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4
사람을 쫓아내는 집, 불러들이는 집
김 정 관
나의 첫 주택 작업이었던 부산 해운대 ‘관해헌’의 건축주가 새 집을 지어야 한다며 찾아왔다. 이십 년을 그 집에 살다가 집을 팔았다며 양산에 집터를 잡았다고 했다. 관해헌은 거실을 사랑채처럼 본채에서 떨어뜨려 배치해서 마치 정자에서 해운대 먼바다가 보이도록 설계가 된 집이다.
집을 지을 당시 건축주는 건설회사 임원이었다 보니 업무상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집이 다 지어지고 나니 밖에서 하던 밤모임(?) 장소가 집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을 보고 관해헌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손님을 불편 없이 집에서 맞을 수 있다는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이 아파트에서 살았을 때와 다른 이 집만의 자랑거리 중에 제일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랬던지 그 집을 탐내는 사람이 많아 지은 지 이십여 년이나 된 집인데도 새집을 지을 수 있는 가격보다 더 높게 팔 수 있었다고 했다. 어째서 관해헌을 구입했던 사람은 지은 지 20년이나 된 집을 그렇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을까? 그건 아마도 이 집이 사람을 불러들이는 묘한 매력에 반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바깥주인은 사랑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안주인은 안채에서 집안일을 잘 살펴서 지낼 수 있도록 지은 집이 우리네 집 짓기의 원칙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집을 지으려고 하는 건 식구들이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려고 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한옥이라 부르는 우리 옛집은 손님을 위한 배려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서 사랑채가 격과 여유를 가지도록 지었다. 바깥주인은 사랑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안주인은 안채에서 집안일을 잘 살펴서 지낼 수 있도록 지은 집이 우리네 반가班家였다.
사랑채에는 일 년 내내 손님이 끊어지지 않도록 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각별해서 식사대접은 물론이요 잠자리까지 제공하면서 며칠을 묵어가더라도 탓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집에 손님의 발길이 드물어지기 시작하면 가세가 기울었다고 보았다. 우리의 옛집은 식구들과 손님들이 한 집에서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던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였던 셈이었다.
사람을 기꺼이 불러들일 수 있어야 좋은 집이라고 보았던 것이 우리네 조상들의 집에 대한 생각이었다. 사람을 쫓아내는 집과 불러들이는 집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손님이 찾아들지 않고 식구들마저 밤이 늦도록 귀가하지 않는다면 집이 사람을 쫓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한다면 길택(吉宅)의 조건일 수도 있는 '사람을 불러들이는 집'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한다면 길택(吉宅)의 조건일 수도 있는 '사람을 불러들이는 집'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어떤 집이라야 사람을 쫓아내지 않고 불러들이는 집이라 할 수 있을까? 사위도 며느리도 편하게 묵어갈 수 있는 집이 이 시대의 길택吉宅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본다.
관해헌에서 20년을 식구들과 행복하게 살았었다며 다시 길택을 짓기 위해 찾아온 건축주가 다시 의뢰해서 지은 양산의 양명재陽明齋를 둘러본다.
김 정 관
건축사 / 수필가
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담디 E-MAGAGINE 67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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