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고차수 잎으로 만들었다는 궁정보이숙산차 시음기

무설자 2009. 5. 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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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차 시음기

차 한 잔 머금으니 입 안에 그득한 蜜香 

고차수 궁정보이숙산차

 

 

 

 

 

차를 마시는 사람이 좋은 차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일상에서 얻어지는 설레는 기쁨입니다

보이차는 한 편 한 편이 다 다른 차라고 할 수 있지요

칠자병차 한 통이라고 할지라도 보관된 장소에서 맨 아래 차와 위의 차가 다르다고 하니까요

 

어떤 분의 말씀처럼 먼 길에 차를 지니면 출발 할 때의 차와 도착할 때의 차가 달라졌다고 표현하니...

이 숙산차도 며칠이지만 제가 가진 차와 다른 분이 가진 차는 이미 다르다고 표현한다면 이 시음기가 객관적일 수 있을까요?

품평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이 차를 마셔보니 이렇더라고 하는 감상기 정도로 여기며 글을 이어봅니다

 

차는 언제 마시면 최상의 맛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저는 차가 마시고 싶은 욕구가 지극할 때라고 얘기합니다

이 시음기를 같이 공감할 수 있다면 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이나 진배가 없겠지요

 

이제 고차수의 여린 잎으로 만들었다는 궁정보이 숙산차를 같이 마셔 볼까요?

이 차를 준비하신 차향님이 차 자랑을 침이 마르도록 하시는 바람에 괜히 흠부터 잡아볼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

아직 숙성이 채 안 되고 출시된 차라는 피해갈 구멍을 준비하시는 바람에 단단히 흉잡을 각오(?)를 다집니다 ㅎㅎㅎ

 

 

우선 글이지만 마시기 전에 에피타이저로 회 한 접시를 준비했습니다

차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지요

이 회무침은 좀 특별한 음식입니다

 

부산에서 회란 아주 일상적인 음식이지만 이 회는 아무 곳에서 먹을 수 없답니다

그리고 양식이 되지않는 100% 자연산입니다

워낙 양식기술이 발달해서 100% 자연산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지만 이 회는 무조건 자연산입니다 

 

 

 

 

게다가 이 회는 초장이나 된장에 찍어서 먹는 분은 거의 없고 이렇게 회무침으로 먹지요

그리고 이 회는 부산에서도 기장...그리고 대변항에서 먹어야 제맛입니다

이 정도면 부산을 아시는 분이라면 바로 답을 내시겠지요

 

바로 멸치회입니다

멸치가 제 철이 되면 대변항에는 멸치잡이 배가 들어와 항구에서 그물에 담긴 멸치를 털어내는 장면은 진풍경입니다

올해 4월17일~19일동안 기장멸치축제를 했었지요

 

그림이나마 한 접시 같이 드셨다고 여기면서 눈요기만 하시게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입가심은 했으니 궁정보이숙산차를 같이 마셔볼까요?

수여좌가 지켜보는 무설지실의 소담한 차자리입니다

오늘은 드물게 함께 차를 마시는 분이 없어서 혼자서 차를 마셔보았습니다 

 

 

주인을 찾을 때까지 노산 선생님의 신작이 제 차자리 분위기를 품위있게 해 줍니다

높은 산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노송 아래에서 켜는 거문고 소리를 듣습니다

제 방의 작은 오디오에 다악을 틀어놓고 분위기를 맞춥니다 

 

숙산차를 보관하는 항아리입니다

100g을 넣으니 딱맞게 들어가더군요

E마트에 가면 살 수 있습니다

 

이 항아리에서 제대로 익어가도록 남아 있을까요?

아마도 제 맛을 낼 때까지 보관이 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양이 더 확보된다는 기별이 있으면 더 큰 항아리를 준비해서 가득 채워야겠습니다

 

적정량을 덜어서 냅니다

저울에 달고 하는 건 사무실에서는 어려우니 그냥 적당하게 개완에 담았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저울에 양을 확인하고 하는 건 뭔가 차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ㅎㅎㅎ 

  

제 자리에 놓인 작은 차판 주변입니다

왼쪽의 잔은 제 전용잔, 유리 잔 두개는 같이 마시는 이에게 편하게 낼 때 씁니다

엎어져 있는 잔은 둘이 마주 앉을 때 손님에게 쓰는 잔입니다

 

물을 한소끔 식혀서 부었습니다

여린 잎인데다 악퇴 후에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차인지라 물을 좀 식혀서 조심스레 부어야 합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물을 부은 상태는 탕색이 맑지 못합니다 

 

거름망을 써서 유리숙우에 따른 뒤에 유백색 잔에 따르니 많이 맑아졌습니다

아주 먹음직스런 탕색이지요?
탕색이 맑지 않으면 구감에서도 유쾌하지 못합니다

 

유리 잔에 부어서 제대로 탕색을 살펴봅니다

이 탕색은 보이차가 가지는 표준이라고 언급해 봅니다

생노차는 호박색을 띈 붉은 색으로 기울고 숙노차는 선홍색을 맑게 가져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보이차라도 탕색에 검은 빛이 많이 돈다면 일단 점수는 깎인다고 봅니다

신숙차인 경우는 과발효가 되었다고 보고 노숙차의 경우에도 보관에 문제가 있으면 그렇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 차는 탕색이 선홍색이 아니라 호박색을 띄니 의아스럽군요

 

그럼 숙차는 호박색을 띄었을 때 문제가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제가 차를 파는 카페지기님께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 대답은 이 숙산차의 경우 발효를 시키는 기간을 오래 잡아서 아주 점진적인 발효를 시켰답니다

 

그 결과의 산물이 이런 탕색이 나온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사실 차는 탕색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맛있게 마시기 위한 것이므로 더 이상 시비를 걸지 않겠습니다

그럼 맛은 어떨까요?

 

이제 잔을 옮겨서 제대로 맛을 음미해봅니다

이 잔은 제가 사용하는 전용잔입니다

너무 오래 사용해서 찻물 때도 끼고 잔 가장자리도 깨어져 있지만 제게는 친근하지요

 

이 차는 홀짝홀짝 마셔서는 제 맛을 모르겠더라구요

어차피 조금 식힌 상태이니까 입안에 가득 머금었다가 넘길 수 있습니다

입 안에 가득 머금으면 차맛 이전에 蜜香이 다가옵니다

 

이 밀향은 제대로 만든 차가 몇십 년을 묵으면 나는 맛입니다

예전 100년 된 천량차를 마셔보았는데 至味無味라는 맛의 바탕에 이 밀향 만 다가왔습니다

그 맛이 이 차에서 바로 올라오는 건 무슨 조화일까요?

 

그럼 이 차의 독특한 맛을 밀향을 미루어두고 얘기한다면 아직 맛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어린 잎으로 만들었는데다가 아직 차의 상분들이 어우러져서 제 자리를 잡을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요

숙미 숙향도 거의 없는 것은 차를 마시는데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니 우선 차에 대한 호감은 아주 좋습니다

 

 

 차 잎 하나 하나가 살아 있는 통통한 어린 엽저를 보니 차에 대한 신뢰가 느껴집니다

차를 보내주신 분의 언급처럼 고수차잎으로 숙차를 만든다는 건 신기하지요

하지만 그 원가에 비해 아직 제 맛을 드러내려면 절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100g으로 얼마나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혹시나 하고 한 잔, 또 혹시나 하고 한 잔...

이렇게 마시다보면 스무 번에서 서른 번이면 차는 없는데요 ㅎㅎㅎ^^

 

귀한 차,

그렇지만 아직 맛은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차

그래서 숙산차로 우리는 차 한 잔이 안타까운 자리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