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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굳이 노차로 마셔야겠는지요?

후발효차의 끝판왕은 노차라고 한다. 후발효차의 의미를 표현하는 월진월향越盡越香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세월이 더해지는 만큼 차향도 빼어나다는 의미이니 십 년을 넘어 백 년 된 보이차에 신비감이 더해진다. 이 모호한 신비감을 업고 상업적으로 악용된 가짜 보이차가 시장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노차는 가짜 보이차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30년 이상 되었다는 90년대 보이차는 쉽게 사고 팔리는 상황이다. 상인에게 ‘가짜 아니죠?’라고 묻는 사람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일까? 대만에서 많이 들여온다는 90년대 노차는 뛰어난 작업 기술로 진품에 가까운 향미를 보인다고 한다. 진품이라면 매겨질 수 없는 가격에다 향미까지 90년대 노차 뺨칠 정도이니 구매 유혹에 혹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독주택 인문학 15 - 손주가 자주 오는 집은 평면도가 다르다

우리집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독주택을 짓는 목적이라고 해도 되겠다. 아파트에서는 할 수 없는 일상생활을 단독주택을 지어서 누리기 위함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지금은 누구나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한마디로 얘기하면 잠만 자고 나오는 숙소 이상 다른 일을 하는 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밤이 되면 잠잘 시간에 맞춰 들어가지 않는가? 휴일이면 집에 하루 종일 있다고 해도 TV를 보는 일 말고는 따로 할 일이 없다. 모처럼 가족들이 같이 모여 밥을 먹어도 집 밖에서 외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거실에서는 TV를 보고 각자의 방은 잠을 자는 이외의 기능을 담아내지 못하는 집이 아파트가 아..

고수鼓手 한 명이 열 명의 명창名唱을 키운다

얼쑤~~!!!좋구나~~~!!!소리꾼이 노래를 하는 중간중간에 고수가 추임새를 넣는다. 소리하는 자리에 소리꾼만 보이고 고수가 하는 역할을 소홀히 보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처럼 고수의 역할은 무대에서 절대적이라고 한다. 아무런 무대 장치 없이 소리꾼 한 사람의 소리로 진행되는 자리에서 청중의 감동은 고수의 북장단과 추임새로 결정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고수의 장단과 추임새에 따라 소리의 효과가 달라지기에 그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일고수이명창이라는 말까지 있다. 고수는 북채를 쥐는 법, 북통을 놓는 위치, 왼손을 쓰는 법, 바른손과 팔을 놀리는 법, 앉은 자세와 시선의 움직임 등의 기초에서부터 추임새 넣기, 각내기, 거두고 늘이기, 등배 가려 치기, 반각 치..

손주가 그린 '우리가족나무'

"할아버지, 제가 그린 그림 보실래요?" 다섯 살 손주는 할아버지에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그러면서 손바닥만 한 종이를 내미는데 얼굴 일곱 개가 나뭇잎을 대신해서 나무를 이루고 있다. "그림 제목은 우리 가족 나무예요" 손주가 그린 불후의 작품, '우리 가족 나무' 아래에 있는 얼굴 둘은 엄마 아빠, 위에 있는 얼굴 둘은 할머니 할아버지, 가운데 얼굴은 손주라고 한다. 눈코입이 없는 얼굴은 누구냐고 하니까 돌아가신 분이라며 그분들도 우리 가족이란다. 손주가 돌아가신 증조모 증조부까지 함께 가족으로 생각하다니 기특하기 이를 데가 없다. 존댓말과 우리 가족 '우리'라는 호칭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독특한 어투이다. 영어의 our와는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친구들과 있으면서 '우리 아내'라고  영어로 'o..

노차老茶라는 이름의 '가짜 보이차'와 '억대 보이차'

보이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가짜차'나 '무지하게 비싼 차'가 아닐까 싶다. 중국에는 계란이나 쌀도 가짜가 있다고 하니 보이차도 가짜의 오명을 쓰게 되나 보다. 이와 반대로 한 편에 억대가 넘는 노차인 '홍인'의 얘기를 듣고 아주 비싼 차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 인식은 사실이어서 보이차는 '가짜차'도 있고 억대를 호가하는 '홍인' 같은 노차도 있다. 이 두 가지 차를 하나로 묶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자. 보이차는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가치가 높아진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원래는 보이차도 다른 차류처럼 만든 그 해부터 마시던 차였지만 밀식 재배한 관목형 대지차는 쓰고 떫은맛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관목형 대지차는 차나무 재배에서 관리도 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