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 995

오늘 마신 보이차의 가치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914 오늘 마신 보이차의 가치 보이차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돈으로 따져보면 가장 비싼 차도 보이차이고 값싼 차도 보이차이다. 얼마나 싸냐하면 믹스커피보다 저렴한 차도 있는데 비싼 차는 경매로 거래된다고 한다. 그런데 보이차는 싼 차나 비싼 차나 포장지로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끔 화려한 치장을 한 포장도 없진 않지만 대개 종이로 싸여진 상태로 비슷하다. 경매로 거래되는 천문학적 가격이 매겨지는 차도 처음에는 비싸지 않은 차였다. 그래서 보이차는 포장지로 그 가치를 책정할 수 없다. 보이차의 가치는 원 재료인 모차가 기본이 되지만 세월이 담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내 손에 없는 차는 나와 별 상관이 없으니 내가 가진 차 중에서 우선 순위를 따져 골라 마시게 된다..

차생활로 얻게 된 더 바랄 게 없는 삶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913 차생활로 얻게 된 더 바랄 게 없는 삶 흔히 행복하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부족하고 힘든 삶을 산다고 해서 누구나 불행한 것일까? 더 가지려는 욕심으로 산다면 아무리 가져도 부족하고 매사에 불평으로 지내면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小欲知足소욕지족이라는 말은 바라는 게 적으면 만족함을 안다는 뜻이다. 塞翁之馬새옹지마라는 말에는 부족한 것이 훗날 힘든 일을 덜어줄 수 있다는 뜻으로 지금 모자라는 것을 탓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고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불확실한 훗날이 아니라 지금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다는 걸 두 사자성어에서 알게 된다. 불행의 반대가 행복, 행복하지 못하다고 해서 불행하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

임창 차구에서 빙도 아니면 석귀, 첫물차로 마시다

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20906 임창 차구에서 빙도 아니면 석귀, 첫물차로 마시다 지금은 보이차 시장을 고수차가 대세가 되고 있다. 생차는 쓰고 떫어서 묵혀야 마실 수 있다는 얘기가 빈말이 되어 버렸다. 생차가 쓰고 떫다는 말 자체는 빈말이 아니다. 7542로 대표되는 지난 날의 생차는 분명히 20년 정도 묵히지 않으면 마시기가 어려웠으니까. 2006년부터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했을 땐 시중에 판매되는 생차는 녹차 같은 탕색이었지만 그냥 마시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도 숙차로 보이차를 시작했고 거의 십년은 거의 생차를 마시지 않았다. 2009년에 고수차를 접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숙차를 마시며 생차는 입에 대지도 않았었다. 그러다가 2015년 경부터 고수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하루 첫차로 朝飯조..

다름의 의미를 찾아 마시는 보이차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905 다름의 의미를 찾아 마시는 보이차 나는 매일 차를 마신다. 아침 6시 반경부터 밤 9시까지 하루 내내 마신다. 아침 첫차는 보이차 숙차, 오전에는 녹차, 점심을 먹고 홍차를 마시고 오후부터 밤까지는 보이차로 생차를 마신다. 녹차와 홍차는 고르는 것 없이 정해진 차를 마신다. 하지만 보이차는 종류가 많아서 그날 마실 차를 정해야 한다. 두고 마시는 차가 백여 종이 넘어서 어제 마셨던 차와 오늘 마시는 차, 내일 마실 차는 다르다. 보이차는 누구라도 소장하고 있는 종류가 수십여 종은 넘게 가지고 있어서 매일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매일 마시는 차가 다르다고 해서 더 좋은 차를 찾아내는 건 아닐 것이다. 차마다 다른 향미가 있으니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

내가 꿈꾸는 찻자리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831 내가 꿈꾸는 찻자리 오래전에 부산 도림원에서 노차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홍인을 마셨다. 다연회 다회 찻자리에 도림원 원장님께서 그 귀한 차를 내어주셨다. 그 전에도 인급차를 마셔 보았지만 그날 마신 홍인은 거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향미였다. 그 뒤에 도림원에 들러서 원장님께 조심스레 홍인 얘기를 꺼냈다. 사실 함부로 청할 수 없이 귀한 차지만 원장님과의 친분을 내세워 한번 더 마셔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원장님은 그날 우렸던 홍인이 소장하고 있었던 마지막 차였다고 했다. 차 가격으로 치자면 그날 원장님이 내주셨던 양이면 기백만 원은 족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홍인, 그 귀한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니 전율에 가까운 기분이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