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무설자 2009. 8. 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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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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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이야기 090829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무설지실을 찾은 차연구소 카페지기 메뚜기님 

 

                               

有朋自遠方來 면  不亦樂好라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에 나오는 말씀이지요.

 

벗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나 정겹습니다.

멀리 있는 벗이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준다면 이보다 더 귀한 일일 수 있을까요?

가까이 있는 벗이라도 시간을 함께 나누기 어려운 이 바쁜 세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차를 마시는 벗을 가까이 두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술 친구는 자리만 만들면 쉽게 모이지만 차를 같이 마시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혼자 차를 마시며 앞에다 빈 잔을 놓고 모니터 앞에서 다담을 나눕니다.

 

아마도 온라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다우들이 비슷한 형편일 것입니다.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닉네임을 부르며 차로 만드는 인연을 맺습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정도 나누고 차도 나누고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 놓습니다.

 

그렇게 정이 깊어지면 가끔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기도 합니다.

대구에서, 진주에서, 남원에서...멀고도 먼 중국 운남성 곤명에서 벗을 찾아 옵니다.

이제 얼굴을 맞대고 이름을 부르며 상상으로 그리던 그를 봅니다.

 

내가 준비한 차가 좀 모자랄까 걱정하는 건 마음으로 채워집니다.

그가 상상하던 제 인품이 많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언제나 만남은 마냥 만족스러웠습니다.

어쩌다 제가 찾아가는 걸음도 그러하니 차는 어떤 만남도 만족하게 하는 묘약인가 봅니다.

 

살아가다 마음 한 쪽이 허전하면 길을 나설까 합니다.

그가 바빠서 시간을 내 줄까 걱정해서가 아니라 아직 훌쩍 떠나지 못하는 나를 채근합니다.

그렇게 늘 그리운 다우를 떠올리며 빈 잔을 바라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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