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16

길타령-광복로에서/계간 예술문화비평 2014년 가을호

길타령 김정관 건축사, 수필가/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길이 없어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김기택 시인의 시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를 읽으며 새보다 땅을 많이 밟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땅을 거의 밟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지상에서 몇 십 센티미터에서부터 수십 미터 높이에 떠서 사는 셈이다. 새보다도 땅을 다 많이 밟고 산다는 건 길 걷기를 좋아하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걸 이르는 것이렷다.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으나 서너 걸음 밟기도 전에 자가용 문이 열리자 그는 고층에서 떨어진 공처럼 튀어 들어간다. 휠체어에 탄 사람처럼 그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다닌다. 발 대신 바퀴가 땅을 밟..

사람을 쫓아내는 집, 불러들이는 집-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4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4 사람을 쫓아내는 집, 불러들이는 집 김 정 관 나의 첫 주택 작업이었던 부산 해운대 ‘관해헌’의 건축주가 새 집을 지어야 한다며 찾아왔다. 이십 년을 그 집에 살다가 집을 팔았다며 양산에 집터를 잡았다고 했다. 관해헌은 거실을 사랑채처럼 본채에서 떨어뜨려 배치해서 마치 정자에서 해운대 먼바다가 보이도록 설계가 된 집이다. 집을 지을 당시 건축주는 건설회사 임원이었다 보니 업무상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집이 다 지어지고 나니 밖에서 하던 밤모임(?) 장소가 집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을 보고 관해헌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손님을 불편 없이 집에서 맞을 수 있다는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이 아파트에서 살았을 때와 다른 ..

애인 같은 집, 배우자 같은 집-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3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3 애인 같은 집, 배우자 같은 집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단독주택을 애인과 배우자에 비유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연애 상대로 사귀는 애인과 평생을 한 집에서 사는 배우자는 분명 그 선택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과 연애만 하겠다는 사람을 바라보는 성향이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애인은 아무래도 속마음보다 겉모습에 치중해서 찾게 될 것이다. 연인 관계가 시작될 때야 매일이다시피 만난다고 하지만 잠깐 시간을 같이 할 뿐이니 깊은 속내를 알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내 애인은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며 남에게 자랑할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배우자의 선택은 분명 애인과는 달라야 한다. 연인 시절에는 한시라도 떨어지면 못 ..

식구로 살아가야만 행복이 깃 드는 집 -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프롤로그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프롤로그 식구로 살아가야만 행복이 깃 드는 집 지금은 살면서 필요한 것은 거의 다 돈을 지불하고 구입해서 쓰고 있다. 기본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 옷은 물론이고 밥까지도 사 먹는 게 요즘이다. 집은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 아니라 투자 가치에 초점을 맞추니 돈이 삶의 기준이며 목표가 되어 버렸다. 돈이 많아야 더 좋은 것을 살 수 있으니 대학의 전공학과도 돈이 되지 않으면 지원자가 적어 없어지고 만다. 명품이라는 브랜드는 경기를 타지 않고, 초고층 아파트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돈을 들여서 먹고, 입고, 잠을 자면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하면 먹혀 들어갈까 싶다. 돈이면 행복까지도 살 수 있다고 여기지만 과연 그럴까..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 초청강연회 제3강,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우리 집짓기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 초청강연 제3강, 강연원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우리집’ 짓기 도반건축사사무소 김 정 관 왜 집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 했을까?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행복할 수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인 옷과 밥, 집은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짓는다’라고 쓴다. ‘짓다’라는 말을 어디에 쓰는지 사전에서 살펴보니 ‘사람의 의식주와 관련된 것을 재료를 들여 만든다.’라고 되어 있다. 하필이면 의식주와 관련된 것에 ‘짓는다’라고 쓰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또 ‘글’을 짓고 ‘약’을 짓고 ‘농사’를 짓는 것이니 ‘짓다’를 붙이는 목적어는 생활의 근본이 되는 의식주와 함께 정성을 다해서 해야 하는 일에 ‘짓다’를 붙여서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