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같이 차 안 마실랍니다

무설자 2009. 8. 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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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자기의 힘

구소련에서 있었던 이야기 하나.
철도국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냉장고 화차 속으로 들어간 후,
그만 실수로 밖의 문이 잠겨
냉장고 화차 안에 갇히고 말았다.

그런데 이 냉장고 화차는 고장이 나 있었다.
작동이 되질 않아 공기도 충분했고,
온도도 섭씨 13도의 알맞은 체감온도였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다른 직원이
냉장고 화차의 문을 열었을 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죽을 만한 환경이 아니었는데
왜 죽었을까?

사람들은 그 사람(죽은 직원)이
고장 난 냉장고 벽에 남긴 글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점점 몸이 차가와진다.
나는 점차 몸이 얼어 옴을 느낀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일는지 모른다.'

자포자기와 절망이 그를 죽인 것이다.

- 홍선미 (새벽편지가족) -



그래서...

"희망이 있고, 내일이 있고, 할 수 있다." 가
있는 것입니다.

-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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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0814

같이 차 안 마실랍니다

 

아주 오래전 일인데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문예부 활동을 했었는데 졸업 후 학교축제에 필요하다며 후배들이 시화전에 쓸 시를 요청했습니다.

서툴게 쓴 시를 들고 시인인 선배님을 찾아 뵙고 도움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제가 쓴 시를 읽고나서 선배님은 이렇게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내가 한 편 써 주랴?"

저는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서 나왔지요.

 

프로 시인의 입장에서 제가 쓴 시는 어설프게 보였나 봅니다.

그렇지만 그 말 한마디로 저는 그 분이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보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덜 익은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가진 차로 차를 잘 아는 분과 함께 찻자리를 한다고 가정해봅니다.

그런데 만약 그 분이 위의 선배님처럼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봅시다.

"그냥 네 차는 너나 마시고 내 차를 마시지..."

 

누가 차를 준비할지라도 ,그 분이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다시 같이 차를 마시고 싶을까요?

자신의 입에 그 차가 좀 부족할지라도 차를 준비한 사람을 배려해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차는 너나 마셔라'라는 정서 속에서는 함께 마시는 찻자리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차 마시는데에도 눈높이가 필요합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차 마시는 자리에도 자연스러운 흐름의 정서 속에서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좋은 자리에서 마시는 차는 늘 향기롭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