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풀어 쓰는 건축이야기 33

건축가의 능력

건축가가 가져야 할 자질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일을 만드는 능력입니다. 그것은 일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을 찾아오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일 없는 것이 불황의 탓이라고 넘기지도 말아야 합니다. 활황이어서 넘치는 일을 주워담듯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진정한 능력이 아닙니다. 그렇게 만드는 일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것을 이제껏 보아 왔습니다. 그것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건축가로서 생존방식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 인 철

옛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까닭은?

오래된 산사에 가면 왠지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굳이 불교를 종교로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그런 편안함을 찾아 산사를 찾는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주는 편안함은 어떤 연유에서 그런 것일까? 절이 있는 곳은 명당이라고 한다. 큰 산에는 이름을 들면 알 수 있는 명찰이 다 있다. 그 자리에 절이 없으면 오히려 제대로 경치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이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앉아있다. 명당이라는 용어는 풍수지리에서 연유가 된다. 풍수지리는 요즘까지도 묘 자리를 잡을 때 쓰는 것이라고 알아서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쉽다. 묘 자리를 잡는 것은 음택 풍수라고 하여 조선시대에 와서 유교의 영향으로 매장을 위한 좋은 자리를 잡는데 많이 쓰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 풍수는 고을 터를 잡고 집을 지을 때 사람..

갈림길에서 길을 묻다

17년 전인가? 큰 결정을 해야했었다.대학을 졸업하고 5년차에 막 접어들었을 때였다. 사무소를 옮겨야 하나? 아니면 있던 곳에서 적당히 개기다가 건축사 시험을 보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다. 있던 사무실에서 개기면 5년 차니까 시험 준비를 하다가 6년 차에 시험을 치면 되고, 사무실을 옮기면 새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험 준비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건축사 자격증이 벼슬처럼 여기던 시절이었지만 그 욕심보다는 일에 더 목이 말랐다. 있던 사무실에서 일을 제대로 익히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1년 차를 보냈던 곳에 다시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마음처럼 몸을 움직이기도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학 선배님을 찾아 뵈었다. 2년 선배였지만 2년이라는 시간차를 떠나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었다. 어쩌면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