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풀어 쓰는 건축이야기 3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설자의 에세이 삶 이야기 15032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작년에 출강했었던 모교의 후배이자 제자들이 사무실을 찾아 왔었다. 십년 넘게 겸임교수로 강의를 나가다가 3년을 쉬었는데 선배 교수님이 한해만 강의를 맡아달라는 부탁으로 출강을 했는데 한 학기로 그만 두었다. 예순을 앞둔 나이다 보니 교수들도 후배, 외래교수들도 제자들인데다 학생들과는 30년이 넘는 세월차라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 학기 나에게 수업을 받았던 자식이라도 막내같은 학생들이 잊을만 하면 찾아 온다. 이 녀석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한 잔하는 재미는 자리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재잘 재잘 떠드는 아이들과 잔을 나누면서 어울리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시름이 싹 가신다. 강의를 나갈 때 학생들과 술..

길타령-광복로에서/계간 예술문화비평 2014년 가을호

길타령 김정관 건축사, 수필가/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길이 없어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김기택 시인의 시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를 읽으며 새보다 땅을 많이 밟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땅을 거의 밟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지상에서 몇 십 센티미터에서부터 수십 미터 높이에 떠서 사는 셈이다. 새보다도 땅을 다 많이 밟고 산다는 건 길 걷기를 좋아하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걸 이르는 것이렷다.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으나 서너 걸음 밟기도 전에 자가용 문이 열리자 그는 고층에서 떨어진 공처럼 튀어 들어간다. 휠체어에 탄 사람처럼 그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다닌다. 발 대신 바퀴가 땅을 밟..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 초청강연회 제3강,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우리 집짓기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 초청강연 제3강, 강연원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우리집’ 짓기 도반건축사사무소 김 정 관 왜 집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 했을까?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행복할 수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인 옷과 밥, 집은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짓는다’라고 쓴다. ‘짓다’라는 말을 어디에 쓰는지 사전에서 살펴보니 ‘사람의 의식주와 관련된 것을 재료를 들여 만든다.’라고 되어 있다. 하필이면 의식주와 관련된 것에 ‘짓는다’라고 쓰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또 ‘글’을 짓고 ‘약’을 짓고 ‘농사’를 짓는 것이니 ‘짓다’를 붙이는 목적어는 생활의 근본이 되는 의식주와 함께 정성을 다해서 해야 하는 일에 ‘짓다’를 붙여서 쓰..

일하는 것과 그 대가를 받는 법

일하는 것과 그 대가를 받는 법 스님의 계산법 어떤 스님이 있었다. 이 스님은 가는 절마다 주변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논이나 밭으로 만들었다. 그 스님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분이었지만 사실은 절의 어른이었다. 그 스님이 절 주변의 땅을 소일 삼아 개간하여 논이나 밭을 만들어지고 나면 그 논밭은 인연이 닿는 사람에게 싼 값으로 건네 졌다. 부산의 어느 절에 있을 때도 그 스님은 여름 내내 비지땀을 흘려가며 황무지를 밭으로 만들었다. 밭이 만들어지자마자 절 아랫마을의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자신에게 팔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스님이 계산에 어둡다는 것을 알고는 아주 싼 가격을 제시했다. 스님은 그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는 그 논밭을 그 사람이 제시한 가격으로 넘겨주었다. 그 스님은 절의 재무스님..

理判과 事判의 사이에 서서

겨울은 계절이 속도 조절하는 계절이다. 여름날, 뙤약볕이든 태풍이든 끝없이 내리던 장맛비든 서두르듯 양으로 내닫다가 찬바람 앞에서는 그 분위기가 가라앉고 만다. 그리고 겨울,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봄을 위해 휴식을 취한다. 사람도 겨울이면 한 해의 끝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날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진다. 예순을 넘은 내 나이는 겨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을 해도 끝을 보고 성과를 장담하던 그 열정의 시간이 이제는 내 것이 아니다.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던 체력도 이제는 하룻밤을 장담하기 어렵다. 친구들끼리 소주 한 잔 하는 자리에서도 건강 얘기가 빠지지 않으니 여름 같은 열정의 나이는 이미 지나 버렸다. 나에게 겨울이란 어떤 의미인가?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지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