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진년숙차 VS 악퇴숙차

무설자 2009. 3. 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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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차시음기

진년숙차 VS 악퇴숙차

齊福茶廠 '03 숙차와 추정 '73 청병 노차 비교 시음기

 

 

 

 

춥던 날이 언제 였는지 봄 햇살이 따스한 휴일 한낮에 베란다 정원의 풍란이 꽃 몽오리를 달았습니다

키 큰 난은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지 오래입니다

이처럼 봄은 눈으로 보는 계절입니다 

 

 

 

 

햇살 좋은 휴일 오후에 문득 숙차라는 말에 걸맞는 35살의 노차와 제법 시간을 보낸 5살배기 숙차를 함께 마셔 보고 싶었습니다

'73청병은 갤러리번의 묘불님이 나누어 주신 차이고 '03제복숙차는 운보연의 바람의 꿈님이 보내신 차입니다

두 차가 다 귀한 인연을 나누는 두 분이 차바위가 되어 주셔서 절 황감하게 합니다

 

묘불님은 노차 매니아이시라 어디서도 만나기 어려운 노차를 아낌없이 베풀어 주십니다

바람의 꿈님은 운남에서 구해지는 여러 차를 그 멀리에서 이웃 집 음식 나누듯 보내주십니다

두분께 늘 감사드립니다

 

두 분 덕택에 오리지날 숙차와 이름을 얻은 숙차를 함께 마셔보며 이야기를 한번 풀어 볼까요?

원래 熟茶는 한자말대로 익은 차라는 뜻이니 잘 익은 보이차를 이르는 것이지요

그래서 요즘 이름을 빼앗긴 '숙차' 이전에는 생차가 잘 익으면 숙차라고 불렀다지요

 

그런데 이제는 조수악퇴발효방법에 의한 지금의 '숙차'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말았지요

그러면 지금 우리가 늘 마시는 숙차 수준으로 생차가 익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할까요?

20년? 30년?....

 

이제 그 답을 드리겠습니다

35살을 먹었다는 추정 '73청병을 마셔보니 제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숙차의 그 바탕이 느껴집니다

이제 두 숙차를 마셔보지요

 

운보연의 바람의 꿈님은 가끔 이렇게 한지..중국에서 만든 종이니 華紙인가 아뭏던 샘플 차를 항상 종이봉투에 넣어서 보내옵니다

곤명에서 구할 수 있는 좋은 숙차를 보내며 저의 의견을 묻곤 합니다 

봉투에 쓰인대로 '03 齊福숙차입니다

  

 

이 차 3g과  숙차 전용 자사호와 잔입니다  

 

 

 

탕색이 어떻습니까?

5살을 먹는 동안 숙미와 숙향은 거의 사라지고 맑은 탕색을 보여줍니다

  맑기만 한 차가 아니라 쓰고 떫은 맛이 사라져 부드럽고 그윽하기까지 하네요 

 

 

자~~이제는 35년이라는 세월이 담긴 '73청병입니다

지금 이 차를 전자저울에 달아보니 36g입니다

한번 우릴 때 3g씩이면 12번을 우릴 수 있겠네요^^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하게 3g입니다

이제 11번 남았군요...저와 이 차를 마셔보려면 빨리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ㅎㅎㅎ

 

35년의 세월을 보낸 차인데 아직 보이는 갈색이 좋은 맛을 기대하게 합니다 

 

 

생차 전용 자사호입니다

 

 

맛있어 보이는 맑은 탕색이지요

입안에 들어가면 어떤 맛일까요?

 

 

 

 

딸래미를 불러서 두 숙차를 같이 마셔 보았습니다

유리 숙우의 차가 73이고 자기 숙우의 차가 03입니다

 

잔에 담아보니 탕색은 아주 흡사합니다

딸래미에게 두 차를 비교해서 시음평을 들어 보았더니 73이 10가지 맛을 가지고 있다면 03은 두세가지 맛이라는군요

부드러운 건 비슷하지만 입 안에서 어우러지는 미묘한 맛의 가지 수가 그 차이랍니다

 

 

제대로 세월을 보내며 만들어진 진년 노차의 미묘한 맛과 향이 악퇴발효숙차에서는 부족하지요

'73 청병에서 보이차의 월진월향이라는 의미를 느껴봅니다

떫은 맛은 거의 사라진  복잡(?)한 쓴 맛이 전해주는 미묘한 맛과 향의 조화가 그 의미입니까?

 

'03 숙차는 탕 수가 10번에서 색이 급격하게 빠졌지만 '73 청병은 20번을 뽑아도 처음의 탕색에서 서서히 줄어듭니다

 

 

왼쪽이 03이고 오른쪽이 73입니다

오른쪽 엽저는 35년이 지났지만 아직 갈색잎의 탄력이  유지되는 것에서 탕수가 유지되는 비밀이 있나봅니다

이미 탄력을 잃어버린 악퇴숙차는 품고있는 것을 오래 지킬 수 없나봅니다

 

73청병의 엽저를 자세히 봅니다

황갈색의 잎새에 탄력이 몇 탕을 더내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엽저의 색을 잘 기억하려고 합니다 

 

'03 숙차는 이미 갈홍색을 잃어 버렸습니다

부드러움으로 숙차의 맛을 지켰지만 쓴 맛을 잃어버림으로 여러가지 맛도 같이 잃었겠지요

30년을 당겨서 맛보는 숙차의 의미는 이미 잃어버린 맛은 결코 얻을 수 없다는 의미도 알게 합니다

  

30년 세월의 차이가 나는 두 차를 비교하면서 越陳越香의 의미를 제대로 느껴 봅니다

묵은 세월만큼 차가 내 놓을 수 있는 것을 내놓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악퇴숙차가 없었다면 어떻게 30년 세월을 당긴 몇 가지의 맛과 향이라도 느껴볼 수 있었을까요

 

만약 10가지 중의 두세 가지라도 제대로 된 맛을 악퇴숙차에서 느낄 수 있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지요

진년차가 만약 10가지 맛을 가지고 있다면 그 맛은 어우러진 복합적인 맛이라 그 맛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부족한 맛일지라도 잘 만들어진 악퇴숙차의 좋은 맛을 즐기는 사람은 많기 때문입니다

 

숙차의 의미,

익은 차를 마시고 싶은 마음만큼 우리도 잘 익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익기보다 제대로 익기 위해 세월을 기다릴 수 있는 그런 다인이 되고 싶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