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34

혹시 각방 쓰시나요?

各房각방을 사전에 찾아보았다. 저마다 따로 쓰는 방이라고 딱 나와 있다. 이 단어가 사전에 올라와 있는 게 생소했다. 용례를 찾아보니 ‘그들은 부부 관계마저 포기한 채 각방을 쓴 지 오래다.’라고 나와 있으니 '각방'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부부도 공식적으로는 방을 따로 쓰지는 않지만 아내가 내 옆에서 자지 않은지는 제법 되었다. 우리집 침대는 킹사이즈라서 셋이 누워도 될 크기인데 언제부턴가 불편하다며 아내는 거실로 잠자리를 옮겨 버렸다. 침대를 수면용(?)으로만 쓴 지 오래라서 별문제는 없지만 어쨌든 나와 아내는 잠자리를 따로 쓰고 있다. 각방 쓰시나요? 부부가 한 방을 쓰지 않고 따로 방을 쓰는 집이 많다고 한다. 우리 부부처럼 나이를 많이 먹은 경우에는 어쩌면 잠자리를 따로 쓰는..

발코니는 아파트에서 마당

한 달에 두어 번은 우리집에 손주가 온다. 출가한 자식과 가까이 사는 건 노후의 삶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걸 심감하고 산다. 요즘은 자식들이 결혼만 해주어도 다행인데 손주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집은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손녀를 주말마다 기다리니 주변에서 이런 자랑을 하려면 밥을 사라며 부러워한다. 손주가 우리집에 오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발코니이다. 우리집 발코니 한쪽에는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꽃이 피어나고 상추와 쑥갓, 아삭 고추도 자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독에는 아내가 담은 간장이 담겨 있어 우리집 장맛을 지켜간다. 손주가 다니러 오면 아장아장 오가며 꽃구경하는 걸 보는 재미도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에선 꿈도 못 꾸는 장면이다. 구..

명지동 상가주택 이안재-미션 임파서블? 아니 파서블 미션이길

미션 임파서블,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 영화가 시리즈 7까지 나오는 건 주인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상상불가의 묘책과 액션으로 멋지게 수행해 내기 때문일 것이다. 집을 설계하는 직업인 건축사의 일도 임파서블한 미션을 수행해야 할 때가 많다. 건축주가 바라는 만큼만 검토해서 대화를 줄이면 짧은 시간에 설계를 마무리할 수 있다. 설계 작업은 아무리 간단한 프로젝트라 해도 내가 건축주라면 서두를 수가 없을 것이다. 싸고 좋은 물건이 없듯이 집도 마찬가지인데 공사비를 줄여 좋은 집을 어떻게 지을 수 있을까? 설계는 그런 고민에 대해 가장 적합한 답을 내는 과정이니 어찌 서두를 수 있을까? 건축사는 건축주와 함께 집을 짓는 목적에 맞춰 공사비까지 가늠해서 설계도를 완성해야 한다. 건축사에게 설계..

명지동 상가주택 이안재-집 지을 터를 살피다

설계 계약을 하고 난 다음 단계는 집터를 살피고 그 터에 적용된 건축법을 살피는 일이다. 물론 그에 앞서 건축주께서 생각하는 집에 대한 뜻을 잘 받아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집터-대지의 조건과 건축법, 건축주의 의견을 조합하고 나면 집의 얼개가 60%에서 70%는 결정된다고 본다. 이 단계에서 건축사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잘 정리하면 한두 번의 협의로 바로 실시설계로 진행할 수도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설계가 이렇게 진행되고 계약 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허가 접수 준비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건축사가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을수록 설계에 소요되는 기간은 짧아진다. 그런데 그렇게 진행을 서두르게 되면 불안하지 않을까? 한 달 정도에 집을 짓기 위해 시공자를 물색해야 한다면 이제 배가 항구를..

명지동 상가주택 두 번째 프로젝트-이안재 설계 계약

상가주택 네 번째 프로젝트를 계약하게 되었다. 건축주는 한 달 전에 상가주택 설계 관련 상담을 하고 다녀갔는데 드디어 계약이 이루어졌다. 이번 계약은 지난번 이안정과 같이 지인의 추천이나 소개가 아니라 SNS를 통해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어서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개인이 건축물을 짓는다는 건 망망대해에서 조각배를 타고 항로를 찾아 목적지로 가야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집 짓는 과정에서 첫 관문이라 할 설계자의 선정은 가장 중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건축주 자신은 아는 건축사가 없을지라도 지인 몇 명에게 추천을 요청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설계자를 찾는 게 왜 어려운 일이라고 할까? 부산에만 천 명이 넘는 건축사가 있지만 우리 집을 짓는 적임자는 딱 한 사람일 것이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