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풀어 쓰는 건축이야기

옛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까닭은?

무설자 2005. 8. 17. 15:53
728x90

통도사 자장암

 

오래된 산사에 가면 왠지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굳이 불교를 종교로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그런 편안함을 찾아 산사를 찾는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주는 편안함은 어떤 연유에서 그런 것일까?

 

절이 있는 곳은 명당이라고 한다. 큰 산에는 이름을 들면 알 수 있는 명찰이 다 있다. 그 자리에 절이 없으면 오히려 제대로 경치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이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앉아있다.

 

명당이라는 용어는 풍수지리에서 연유가 된다. 풍수지리는 요즘까지도 묘 자리를 잡을 때 쓰는 것이라고 알아서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쉽다. 묘 자리를 잡는 것은 음택 풍수라고 하여 조선시대에 와서 유교의 영향으로 매장을 위한 좋은 자리를 잡는데 많이 쓰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 풍수는 고을 터를 잡고 집을 지을 때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터를 찾는 일종의 지리과학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고 해도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일반해가 되지 않다보니 다소 신비주의적인 사항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그 신비주의적인 내용으로 확대 해석되어 형이상학적인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 것이 사실일 것이다. 절터를 잡을 때도 천년을 내다보며 제반조건을 따져서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지은 절이라도 전쟁으로, 화재로 스러지기도 하고 사람이 살지 않아 허물어지기도 하는 무상의 도리에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절 중에서 군사적인 필요에 의해 일종의 군기지적인 차원에서 지은 경우도-옛날에는 스님들이 군인의 역할도 했기에-있고, 그 지역의 고을의 흉한 기운을 다스리는 비보차원에서 탑이나 절을 짓기도 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에는 스님들의 수행처로, 왕실의 원찰로, 신도들의 기도처로서 적합한 곳을 찾아 지었다고 해야 하겠다. 집의 용도에 맞춰서 풍수적인 길지를 잡아 집을 앉혔다.

 

땅에도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우선 바람이 많이 들지 않는 곳, 산세가 수려한 곳이면서 앞에 물이 흐르는 곳 등이 일반적으로 좋은 땅이라고 보았다. 땅의 전체적인 형국에 맞춰 규모도 결정을 하고 한 곳에 모아서 짓기도 하고 여러 곳으로 나누어서 짓기도 했다.

어떻든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주변의 지형을 살펴서 적정한 규모로 지었으니 자연과 하나 되는 환경생태학적인 집을 지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오래된 산사는 누가 가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