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시음기 0901
인연으로 얻은 차
'03년 맹고정산 원생고차 (孟庫正山原生古茶)
순수 차 카페인 보이차 동경당의 지기님이 차를 판매해보겠다는 하는 의사를 내 비쳤을 때에 내심 걱정이 먼저 앞섰습니다
최근 모 카페에서 팔았던 보이차로 인해 오랫동안 온라인이 시끄러운 것을 보면서
파는 이의 입장과 사는 이의 입장을 극단적인 차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상인은 좋은 차를 공급해야하는 의무와 함께 되도록 많은 이익을 남겨야하는 목표도 같이 있기에
차가 문제가 되면 바로 그 상인의 '이익'에 화살이 쏟아붓습니다
사는 입장에서는 좋은 차를 되도록 싼 가격에 사기를 원하겠지요
하지만 좋은 차를 싸게만 사려든다면 싸기는 하지만 좋은 차가 아닐 가능성도 높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상인을 마치 차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기보다는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동경당님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카페의 활성화에 목적을 삼아 좋은 차를 찾아서
공동구매 형식으로 회원들에게 차를 나누기 위함이라고 공언하셨습니다
그럼 회원의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고'가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차구매의 기회가 있을까요?
동경당님은 이번 첫 공동구매로 내놓은 차인 2003년 맹고정산 원생고차 (孟庫正山原生古茶)는 가격이 무척 착한데
차는 어떨지 분석을 한번 해 볼까요?
주로 숙차를 즐겨 마시기에 생차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하는 얘기를 꺼내기가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최근 경발효 숙차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생차 쪽으로 관심이 가던 차에
동경당의 진기가 5년이나 된 차를 얻게된다니 기대가 컸습니다
그것도 착한 가격에 교목고수차라니요....^^
이미 차가 확보되어 있었는데다 대구에서 오는 차라 주문하자마자 바로 도착했습니다
대부분 인터넷 카페에서 하는 주문은 보름 이상 걸리는데 주문을 넣자마자 도착하니 여러가지로 느낌이 좋습니다
차를 받자마자 마시고도 이제사 시음기를 올리게 되니 죄송스럽습니다
이번 시음은 개완을 사용했습니다
숙우는 보통 유리숙우를 쓰지만 시음용으로는 자기그릇을 쓰는 것이 좋다고해서 바로 바꿨습니다
물은 정수기 물입니다
차는 3g을 넣었는데 마시고 보니 양이 조금 적었나 봅니다
한통을 그대로 보관하려고 시음할 차를 조금 부탁드려서 받은 차입니다
그런데 주변에 좋은 차를 얻었다고소문을 내니 차맛을 좀 보자는 말씀 때문에 통을 그대로 보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차 멘토들께는 차를 드려야 하는 걸 염두에 두지 못했습니다
세차를 하고 뽑은 두번째 탕색입니다
차 맛을 느낄 수 있을만 하게 익었다는 걸 보여주지요
네번째 탕색입니다
여섯번 째 탕색입니다
열번을 우렸습니다
옆에 있는 자기 숙우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유리 숙우에 차를 따른 맛을 보면 자기 숙우보다 순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 시음 시에는 꼭 자기 그릇을 쓰기를 권하더군요
열 번까지 차를 뽑아서 한잔 씩 마시고 남은 차는 유리 숙우에 모았습니다
맑은 탕색에 잘 익어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 엽저를 살펴봅니다
쇄청차의 특징이 엽저의 색깔이 일정하지 않고 조금씩 다르다고 하신대로 입니다
잎의 크기도 어린 잎보다 큰 잎이 많고 잘려있는 잎도 많아 보입니다
입안에 묵직하게 담기는 맛이 잘 익으면 차잎에 든 성분이 농향으로 진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쓴 맛은 거의 느낄 수 없고 떫은 맛도 농향의 무거운 느낌에 묻혀버립니다
아주 여린 향은 무슨 향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지만 익어갈수록 이 향으로 특징이 지어질 것 같습니다
최근 수백년 고수차 잎으로 만든 차를 몇 편 얻게 되었는데 그 차에서 맛 본 느낌을 여기서도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차를 마시며 알게되는 맛을 잘 기억하라는 제 차 멘토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보이차는 정체 불명의 차입니다
향도 맛도 별나지 않은데 왜 다들 보이차에 빠지는 것일까요?
진한 향에 달콤한 맛도 좋은 것이 많은 중국차 중에서 무미무향을 근본으로 하는 보이차에 집중하는 이유는
밥같은 차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밥 맛을 꼭 집어서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그저 밥맛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 밥 맛이 쌀마다 다르고 짓기에 따라 다르고 솥에 따라 다르기에
그 맛을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도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좋은 쌀로 잘 지어서 만든 밥은 취향이 달라도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지요
밥맛같은 차맛을 가진 보이차,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차잎을 모료를 쌀로 해서 제대로 쇄청모차로 만들어 좋은 환경에서 보관한 밥맛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차가 된다는 것입니다
2003년 맹고정산 원생고차 (孟庫正山原生古茶)는 잘 지은 밥처럼
누구에게나 참 좋은 차라는 느낌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차의 색깔이 더 짙어지도록 시간 속에 묻어 두겠습니다
지금 한편을 가끔 마시면서 5년 뒤에 한편을 마시고 10년 뒤에 또 한편을 마시고...이렇게 20년 뒤에는 남은 차도 없겠지만
또 동경당에서 찾아낼 차를 더 한다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요
좋은 차....동경당처럼 믿음 한가지로 차를 만날 수 있음이 행복한 새해를 맞이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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