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51

일하는 것과 그 대가를 받는 법

일하는 것과 그 대가를 받는 법 스님의 계산법 어떤 스님이 있었다. 이 스님은 가는 절마다 주변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논이나 밭으로 만들었다. 그 스님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분이었지만 사실은 절의 어른이었다. 그 스님이 절 주변의 땅을 소일 삼아 개간하여 논이나 밭을 만들어지고 나면 그 논밭은 인연이 닿는 사람에게 싼 값으로 건네 졌다. 부산의 어느 절에 있을 때도 그 스님은 여름 내내 비지땀을 흘려가며 황무지를 밭으로 만들었다. 밭이 만들어지자마자 절 아랫마을의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자신에게 팔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스님이 계산에 어둡다는 것을 알고는 아주 싼 가격을 제시했다. 스님은 그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는 그 논밭을 그 사람이 제시한 가격으로 넘겨주었다. 그 스님은 절의 재무스님..

한가로운 구름을 닮은 다인이 사는 집-한운거閑雲居

다인茶人의 단독주택, 한운거閑雲居-한가로운 구름을 닮은 다인이 사는 집 집, 이 말 한마디로도 수많은 생각을 떠 올릴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 home과 house의 차이가 바로 집이라는 의미에 들어 있습니다. 돌아가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입니다. ‘집에 간다’라고 하는 의미는 모든 이성적인 긴장을 무장해제하고 원초적인 감성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이지요. 우리네 삶을 돌아봅니다. 뻔한 동선, 집에서 직장으로 퇴근하고 바로 집에 갈까 고민하다가 샛길로 빠지던지 아니면 집에 가도 거실에 앉았다가 잠자리에 드는 일상으로 사시는 분이 얼마나 많을까요? 더구나 남자들에게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은 너무 심심합니다. 서재라는 공간을 할애 받은 분은 그래도 낫지만 아이들에게 방을 다 주고 나니 안방은..

理判과 事判의 사이에 서서

겨울은 계절이 속도 조절하는 계절이다. 여름날, 뙤약볕이든 태풍이든 끝없이 내리던 장맛비든 서두르듯 양으로 내닫다가 찬바람 앞에서는 그 분위기가 가라앉고 만다. 그리고 겨울,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봄을 위해 휴식을 취한다. 사람도 겨울이면 한 해의 끝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날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진다. 예순을 넘은 내 나이는 겨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을 해도 끝을 보고 성과를 장담하던 그 열정의 시간이 이제는 내 것이 아니다.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던 체력도 이제는 하룻밤을 장담하기 어렵다. 친구들끼리 소주 한 잔 하는 자리에서도 건강 얘기가 빠지지 않으니 여름 같은 열정의 나이는 이미 지나 버렸다. 나에게 겨울이란 어떤 의미인가?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지금 나..

중국 어학연수길에 나선 딸에게

중국 어학연수 길에 나선 딸에게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비행기 안이겠구나. 잠깐 여행이 아니라 일년을 살기 위해 중국으로 가고 있는 네 머리 속에는 온갖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집을 떠나고 학교를 떠나고 네가 만나던 사람을 떠나는 자리이다. 여자 나이 스물둘이면 이제 스스로 서기 위한 마음가짐이 확고해야 하겠지만 아직도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지 불안하기만 할 것이다. 인생은 예정된 길을 간다고 믿는 것이 아빠의 요즘 생각이다. 그 예정된 길이라는 것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자신의 의지보다는 어떤 큰 힘에 의해 밀려서 살아온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너에게 예정된 길 중 중국에서 살아보는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누구나 앞날을 알 수 없기에 스..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자식 자랑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자식 자랑 자식자랑은 푼수나 하는 짓이라고들 합니다. 자식자랑과 아내자랑이 합쳐지면 온 푼수, 한 쪽만 하면 반 푼수라지요. 그래도 반 푼수가 되는 걸 각오하고 자식자랑 좀 해야겠습니다. 건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제 아이가 올해 부산국제건축문화제에서 주관하는 디자인 워크샾에서 2등으로 입상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된 30개 팀이 경합하여 그 결과를 만들었으니 자랑할만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동안 좋은 대학 못 갔다는 이유로 이렇게 저렇게 구박을 많이 받았었지요. 제 자신이 더 힘들었을 텐데 내 얼굴 깎였을까봐 그렇게 못난 짓을 했었나 봅니다. 다들 자식 키우면서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일을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부모얼굴에 훈장 만드는 일을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