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말도 안 되는 비교 시음기-황편차와 맹해 906

무설자 2009. 4. 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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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차 시음기

말도 안 되는 비교시음기-황편차 VS 맹해 906

 

 

설계를 하는 우리 업계도 토요 휴무제를 피할 수 없어서 우리 사무실은 2,4주는 쉬기로 했습니다

두번째 토요일인 오늘은 휴무인데 오너인 저는 출근해서 일은 안 하고 어제 온 이 차에 반해서(?) 이렇게 시음기를 쓰고 있습니다

아내가 알면 사무실 문 닫을 일 있냐고 호통을 칠텐데...참 큰 일입니다 ㅎㅎㅎ

 

 

하루에 몇 분씩 이 자리에서 차를 마시지요

업무차 오는 분들도 제 자리에 앉으면 일 이야기 반에 차 마시는 이야기 반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마시다가 제게 차 전도를 당하는 분들이 숱하게 많지요

 

어제 새로 온 노산 선생님의 茶畵입니다

사무실에는 청화 잔이 없는데  그림 속의 푸른 색이 너무 예뻐서  청화 잔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돼지도 배가 슬슬 불러 오니 곧 개복(?)을 해야겠습니다

 

 

 

 

 어제 도착한 황편 보이차로 시음기를 쓰려고 하니 참 조심스럽습니다

97 년산인 이 차는 주 차청이 黃片이라고 합니다

보이차를 만들 때 많이 들어가면 차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빼는 잎이지요

 

그 잎으로만 차를 만들었다니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차를 소개하는 이의 말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해마다 이 황편으로만 만든 차를 상당량을 주문해서 가져간다고 하네요

황편 보이차는 약리작용이 특별하다고 합니다

 

특히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질환에 특별하게 작용을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렇게 주문을 해가는지 알 수 없는데 주문량을 제외하고 남겨둔 것 중에 97년도 산이라고 합니다

생산일자가 찍혀 있지도 않고 포장지도 없으니 그냥 선입감없이 차를 마셔 봅니다 

 

똑딱이 디카로 찍었는데 제대로 차색을 보여줍니다

곤명에서만 보관을 했다고 하는데 검은 색이 없이 제대로 갈색으로 잘 익은 것 같네요

황편이 주재료이니 큰 잎과 줄기로 만들어서 엽저는 볼 것이 없습니다

 

큰 과반에다 보이차 해괴용 칼로 쓰는 편지봉투칼로 차 몸통에 들이대니 그냥 잘 풀어집니다

속이나 겉이나 차가 골고루 잘 익은 것 같습니다

엄정하게 저울로 달아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냥 되는대로 떼어서 개완에다 집어 넣었습니다

 

제가 차를 마시는 방식은 차를 좀 많이 넣고 물을 바로 부어서 빼 냅니다

이 차는 잎이 크고 아직 푹~~발효되지 않아서 물을 한소끔 식혀서 부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뽑습니다

 

3-5 탕을 모은 찻물의 탕색입니다

흔히 말하는 생차가 제대로 건창 보관이 되면 나와야 할 등황색-호박색입니다

과한 습기에 노출이 되지 않았음을 말해줍니다

 

생차든 숙차든 탕색에 검은 빛이 도는 만큼 엽저를 보면 검게 목질화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노차가 그렇다면 보관과정에서 자연습을 먹었던지 습창보관한 혐의를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숙차가 그렇다면 발효과정에서 과발효된 것이라 보아야지요

 

 

 

찻물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보았습니다

노차가 이 정도 탕색이라면 무조건 마셔보아야 할 차입니다

맛은 어떨까요?

 

이 차의 맛을 그냥 이야기하면 사진으로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말도 안 되는 비교를 해 보겠습니다

바로 이 탕색과 거의 흡사하게 나오는 진기 20년을 자랑하는 맹해 906 노차입니다

제 차바위 역할을 해 주시는 선생님께서 나누어 주신 아주 귀한 차이지요

 

이렇게 한지로 봉투를 만들어 넣어 주셨습니다

저도 평소에 마시는 보이차를 한지를 잘라 봉투를 만들어서 보관을 합니다

사무실에 있는 항아리에 든 숙차들도 모두 한지봉투에 담겨서 익어가고 있습니다

 

맹해 906은 500g 짜리 전차입니다

선생님이 제게 200g정도 주셨는데 그동안 떼어 마시고 이제 100g 정도 남았습니다

갈색으로 제대로 익어가고 있는데 30년 된 청병을 마셔보니 20년 진기로는 좀 부족한 맛이었습니다 

 

 

 

우려낸 차의 탕색입니다

호박색으로 색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검은 빛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짙은 등황색 그 자체입니다

 

엽저를 보시면 갈색으로 잘 익었습니다

작업차인지 제대로 건창 보관된 차인지 구별하는 방법이 엽저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낙엽색인 갈색이어야 한답니다

그리고 엽저를 만져보면 부드러워야 합니다

 

만약 검은 빛이 많이 돌고 엽저가 딱딱하게 굳어있다면 자연습을 먹었든지 습창 혐의를 두어야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갈색으로 잘 보관된 차를 구하기는 정말 어렵지요

혹시 노차를 가지고 있으면 한번 차를 우려 보셔서 확인을 해보시지요^^

 

 

 

 

이제 '97황편 보이차와 '90 맹해 906을 비교해서 그 맛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탕색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합니다

황편차도  건창으로 제대로 보관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명도도 너무 좋아서 맑고 고운 색은 마시고 싶은 차라는 느낌이 그냥 듭니다

잡미나 잡내는 두 차가 다 거의 없고 떫은 맛은 황편차가 더 있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입 안에 담아 혀를 굴려보면 차 맛의 깊이에서 차이가 납니다

 

황편차는 옅고 퍼지는 맛인데 비해서 906은 입 전체에 전해지는 무거운 맛이 차이입니다

쓴 맛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황편에 비해 906이 회감이 바로 느껴집니다

차의 맛을 결정하는데 떫은 맛은 덜하고 쓴맛이 적당해야 마신 후에 입에 침이 고이면서 돌아나오는 단맛이 좋지요

 

 

 

자 이제 제 나름으로 점수를 매겨 볼까요?

906을 100점이라고 본다면 황편을 70-80점을 주고 싶습니다

906이 백만원 단위로 거래된다고 보면 황편은 몇 만원 단위이니 이 점수면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도 아직 노차를 본격적으로 마시지 않아서 이 시음기의 비교 정도는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초보들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황편차를 마시면서 노차를 만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황편차를 부지런히 마시면서 인연이 닿는 노차의 소장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부담없이 마셔야하는 다반사 차생활의 소장차로는 그 의미가 대단한 차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당뇨나 심혈관계 질환에 효능이 특별하다고 하니 혹시 그 쪽에 불편한 분은 임상 실험 삼아 마셔보아도 좋겠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 쪽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능한 양을 소장할 생각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비교 시음기지만 이렇게 비교를 해보니 황편보이차의 의미를 나름으로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노차에 대한 음차이력도 일천하지만 저와 비슷한 초보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뜻에서 감히 올려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승원 선생님의 시 한 수 입니다

절망적인 요즈음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세상이 정말 살 만하다고 생각하며 이겨냅니다

황편차 한 잔과 906 한 잔 같이 우려서 올립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