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90년대 껑莖숙차....시음기

무설자 2009. 4. 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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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차 시음기

誰 與 坐

                                                                                           90년대 중반 숙차(껑차-莖茶)

 

 

 

 

누구와 차를 마셔야 할꼬?

誰 與 坐

대구에서 활동하시는 서예가이자 문인화가이신 露山 김성근 선생님을 뵙게 되어  글씨를 한 점 받았습니다

 

어떤 차자리인가는 누구와 앉느냐에 의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어디에서 마시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마시느냐...

차의 진기를 따지고 치장이 잘 된 차실이 차자리의 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 차를 마시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이 글을 받아 사무실의 제 방인 자칭'無說之室'에 걸어 놓으니 저부터 마음가짐을 점검하게 됩니다

나와 함께 차를 마시고 난 후 같이 앉았던 사람이 내린 차자리의 평이 만족스럽도록 말조심부터 할 일이라 여깁니다

無說之室에서 보는 한마디 '誰 與 坐'

 

 

오늘 마셔볼 차는 아예 격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보이차입니다

잎의 등급이 문제가 아니라 잎과 줄기가 거의 반반인 숙차로 만든 전차입니다

이 차를 마셔보라며 보내준 이도 이런 차가 있다는 정도로 맛을 보라며....

 

 

다반사의 현장입니다

방이 좁아 둥근 원탁을 놓고 작은 차판을 폈습니다

자사호는 자리 뒤에 일이삼번이 대기하고 있고 주로 개완에 우려서 차를 내지요

 

 

이번에 들인 다구입니다

긴압차를 뜯어 내자면 탁자 위가 지저분해져서 천원 샾에서 3,000원을 주고 과반을 샀습니다

해괴용 차칼도 서류봉투를 뜯는 칼로 대체했습니다

  

 

이제 차를 한번 보실까요?

마치 흑전처럼 줄기가 반을 차지합니다

차칼을 들이대면 술술 풀어집니다

 

 

마실 양만큼 풀어내었습니다

과반이 있으니 차를 뜯을 때마다 지저분하던 탁자가 깨끗합니다

차를 일상에 들이려면 우선 아주 편한 행다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줄기차를 줄기莖이 중국어로 껑이라 발음하므로 껑차라고 합니다

보이차 잎과 줄기로 만들었기에 흑전과는 내포성이나 차탕이 다릅니다

흑차류-강전 복전은 차의 탕이 연하고 가볍지만 보이차는 무거운 탕미와 오래 우릴 수 있는 내포성이 좋지요

 

 

 

사무실에는 저울이 없으므로 적당히 개완에 넣았습니다

차를 우리면서 저울에 다는 秤茶는 우리 정서에는 좀 그렇지요 ㅎㅎㅎ

그래서 평소에도 적당한 양을 넣습니다^^

 

 

적당히 차를 넣고 적당한 시간,

저는 차의 양을 조금 많은듯이 넣고 바로 뽑습니다

시간을 맞추는 것이 사실 귀찮아서... 

 

 

 

탕색은 검은 빛이 많이 도는 것이 발효가 많이 되었던지 습한 곳에서 오래 있었든지 둘 중에 하나겠지요

하지만 진기만큼 탕색은 맑은 편이라서 마시는데는 편안합니다

줄기가 많은 차라 그런지 단맛도 좋고 내포성이 좋아서 거의 20탕까지 무리가 없습니다

 

 

차를 보내신 분의 말로는 약 15년 정도의 진기를 가진 차라고 합니다

사실 그 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제대로 건창보관된 차를 구한다는 건 참 어렵겠지요

차를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서 습도를 좀 더 주고 싶은 건 상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엽저를 보아도 갈색은 거의 보이지않고 검은 빛에 가까운 어두운 갈색입니다

그렇지만 잡미나 거슬리는 향은 거의 없습니다

부드러운 목넘김과 입에 꽉차는 탕미가 90년대 조수악퇴발효차의 전형을 잘 보여줍니다

 

경발효 숙차의 떫은 맛이 부담스러워 잘 마시지 않는 저로서는 이 맛이면 숙차를 편하게 마시는데 참 좋습니다

양만 많다면 가격도 편당 20,000원 대에 가져올 수 있다고 하니 구매가 가능하다면 주변에 나누고 싶은 차입니다

흑차처럼 모양새는 없는 차이지만 입 안에 꽉 차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차로서는 아주 착한 차라고 할 것입니다

 

혼자서 물 삼아 마시는데는 아주 좋은 차라고 봅니다

차를 논하기보다 삶을 이야기하는 차자리에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좋은 차를 찾아 마시는 분들이 앉는 자리라면 껑차로 마실 수는 없겠지요

 

誰與坐,

오늘은 어떤 분과 앉아서 차를 마셨는지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