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06 황인 동몽 숙병 시음기

무설자 2009. 5. 15. 13:47
728x90

무설자의 차 시음기

이런 숙차면 안심하고 마실 것 같네요

-'06 황인 동몽 숙병-

 

 

웬 건축물 사진이 시음기에 올라 오냐구요?

사실 시음기 내용이 정말 1탕, 2탕 , 3탕...맛의 변화는 이렇다고 쓰면 좀 심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무설자의 본업-혹자는 차를 파는 일을 제 업으로 오해를...-인 건축설계에 관한 최근 작업 중인 정말 공사중 사진입니다

 

부산의 모 여고입니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다보니 이제는 학교 건물이 다 삭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외부 계단을 리모델링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붉은 벽돌마감으로 된 학교입니다

본관 외부 계단이 학교전경의 중앙에 있습니다

이 외부 계단을 내부 계단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몬드리안의 구성을 작업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외단열 마감-흔히 드라이비트라고 얘기하는 외장재료를 썼습니다

 

그냥 보기가 흉하던 외부계단이 시각적인 포인트가 되었지요

디테일한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강렬한 빨강, 노랑, 파랑이 어울리며 오래되어 우중충한 학교의 분위기를 바꿔 보았습니다

괜찮아보입니까? ㅎㅎㅎ

 

 

 

이제 동몽숙병 마시는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이번에 제 도반이자 다우인 벗이 중국에서 들어오면서 선물로 가져온 다판입니다

아주 저렴하고 실용적인 대나무 다판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다판이 전에 쓰던 대나무다판보다 좀 작아서 정리를 더 해야겠지요

오늘도 다구는 개완을 사용했습니다

개완에 익숙해지니 자사호는 손이 잘 가질 않습니다

 

아주 품위있는 포장지입니다

가격이 좀 나가는 차라 그런지 포장지 디자인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皇印...황제가 인정을 한다는 얘긴가요? 차창의 이름이 좀 거슬립니다 ㅎㅎㅎ

 

이 차 한편의 가격이 웬만한 급수가 낮은 숙차 한통 값이니 저 정도 옷은 입어야겠지요?

이제 중국도 포장 디자인이 괜찮아졌습니다

에고편에 올린 박스나 쇼핑백의 그림도 좋지 않았습니까?

 

형광등 불빛 아래라 병면이 영 신통찮습니다

아주 제대로 익은 차의 병면 색을 보여줍니다

긴압도 느슨한 편이라 차칼을 대니 그냥 떨어집니다 

 

차향님께 배운 바가 있어 가장자리는 두고 안쪽부터 벗겨 나갑니다

잘 뜯어나가면 반편을 마실 때까지 병면은 유지 되겠지요?

 

 

 

 

 

 

우리 다우님들이 왜 보이차를 좋아하는지 참 궁금합니다

그 맛이 그 맛인 보이차에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거의 숙차만 마셔온지 벌써 햇수로 5년이 되었고 소장하고 있는 숙차의 종류만도 50여 종이 됩니다

그런데 솔직히 오십보 백보입니다

한편에 만원하는 숙차나 십만원 하는 숙차나 그 맛이 열배의 감동의 차이를 주지 않습니다

 

'06 황인 동몽은 가격 면에서는 제가 만난 숙차 중에서 가장 비싼 차입니다

제가 즐겨마시는 '98 봉패 숙병의 가격과 비교해보아도 세월 차를 생각한다면 비싼 편이지요

차를 선택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이 차가 왜 비싼 지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숙차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애정이 식어간다는 표현보다는 숙차에 대한 집착, 어쩌면 편집증에 가까운 관심이 줄어 든다고 보아야겠지요

그 이면에는 그냥 입맛에 따라 마시기만 하다가 이제는 보이차를 조금 알아가다보니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보이는 만큼 알다가 이제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야겠지요

숙차의 종류를 가리고  맛의 차이를 살피는 수준에서 이제는 숙차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다고 이야기해 봅니다

문제는 숙차를 만들 때 쓰는  모차가 좋은 것을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가리지 않고 잎을 쓴다는 표현이면 과한 것일까요?

차 잎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숙차 제다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다는 것이겠지요

애시당초 좋은 차라는 목표보다는 숙차라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맛의 차이란 그냥 뭉뚱거려 입맛에서 느껴지는 총체적인 맛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맛은 이미 시작에서부터 결정되어 버린다는 섣부른 선입감을 가집니다

즉 차를 마실 때 그 맛을 낱낱이 나눌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값이 아주 비싼 차와 싼 차의 차이가 그만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냥 숙미 숙향이 적고 잡내가 없으며 넘길 때 매끄러운 느낌이 좋으면 즐겁게 마실 수 있습니다

거기에 제가 더하는 선택의 기준은 입 안에 꽉 차는 농향미와 단맛입니다

 

숙차에서 농한 맛이 떨어지고 단맛이 부족하면서 목넘김에 있어 떫은 맛이 많이 받치면 열외가 됩니다

의외로 이 기준에 부합되는 차가 많지 않더군요

그냥 탕색이 맑고 가벼우며 떫은 맛이 부담스러운 차가 대부분입니다

 

 

'06 황인 동몽은 이런 제가 가진 숙차에 대한 최근의 결론을 불식 시킬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우선 보통 칠자병차 한통으로 구입하는 양으로 보는 차에서 한 편으로 받는 기쁨이 컸습니다

포장의 가치가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이 차의 브랜드가 표기된 쇼핑백에 상자, 제품을 소개한 카타로그까지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이렇게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싼 값에 마시는 숙차가 아니라 제 값을 치르고 사야한다는 의무감마저 생기게 하는 의지의 표현같습니다

 

숙차에서 마음이 돌아서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 차의 제다에 관련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숙병의 모차는 고수차 잎이라고 합니다

 

고수차 잎으로 만든 숙차,

만약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숙차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숙차를 만들기 위해 고수차 잎을 썼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그 맛은 어떠할까요?

 

이제 그 맛 좀 보자구요

형식을 배제하고 늘 마시는 다반사의 다구를 씁니다

이름도 없는 그야말로 무명의 개완에 물은 경도가 아주 낮은 우리 집 뒤의 절에서 떠 온 석간수입니다 

 

 

적당량...한 3g정도 될까요?

긴압이 그렇게 단단한 편이 아니라서 차칼로 쉽게 떨어져 나옵니다

잎이 온전하게 보전되어 보입니다

 

탕색은 제가 바라는 선홍색. 밝은 붉은 색은 아닙니다

붉은 색에 노란 색이 섞였다고 해야할까요?

엽저에서 이야기를 좀 해야겠지만 후발효의 기대가 이 노란 색에 두어야 할 지...

 

탕의 투명도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 조수악퇴로 만들어서 제다년도가 '06 이라지만 세월이 더 필요하다는 애기일까요?

제가 즐겨 마시는 90년도 중후반 숙차의 맑은 차탕에 비해서는 아직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만....

 

이제 마셔 봅니다

숙향 숙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입 안에 담기는 탕의 무게는 머금고 싶을 정도로 괜찮군요

 

맛은 기분 좋은 쓴 맛이 바탕에 깔리면서 고수차의 성분일까요?

입 안에서 퍼져오는 가득한 맛이 다가옵니다

떫은 맛...이 좀 걸리는군요

 

이 떫은 맛이 너무 많으면 입 안에서 먹으로 넘길 때 상당히 부담이 되지요

차를 마시면서 떫은 맛은 정도의 차이지만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떫은 맛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겠지요

 

보이차를 마시면서 숙차를 전혀 마시지 않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착한(?) 가격에만 의존하여 차를 선택하다보면 늘 몇%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요

어쩌면 보이차를 세월을 몇십 년 앞당겨 마시는 숙차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숙차라 하더라도 10년 정도의 세월을 먹은 노차를 찾게 되지만 제대로 된 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06년 차라 하지만 황인 동몽숙병이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줍니다

더구나 모차가 고수차잎이라니 더욱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아직 목넘김에 있어서 떫은 맛이 좀 부담스러운 부분은 藏茶의 가능성으로 미루면 어떨까요?

 

 

 엽저를 봅니다

전체적으로 충분한 발효과정을 거친 잎으로 보여집니다

검은 색으로 기울어진 갈색에서 이제 후숙이라는 단계를 지나 남아있는 떫은 맛을 줄이기 위해 세월이 더해져야 하겠지요

 

싼 차가 아니라 괜찮은 차로서 선택할 수 있는 숙차의 대안으로 추천해 봅니다

모르면 제대로 값을 치르라는 만고의 진리,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 권하고 싶은 숙차의 기준으로 충분한 차를 찾은 것 같습니다

 

이제 숙차를 싼 차로 마실 것이 아니라 가려서 마셔야 한다는 명제 앞에서 답을 찾은 것이지요

황인 동몽숙병

그 이름의 자존심으로 숙차의 자리에 제대로 놓고 싶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