파는 사람의 말을 믿던지 자신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그야말로 보이차는 그 정체를 알기가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차를 마시는 다회를 통해 함께 차를 마시면서 좋다던지 그렇지 않다던지 하는 여러 사람의 평을 들어보는 것은 보이차를 공부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보이차가 유명세를 타는 건 대만과 홍콩의 상인들의 공이 크다고들 하더군요.
보이차는 운남의 대엽종 찻잎으로 제대로 된 제다 과정으로 모차를 만들어서 잘 보관된 것이라야 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청병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보이차가 환상적인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기대 때문에 이번에 한 편에 몇십만원을 투자하는 모험을 해서 한 편을 구입했죠.
그렇지만 숙차와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차기와 청병 특유의 맑은 맛을 보기는 했지만 제가 기대하는 보이차의 환상적인 맛과 향은 아직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60년대 초의 광운공병이라며 모 카페에서 우리 다회에 보내온 전설적인 보이차와 차 선배님의 개인교습을 통해 마신 것, 이렇게 다른 두 광운공병을 마셔보았지만 확실히 차이가 나는 건 느꼈습니다.
하지만 여러 시음기에서 읽게 되는 그런 환상적인 느낌을 가져 보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많은 보이차 애호가들은 그들이 바라는 최고의 보이차를 찾고 있을 것입니다.
다들 경제적인 여건만 허락한다면 돈을 아끼지 않고 골동 보이차를 구입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머릿 속에서 그리는 환상적인 맛과 향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그 차를 같이 마시면서 공감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들은 맛과 향이 지어낸 말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표현이 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솔직히 버릴 수가 없군요.
20년 가까운년 보이차력, 그것도 청병만 마신 선배님과 일대일로 마셨던 광운공병의 맛과 향도 약간의 고삽미가 살아 있어 회감이 바로 올라 오지만 감탄할만한 맛과 향이 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고미 때문에 뒤를 따라 단맛이 도는 그 맛에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맛과 향이 연하게 입안에 맴돌더군요.
하지만 좋은 숙차를 마시는 그 편안한 맛을 압도한할만큼 좋다는 느낌을 가지기는 어렵더군요.
개인교습처럼 차 선배님과 함께 마신 차 자리에서 선배님이 하신 말씀은 이론보다도 좋은 차는 마시면 모두 공감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좋은 차는 어떤 점에서 그렇게 좋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그렇지 다가오지 않는 차는 어떤 점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지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공유할 수 있는 글을 온라인에서 많이 볼 수 있다면 좋은 차를 알맞은 가격에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치듯이 초보 다인의 설익은 생각을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2006,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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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마신지 2년 정도 되었을 때 썼던 글입니다.
숙차를 주로 마시다가 그 때의 가격으로는 꽤 돈을 들여 '97 후기황인이라는 구입하였습니다.
그 차를 통해 글에서 읽었던 맛을 느껴보려고 했었지만 마셔보고 난 뒤의 실망감에서 적었던 글이지요.
지금도 그 차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 20년이 다 된 차인데다 적당한 습창과정을 거쳤는지 제법 익은 노차의 맛을 냅니다.
그렇지만 그 차를 판 카페에서 소개했던 그맛을 느끼기에는 요원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치는 아이처럼 보이차는 환상의 차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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