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여성경제신문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대엽종 찻잎이 만들어내는 독존의 향미, 보이차

무설자 2024. 9. 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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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차, 율무차, 계피차도 '차'라고 명함을 들이밀지만 차는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 고유한 음료이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가 다 차나무 잎으로 만든 엄연한 '차'라는 건 알아야겠다. 그렇지만 녹차는 소엽종, 우롱차는 중엽종, 보이차는 대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드는데 왜 그런지 알게 되면 차 생활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차는 육대 차류에서 흑차로 분류하고 후발효라는 특성으로 다른 차류와 다르게 오래 보관해서 마실 수 있다. 왜 흑차류는 오래 될수록 그만큼 가치를 더 쳐주는 것일까? 물론 백차나 홍차도 그 해에만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백차는 3년이면 약이요, 7년이면 보배라고 하며 홍차나 우롱차도 묵힌 차로 마셔도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이차만 유독 오래된 차를 '노차'라는 별칭을 부여하는데 그 근거는 바로 대엽종 차나무에 있다.

 

대엽종 차나무는 차나무의 元祖원조  

        

차나무는 대엽종, 중엽종, 소엽종으로 나눈다. 대엽종 차나무는 중국 윈난성과 그 주변의 쓰촨성과 인접 나라에 분포한다. 중엽종은 저장성 일대, 소엽종은 위도가 북쪽으로 올라가 추위를 견뎌내며 자라는데 칭따오 일대가 북방 한계선이다. 

     

大葉種대엽종 차나무는 잎의 길이가 13~15cm, 너비는 5~6.5cm이니 다 자라면 손바닥만 하고, 나무의 높이는 5~32m 정도까지 자란다. 小葉種소엽종 차나무는 중국 동남부와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잎의 길이가 4~5㎝ 정도, 나무높이는 2~3m 내외로 관리하기 편하도록 품종을 개량하여 가장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중엽종은 대엽종과 소엽종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되겠다.  

 

대엽종 차나무의 찻잎, 다 자란 이파리의 크기는 손바닥만 하다. 잎 크기 만큼 소엽종과 대엽종은 내포된 성분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데 폴리페놀 성분은 두 배 가까이 대엽종이 많다.
 

        

큰 잎의 대엽종과 작은 잎의 소엽종 중에 차나무의 원조는 어느 쪽일까? 대엽종에서 출발해서 소엽종으로 진화했을까? 추운 지방의 소엽종이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해서 대엽종이 되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아열대 지방에 있는 대엽종이 原種원종이라고 본다. 운남 대엽종으로 수령이 3200년이나 된 차나무가 있고 차왕수라고 부르는 수령 천년이 넘는 차나무 군락지도 적지 않게 있는데 야생이 아닌 재배 차나무라는 게 놀랍다.    

      

잎의 크기는 대엽종이 크지만 두께는 소엽종이 더 두텁다. 따뜻한 지역에서 추운 지역으로 옮겨가 겨울을 넘겨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결과이다. 일반 나무도 아열대지역은 잎의 너비가 넓지만 한대지방에서는 바늘처럼 생긴 침엽수를 생각하면 되겠다.  

 

성분이 다른 대엽종 보이차와 소엽종 녹차

 

보이차가 대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지는 건 왜 그럴까? 이 질문은 다시 해야 하는데 꼭 대엽종 차나무 잎이라야 한다는데 왜 그럴까? 그건 차나무 잎의 성분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찻잎의 주성분은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카페인이다.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비율로 보면 대엽종과 소엽종의 성분 차이가 확연하게 다르다. 차 성분의 함량비에서 대엽종은 폴리페놀이 높고 소엽종은 아미노산이 많다. 폴리페놀은 쓰고 떫은맛, 아미노산은 상쾌하고 감칠맛이 난다.      

    

대엽종으로 만든 보이차는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묵히거나 악퇴 발효를 통해 순화시켜서 마신다. 반면에 소엽종으로 만드는 녹차는 상쾌하고 감칠맛이 많으므로 차로 만들어서 바로 마실 수 있다. 그래서 보이차는 후발효차로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녹차는 가능한 한 빨리 마셔야만 온전한 향미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보이차를 묵히거나 악퇴발효를 거쳐 숙차로 마셔야 하는 건 녹차와 같은 관목 형태로 재배하는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

 

보이차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차류와 다르다. 그해 만든 차보다 묵힌 차가 가격이 비싸서 대량으로 구입하게 되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소엽종 찻잎으로 만든 녹차는 보이차처럼 오래 보관하거나 묵혀서 마실 수는 없을까? 찻잎은 차나무에서 떨어지고 나면 폴리페놀의 산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쇄청모차는 찻잎을 뜨거운 솥으로 덖고 햇볕에 말리는 과정에서 산화가 천천히 진행되고, 숙차는 발효 공정에서 폴리페놀 성분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대엽종 차나무는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산화가 진행이 되거나 발효 공정을 거치더라도 차의 향미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폴리페놀 함량이 낮은 소엽종으로 만든 녹차는 시간이 지나면 점점 밍밍한 맛이 되고 만다. 그래서 소엽종 차나무 잎으로는 보이차를 만드는 공정으로 만들면 폴리페놀 함량이 줄어드는 만큼 차의 향미를 잃게 된다. 보이차 산지 중 의방차는 잎의 크기로는 소엽종이지만 폴리페놀 성분이 대엽종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후발효차인 보이차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묵히지 않고 바로 마시는 보이차인 고수차   

       

보이차의 쓰고 떫은맛의 정체는 아주 복합적이다. 폴리페놀은 쓰고 떫은맛이며 카페인은 쓴맛인데 커피를 마셔도 이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포도주를 마시면서 맛보게 되는 쓰고 떫은맛도 바로 폴리페놀 성분 때문이다. 결국 차, 커피, 포도주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쓰고 떫은맛을 내지만 각각 다른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고유한 향미를 만들어낸다.

          

폴리페놀은 차, 커피, 포도주가 가지는 향미의 바탕이 되고 다른 성분이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보이차도 밀식 재배하는 다원(대지)차는 햇볕을 받는 만큼 생성되는 폴리페놀의 쓰고 떫은맛이 강해서 바로 마시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자연 생태 환경으로 관리하는 고수차는 토양과 수종에 따라 산지마다 다른 독특한 향미로 특정 산지의 찻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일억 이상,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는 노차가 홍인이다. 또 그 해 만든 차라고 해도 진품이라면 빙도노채는 제 가격을 지불해도 구입하는데 신중해야 한다.
 

        

2010년부터 고수차가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향미가 다른 차 산지들이 계속해서 알려지고 있다. 그 시작은 맹해 차구의 노반장이었는데 지금은 빙도노채와 만송차가 정상을 다투고 있다. 키 큰 교목 형태로 생태 환경을 보전하며 재배되는 산토차(고수차)는 쓰고 떫은맛으로 묵히거나 발효를 거친 숙차로 만들어 마셔야 한다는 보이차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수령으로 따져 30년까지 소수차, 50년은 중수차, 100년 이하는 대수차로 부르고 100년 이상된 차나무를 古樹茶고수차라고 한다. 처음에는 300년 이상 된 차나무를 고수차라고 불렀는데 시장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100년 이상이면 고수차로 보게 되었다. 근래에는 산지를 대표할만한 차나무에서 채엽한 차를 단주차라고 하면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대엽종 차는 쓰고 떫어서 오래 묵혀서 마셔야 한다거나 악퇴 발효 공정을 거쳐 숙차로 만들어 마셔야 한다는 게 보이차의 정설이었다. 그렇지만 고수차를 마셔보면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다. 보이차를 원래는 묵혀서 마시던 차가 아니라는 것이 고수차의 등장으로 증명되었다. 물론 보이차는 후발효가 이루어지면서 변화되어 가는 향미를 즐길 수 있는 차임에는 틀림없다. 

 

소엽종과 대엽종, 더 들어가서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조금 더 들어가 산지별로 다른 향미의 차이를 알게 되면 왜 보이차가 다른 차류와 차별되는 독존의 차인지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만약 지금 마시고 있는 보이차 생차가 떫고 쓴맛이라며 손사래를 친다면 고수차가 아닌 다원(대지)차라고 보면 되겠다. 이에 덧붙여 첫물차로 만든 고수차라면 어떤 차류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보이차의 향미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12

원문읽기 :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