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건축사사무소 68

싱글맘이 짓는 단독주택 12-설계자가 된 사연

처음에는 동녘길 단독주택 설계 작업에서 계획 설계 과정까지만 참여하기로 했었다. 건축주가 세운 집짓기 예산에서 책정된 설계비 범위를 고려해서 내 역할을 그만큼 잡기로 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제안한 경량철골을 골조로 짓는 집이라면 시공자가 주도하는 집짓기라서 설계와 행정을 분리해 설계비를 줄일 수 있도록 계약 방식을 제안했었다. 내가 맡은 계획 설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건축주의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경량철골로 짓는 단독주택 전문업체에 개략 공사비를 문의해 보았는데 예산을 초과한다는 것이었다. 집은 꼭 지어야 하는데 준비할 수 있는 예산을 넘어선다니 건축주에게 이보다 답답한 일이 또 있을까? 경량철골 주택을 전문으로 짓는 지인이 있어 최근 공사비를 문의를 해보았다. 그런데 지인도 건축주가 알아본 공사비..

건축 설계비 싸게 잘해 드린다는 말

세상에 싸고 좋은 게 있을까? 싸고 좋은 걸 두고 가성비가 좋다고 한다. 과연 싸고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요즘 온라인 쇼핑에 중국 업체가 들어와서 지각변동을 일어 키고 있다. 처음에는 한 곳이더니 이어서 한 곳이 더 늘어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광고가 인터넷 망에 도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면서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싼 가격에 흥미를 가지고 배송받아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릴 생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몇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 만 원이면 두세 개를 살 수 있다. 꼭 사야 할 물건은 가격도 중요하겠지만 만족할 수 있는 성능을 우선으로 두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십만 원 이상인 물건이라면 구매를 결정하면서 신..

싱글맘이 짓는 동녘길 단독주택 10-집만큼 작은 마당에 담을 넉넉한 행복

단독주택에 지어 살고 싶은 이유가 마당을 밟으며 사는 걸 꿈꾸었기 때문이라는 사람이 많다. 잔디 깔린 마당이 있는 빨간 지붕 집, 저녁이면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까지 있어야 그림이 된다. 그래서 넓은 마당에 잔디가 초록 초록 깔려야 바라던 집으로 그림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마당이 우리 주택의 정체성인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마당에 진심인 집을 가진 나라는 없을 것이다.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실내 공간 위주로 집을 쓴다. 다른 나라의 단독주택은 외부 공간을 정원으로 꾸미거나 중정을 두어 채광이나 통풍을 위한 역할을 도모할 뿐이다. 우리나라 주택의 원형은 조선시대 한옥에서 찾으면 되는데 마당의 역할을 주목해 보자. 한옥의 마당은 요즘 집처럼 넓게..

싱글맘이 짓는 동녘길 단독주택 9-욕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우리나라의 주택은 아파트가 기준이 된다. 최근에 지어진 단독주택을 잡지 등의 매체를 통해 보아도 욕실은 아파트의 그것과 다름없다. 욕조나 샤워기, 세면대, 변기가 한 공간에 들어 있는 욕실은 어느 집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아파트 현관 앞에 있는 공용 욕실과 안방 전용 욕실로 다른 공간은 평형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지만 욕실은 거의 비슷하다. 원룸에 가도, 중대형 아파트에 가도 욕실만 큰 차이가 없다. 심지어 단독주택에도 다르지 않아서 법으로 욕실을 규정하고 있나 싶을 정도이다. 아파트는 상품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단독주택은 건축주가 바라는 대로 달리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단독주택이나 상가주택 등 주거 건축물을 설계해 오면서 욕실을 다양하게 변화를 주며 작업해 오고 있다. 건..

싱글맘이 짓는 동녘길 단독주택 8 - 넓이보다 깊은 공간의 거실과 주방

옛집에는 없었는데 아파트에 살기 시작하며 얻게 된 공간이 거실이다. 또 주방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식탁을 쓰게 되었고 이제는 가전제품과 다름없이 나날이 변신을 거듭하는 주방 가구가 눈부시다. 거실과 주방을 하나의 공간으로 쓰게 되는 데는 가족 구성에서 주부라는 말이 사라지게 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싱크대의 변화는 주방을 쓰는 행위를 힘든 노동이 아닌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즐거운 일로 바꾸고 있다. 가스레인지가 전기레인지로 대체되면서 아일랜드 스타일로 거실을 바라보는 자리로 나오게 되었다. 요리가 벽을 바라보며 하던 외톨이 작업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하게 되니 얼마나 즐거운 일이 되고 있다. 주방은 냉장고와 수납장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사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공간 분위기를 주도하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