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 995

다연회 2024년 만추다회 후기-차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

지난 시월 다회는 넷이라서 진한 차향에 젖을 수 있었죠. 11월 다회는 에피소드인커피 차실 정원을 채우는 인원으로 여덟 명이 앉았습니다. 결석 벌칙으로 다식을 챙겨 온 다우들 덕분에 풍성한 찻자리가 되었습니다.     11월에 준비한 차는 빙도노채와 노반장, 프리미엄 숙차인 육성차와 노차로 90년대 8582입니다. 이 정도 차면 고급 다회에 밀리지 않는 라인업이지요. 그런데 이 차들은 집중해서 마셔야 하는데 넘치는 다식과 다담이 끊이지 않을 분위기라 어쩌지 염려하며 찻자리를 시작합니다.      먼저 다회에 참석하는 의미에 대해 팽주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다연회 다회는 차를 가리지 않고 두루 마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류는 보이차인데 아무리 다양한 종류로 마셔도 해변에 모래 한 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

보이차, 숙차는 저렴한데 생차는 왜 그렇게 비쌀까?

주변에 보이차라고 마시는 차는 아마도 대부분 숙차일 것이다. 나도 보이차에 입문하면서 거의 십 년을 숙차만 마셨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초보는 숙차가 찻값도 저렴하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니 그러는 게 당연한 일이다. 보이차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하지만 보이차 전문회사인 대익 숙차도 357g에 3만 원 정도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반면에 생차는 20년 전에 비해 거의 열 배에서 빙도노채 고수차는 백배까지 올랐다. 왜 같은 보이차인데 숙차는 값이 여전히 저렴한데 생차는 백배까지 치솟게 되었을까? 실제로 프리미엄 급이라고 해도 숙차는 생차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보이차는 아는 만큼 주머니를 열 수 있으니 백배까지 차이가 나는 근거에 대해 알아보자.     아직 차가 ..

노반장 빙도노채 만큼 귀한 보이차, 첫물차

서울에서 손님이 찾아왔는데 차를 마시러 왔다고 한다. 내가 누구라고 차 한 잔 하러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다는것일까? 내 글을 읽고 평소에 가진 보이차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려고 찾아오는 분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분은 그 때문에 온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통성명을 하고 나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차를 같이 마시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먼저 내가 가장 즐겨 마시는 차를 마셔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멀리서 오신 분이니 아껴 마시는 차를 우려 드렸는데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 이 분이 나를 찾아온 목적이 혹시 차투茶鬪, 시쳇말로 도장 깨기를 하려고 온 것일까?    이른 봄에 만드는 첫물차, 명전차와 우전차     찻잎을 따는 시기는 절기로 봐서 중국은 청명, 우리나라는 곡우 전에 시..

다연회 2024년 시월 다회 후기-넷이서 마신 빙도와 노반장

다연회 다회가 이렇게 참석 다우가 적었던 달이 있었을까요? 시월은 다우님들의 일정이 많아서 참석자가 네 명...인 줄 알았는데 두 분이 더해져서 여섯 분으로 기본 인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두 분이 참석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겨 처음 인원인 네 명으로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찻자리를 준비하는 제 입장으로는 에피소드인커피 차실의 정원인 8명이 되었으면 하지요. 성원聲援에 힘입어 성원成員이 되면 좋으니까요. 그런데 인원이 적으면 적은 대로 준비 방향을 잡으면 그 나름의 분위기로 찻자리를 꾸릴 수 있지요. 이런 날에는 깊이로 차를 마셔야 제 맛입니다.      응관님, 상희님, 서영님과 무설자가 차를 마십니다. 다들 이십 년 가까이 차를 마셔온 내공이 있는 분들이지요. 그래서 시월 다회는 노반장, ..

노반장 빙도노채, 차산지를 보이차 이름으로 쓰는 이유

별 다섯 개인가 여섯 개인가 모르겠지만 특급 호텔 셰프 출신 요리사가 자신의 레스토랑을 개업했다고 한다. 조미료, 특히 MSG는 절대 쓰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광고를 따로 할 것도 없이 그의 명성만으로도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추구하는 조리 철학을 담아 만든 음식에 한껏 기대했었는데 첫 술을 뜨고 나서 수저를 놓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은 개업 날 이후에 좌석이 잘 채워지지 않게 되었다. 그가 들었던 최악의 한 마디는 이 음식을 먹으라고 내놓는 거냐는 말이었다. 요리계의 명인이 그런 말을 들었으니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는 곧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 낸 수습 방안으로 그의 명성에 걸맞게 손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