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마음이 보배라야 좋은 차를 만나지요

무설자 2009. 7. 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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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과 보배

중국 송나라 때의 일이다.

희귀한 보석을 가지고 있던 어떤 사람이
당시 높은 벼슬에 있던 자한에게 바치려고 감정인을 찾아갔다.

"세상에서 구하기 힘든 진귀한 보석"이라고
감정인은 말했다.
그는 자한에게 가서 보물을 보여주며
감정인의 말을 전했다.

청렴하고 고결한 인품을 지녔던 자한은
이를 거부하며 말했다.

"당신은 보석을 보배로 여기고 있으나,
나는 탐내지 않는 마음을 보배로 여기고 있습니다.
내가 이 보석을 받으면
우리 둘 다 보배를 잃어버리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 이춘희*옮김(중국의 일화) -



저마다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다릅니다.
돈에 가치를 두는 사람,
인간관계에 가치를 두는 사람,
마음에 가치를 두는 사람..

눈에 보이는 가치는 소멸할 수 있지만
정직한 마음의 가치는 영원합니다.

- 여러분의 보배는 무엇입니까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0710

마음이 보배라야 좋은 차를 만나지요

 

 

 

 

 

 

 

인터넷에 차 이야기를 자주 써 올리다보니 제 속내를 모르고 차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게됩니다. 어떤 차가 좋으냐?, 이런 차를 마셔보았느냐? 차를 좀 추천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지요. 사실 저는 차를 잘 안다고 할 수 없어서 적당히 얼무버리는 정도의 답변을 드리고 맙니다.

 

보이차는 가지 수를 셀 수 없이 많고, 같은 포장지라도 맛이 다 다르니 어떻게 안다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마시는 사람도 취향도 입맛도 다 다르니 차를 추천하고, 문의하는 차에 대한 답변을 올바르게 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제가 마셔서 좋은 차가 있지만 시간이 가면서 다른 차를 계속 만나게 되니 한쪽에 미뤄두게 되더군요.

 

가끔 차를 판매하는 사이트에 가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차가 올라와 있습니다. 품질 기준으로 좋은 차, 가격대비로 좋은 차로 나누어 소개하는 카페도 있더군요. 아무래도 값을 좀 치르고 구입하면 가격대비로 선택한 차보다는 만족할 수 있는 확률이 높겠지요.

 

보이차를 마시는 분들의 고민은 얼마나 지불해야 좋은 차를 구입할 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가격대비로 차를 구입하다보면 그 싼 맛에 계속 사게됩니다. 품질을 기준으로 차를 찾다보면 가격대의 끝을 알 수 없습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수준의 차는 말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판매자의 말로 표현되는 차는 있으되 그 말처럼 만족되는 차를 내 손에 두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이차가 가지는 궁극의 맛이 지미무미至味無味라고 한다는데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매일 3-4리터의 보이차를 몇 년을 마셔보니 내나름대로 다가오는 결론이 있더군요. 이름만 들어보았던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맛의 바탕이 무미無味였습니다. 제 기대치의 맛을 잊어도 좋을 지미무미至味無味라는 의미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향미가 있었습니다.

 

쓴맛도 단맛도 사라지고 없는 그야말로 맛이 없는 그 바탕에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오미를 느낄 수 없게 된 무미無味의 상태에서 드러나는 그 묘한 향미를 찾았습니다. 그 차는 유명한 차도 아니고 비싼 차도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 자리는 차를 쫓아서 만나게 된 것이 아닙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이 좋아서 마시게 된 차라서 만족함도 담담했었답니다. 물론 제가 내린 지금의 결론이니 오로지 내 마음의 차라고 해야겠지요.

 

요즘은 그 차를 우리고 또 우립니다. 마시고 또 마셔도 이 차를 뛰어넘을 차를 구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하게 한 잔, 연하게 한 잔 한 가지 차로 마음 먹는대로 우려서 만족한 향미를 음미하게 되니 제게는 그만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