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비싼 땅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자고 하는 아내

무설자 2022. 4. 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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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 시내에는 새로 짓는 단독주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 때문이다. 임대사업을 위해 짓는 도시형주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쟁적으로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땅값을 올려 버렸다.

 

도시형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단독주택이 모여 있었던 오래된 동네가 이제 거의 다 없어져버렸다. 임대수익을 위해 소위 원룸 주거가 동네를 점거하는 건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과 다름없다. 주민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서 우리 동네라는 정체성이 옅어지게 되니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집만큼 우리 동네에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이 땅값에 밀려 아파트로 가고 만다. 땅값이 오른 집에 등을 붙이고 살 수 없도록 가해지는 이런저런 압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에서 땅을 밟고 사는 사람은 아주 특별한 이유나 철학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땅값이 비싼데 단독주택을 지어도 될까요?     

 

요즘 부산에는 어디라고 할 것 없이 평당 천만 원을 호가하는 게 보통이다.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100 평 내외는 되어야 하므로 땅을 구입하려면 10 억이 필요하다. 공사비는 마흔 평 정도로 짓는다면 사억 정도 있어야 하므로 땅값과 공사비를 합치면 15억이 된다.

 

땅값이 너무 비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걸까? 그러니 대도시에서 단독주택에 살기란 애당초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찾아와서 하소연 비슷하게 얘기를 건넸다. 이 비싼 땅에 아내가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자고 하는데 말이 되느냐며 푸념을 한다. 경제성을 두고 하는 얘기라면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주변에는 소위 주택임대업을 하는 도시형주택이 많으므로 그쪽으로 쓰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는 아파트에 살기 싫다며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고집을 부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아내가 그렇게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건 그만한 경제적인 여건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파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아파트에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파트도 지은 시기별로 다르고, 땅의 여건에 따라 달라서 꼭 같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기본 얼개를 보자면 다를 게 없는 집이다. 전면에 면한 방이 둘, 셋, 넷으로 다르고, 안방에 욕실이 없었는데 파우더룸과 드레스룸까지 갖춘 디럭스형이 있다는 게 다르다.

 

자세하게 살피자면 주방이 더 커지고 고급스럽게 변신했다. 거실 앞에 있던 발코니가 없어져서 같은 평형 대인데 더 넓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또 알파룸이라는 다목적실도 추가된 아파트도 있다. 아파트도 진화해서 집의 분위기가 아니라 호텔 같이 고급스럽다.

 

아파트 값도 천정부지로 올라서 십억은 예사고 얼마나 더 비싼지 경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바다가 보여서 비싸고, 층수가 높아서 비싸고, 역세권에 대단지라서 비싼 아파트 값의 경쟁은 말릴 수가 없는 지경이다. 아파트 사업자들은 아마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파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왜 이 비싼 땅에 단독주택을 짓자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하소연이다. 이제 도시 안에는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는 이웃이 사라지고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는 비정한 곳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는 단독주택을 권한다

 

재물이 많은 만큼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우문에 어떤 사람은 현답 대신에 다시 질문형으로 답해온다. 재물이 부족하면 행복해질 수 없지 않으냐고. 그 질문형 답변에 대해 오답이라고 확신을 담아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땅은 분명 재물임에 분명하다. 땅을 되팔아서 차익을 남길 수도 있고 사업성이 높은 건물을 지어 이익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땅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면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그분의 아내는 분명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나는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이 있다면 왜 아파트에 살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아파트는 TV 보고 잠자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단독주택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마당이 보인다. 마당의 왼편은 독립된 거실채, 오른편은 침실채로 채 나눔되어 있다
채나눔된 평면의 특성으로  높은 천정고를 가질 수 있으며 독립된 공간에서 자유로운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독립된 거실채의 실내 분위기, 남서향으로 열리고 시원한 조망까지 확보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단독주택의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설계 중인 부산 명지동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일층 근린생활시설, 이층에는 다가구주택이 들어가고 삼층에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두어 아파트와 다른 새로운 주택으로 시도했다
 

한 아파트에서 십 년을 살았다고 하면 이재에 어두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옮겨 사는 일을 몇 번만 하면 평생을 일해서 모으는 돈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다. 그런 부지런을 떨지 않고 살았다면 대한민국식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없는 덜떨어진 삶이라 자책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재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定住정주하지 않고 부초처럼 옮겨 다니면서 살다 보면 아이들은 친구도, 한 동네에서 살았던 추억도 가지지 못하는 인생이 되고 만다. 우리집, 우리 동네라는 삶터의 기억은 훗날 돌아보며 그리워할 수 있는 인생의 여백이 된다. 또 나이가 들어갈수록 집이란 내 몸과 마음이 의지할 안식처이니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던 재물이 넘치는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멀게 하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인생의 마지막에 내 곁에서 나를 보듬어주는 건 배우자이며 우리집일 수밖에 없다. 우리집에서 부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내 삶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