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도반에서 지은 집

싱글맘이 짓는 단독주택 12-설계자가 된 사연

무설자 2024. 3. 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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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동녘길 단독주택 설계 작업에서 계획 설계 과정까지만 참여하기로 했었다. 건축주가 세운 집짓기 예산에서 책정된 설계비 범위를 고려해서 내 역할을 그만큼 잡기로 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제안한 경량철골을 골조로 짓는 집이라면 시공자가 주도하는 집짓기라서 설계와 행정을 분리해 설계비를 줄일 수 있도록 계약 방식을 제안했었다.

   

내가 맡은 계획 설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건축주의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경량철골로 짓는 단독주택 전문업체에 개략 공사비를 문의해 보았는데 예산을 초과한다는 것이었다. 집은 꼭 지어야 하는데 준비할 수 있는 예산을 넘어선다니 건축주에게 이보다 답답한 일이 또 있을까?      

 

경량철골 주택을 전문으로 짓는 지인이 있어 최근 공사비를 문의를 해보았다. 그런데 지인도 건축주가 알아본 공사비와 가까운 금액으로 얘기하는 것이었다. 경량철골 단독주택이 그 공사비라면 일 년 정도 전이긴 하지만 최근에 설계해서 지었던 철근콘크리트조 단독주택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경량철골조 단독주택     

 

경량철골주택은 경량형 강판과 C형강이나, 각파이프 같은(4~6mm) 정도의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경량금속을 이용하여 골조를 만들고 샌드위치 패널로 벽체나 지붕을 덮어서 짓는다. 그렇기 때문에 벽체의 두께가 얇아서 내부의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경량철골주택은 철골구조의 주택에 해당되긴 하지만, 단면적의 두께가 6mm 이상 되는 H빔이나, I빔을 사용하는 철골구조와는 달리 경량금속을 사용하여 중요 뼈대를 구성하므로 규모가 작은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 같은 건물을 짓는 경제성이 높은 공법이다. 마감으로 사용되는 패널의 종류가 다양해서 별도의 외장 마감 공정이 없어도 된다. 또한 전체 공정의 건축비가 다른 구조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마감 자재를 써도 건축비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경량철골주택은 건식공법에 해당하는 주택이다. 기초작업이 끝나면 골조, 벽체, 지붕 공정이 빠르게 진행되므로 공사 기간이 3개월 정도면 지을 수 있다. 건식 공법이므로 날씨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공사가 진행될 수 있어서 인건비가 많이 절감된다.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하여 벽과 지붕을 구성하기 때문에 자재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경량철골은 구조재로 필요한 강도를 가지고 있고 골조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기초공사나 지반개량 같은 부분에서도 다른 구조에 비해 부담이 적다. 철골조나 목조 등 가구식 구조는 넓은 내부 공간을 쓸 수 있다. 라이프 사이클에서 식구 구성의 변화가 있을 때 간단하게 개조해서 리모델링하기도 다른 공법에 비해 쉽다.    

 

경량철골조로 짓는데 왜 그 공사비일까?     

 

시공자는 공사를 수주하면서 이윤이 가장 중요하다. 건축주는 30 평 정도로 작은 집을 지어서 단독주택에 살아야 하는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 가장 공사비가 적게 드는 골조 방식이 경량철골조인데 왜 예산을 넘어서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규모를 떠나 집을 한 채 짓고 나면 가져야 하는 시공자의 절대 이윤 때문이지 않을까? 또 건축주는 골조와 외장까지만 전문가의 손을 빌리고 인테리어와 외부 공간 공사를 직접 진행해서 공사비를 줄여 보려고 했다. 그런데 시공사는 이윤이 나오지 않는 기본 공정의 공사는 하려고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건축주가 짜 보았던 집 짓기 계획의 얼개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이제 동녘골 주택은 어떤 묘책이 있어 예상 공사비로 지어낼 수 있을까? 공사비에 대해 자문을 받았던 지인에게 연락해서 의견을 묻기로 했다.     

 

다행히 지인에게 답을 얻어낼 수 있었는데 건축주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자신은 공사관리자로 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시공자의 이윤을 뺀 실 공사비로 지을 수 있으니 예산에 맞게 지을 수 있는 방법이 나온 것이다. 마침 지인은 우리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년부터 공사를 한다고 했다. 그 공사가 끝나고 우리 주택을 시작하면 건축주의 일정에 맞출 수 있게 될 것 같다.     

 

또 건축주가 우리집에 앞서 짓는 그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서 집을 짓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건축주가 공사 현장을 자주 방문해서 지인과 사전에 집 짓기에 대해 사전 조율을 할 수 있는 점도 좋을 것 같다. 이제 건축주의 걱정이 많이 해소되었고 설계를 마무리할 내용도 지인과 의논을 하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겠다.     

 

계획 설계자에서 설계자로 바뀐 내 역할      

 

동녘길 주택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준공까지 관여하는 게 솔직히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충분치 못한 공사비로 지어야 할 주택이지만 좋은 집이 될 수 있도록 설계의 밑그림-계획 설계만 하는 역할을 자청했었다. 또 경량철골조 단독주택은 시공자의 역할이 근간이 되어야 하고 건축주의 입장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인이 공사관리자로 참여하고 건축주가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방향을 제시했기에 발을 뺄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설계자 및 감리자로 온전한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설계 및 감리비였다. 내가 받는 단독주택 설계비는 건축주에게는 부담이 되는지라 계획 설계만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어서 건축주가 예정했던 금액과 내 설계비의 중간 액수로 정하고 감리비는 공사를 시작하면서 협의를 하는 걸로 했다.     

 

 

이제 정식 설계자가 되어 설계도를 마무리하고 건축허가에서 준공처리까지 행정 업무도 수행하면서 현장도 챙기게 되었다. 동녘길 주택은 내게도 경령철골조로 짓는 첫 프로젝트가 되어 가장 경제적인 공사비로 모자람이 없게 지을 수 있도록 설계와 감리를 하는 새로운 시도가 된다.

 

집을 지으면서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자가 마음을 합치면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동녘길 주택은 서로 존중하는 이상적인 협력자로 세 사람이 만났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녘길 주택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우리 집으로 설계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제 시공자도 예정되었으니 도면으로 표기된 내용이 잘 담긴 집으로 지을 수 있도록 착공하는 그날까지 대화를 지속할 것이다. 대지 조건을 탓하고 적은 공사비를 핑계로 지어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집이 아니라 누구나 부러워할 수 있는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부산다운건축상,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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