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여성경제신문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보이차라는 이름을 같이 쓰지만 알고 보면 다른 차, 생차와 숙차

무설자 2024. 7. 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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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어떤 차일까? 보이차를 본격적으로 알아 보려고 하니 어느 쪽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망설여진다. 보이차의 세계에 들어가 오리무중의 상황에서 그나마 먼저 보이는 길이 몇 갈래가 나온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도착지는 한 곳이어야 하며 내가 마셔서 괜찮게 다가오는 차를 만나야 한다.      

 

우선 보이차는 생긴 모양부터 특이한데 그 내용은 차차 다루기로 하고 우선 쉽게 볼 수 있는 모양은 동그란 병차이다. 원반 모양으로 생긴 덩어리차인 餠茶병차는 종이로 포장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 내용이 적혀 있다. 포장지에 적혀져 있는 내용만 읽을 수 있어도 보이차에 대한 막막함이 나아질 것이다.  

 

보이차의 두 종류, 생차와 숙차    

 

차 포장지에서 기재된 여러가지 내용 중에 생차와 숙차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생차는 전통 보이차, 숙차는 현대 보이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생차를 전통 보이차라고 하는 건 지난 시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온 차이기 때문이다, 찻잎을 따서 시들였다가 솥에 덖어서 비빈 다음에 햇볕에 말리면 보이차를 만드는 재료인 毛모차가 된다. 이 모차를 덩어리로 만들어 오랫동안 보이차로 자리매김해왔는데 지금은 반반 이름을 나누게 된 것이다.   

  

보이차라는 이름의 반을 차지해버린 숙차는 1973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지금도 새로운 제다 기술로 품질을 개선해 나가고 있어서 현대 보이차라고 한다. 숙차는 생차의 원료이기도 하는 모차를 발효 시켜서 만든다. 생차는 어두운 녹색을 띄지만 숙차는 짙은 갈색이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보이차는 생차였는데 왜 숙차를 만들어야 했을까?     

 

2000년대 초반까지는 대익차가 보이차를 대표했고 숫자로 된 차 이름으로 7542는 생차, 7572는 숙차의 기준이었다. 고수차가 대세가 되면서 생차는 산지명이 표기되고 있다
 

 

보이차가 생차만 있었을 때는 중국에서도 거들떠보지 않은 차였다. 지금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의 60% 이상이 녹차이다. 생차의 제다법이 녹차와 유사한데 왜 중국 사람들은 마시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보이차를 만드는 찻잎은 대엽종이라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마시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쓰고 떫은맛이 나는 보이차보다 달고 시원한 녹차를 마시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사람들의 기호에 맞지 않아 외면 받았던 보이차가 중국보다 외국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그 차가 바로 숙차였다. 숙차는 모차를 발효 시키니 쓰고 떫은맛을 줄고 달고 순한 맛으로 바뀌게 되었다. 가격에 비해 건강에도 좋은 효과가 있어서 유럽에서 수요가 많아졌다고 한다. 숙차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보이차는 중국인들은 거의 마시지도 않고 있었는데 중국을 대표하는 차가 되어 있었다. 2010년까지는 보이차는 중국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차였다.  

  

왜 숙차는 싸고 생차는 비쌀까?  

   

보이차를 구매하면서 의아한 점은 발효 과정이 더 들어가는 숙차가 생차보다 싸다는 것이다. 또 보이차는 후발효차의 특성으로 묵히면 더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생차는 오래 되면 될수록 값이 오르는데 비해 숙차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생차는 오래 묵힌 차를 시장에 많이 나오지만 숙차는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차에서 30년 이상된 차를 노차라고 하며 아주 비싸다. 그렇지만 노차는 거의 생차이며 숙차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또 오래된 숙차라고 해도 생차에 비해 가격이 높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사진의 왼쪽이 보이차의 원료가 되는 모차이고 오른쪽이 모차를 발효시켜 만들어진 숙차이다. 생차는 긴압된 덩어리 차로만 판매되고 숙차는 사진처럼 잎차 상태의 산차로도 판매된다

    

생차(오른쪽)와 숙차(왼쪽)의 병면 모습, 생차는 검녹색이고 숙차는 짙은 갈색이다. 생차가 30년 이상 지나면 갈색을 띠게 되는데 50년가량 묵히면 숙차처럼 변한다

 

 

생차와 숙차의 가치가 다른 이유는 모차를 만드는 찻잎의 차이에 있다. 생차는 모차를 그대로 긴압해서 덩어리차로 만들게 되니 질이 높은 찻잎을 써야 한다. 찻잎의 질이 차의 품질을 결정하게 되므로 생차는 차나무의 산지와 樹齡수령,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가격차가 많이 나게 된다.     

 

숙차는 발효 과정을 거쳐 쓰고 찻잎의 떫고 쓴맛을 달고 순한 맛으로 변화시켰다고 했다. 그래서 모차의 원료가 되는 찻잎의 질이 낮아서 원가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숙차의 가격이 싼 것이다. 또 숙차는 이미 발효를 통해 묵히지 않아도 편하게 마실 수 있어서 오래 보관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숙차는 보관하는 과정에서 차의 향미가 나쁘게 변할 수 있어서 오래되었다는 점이 불리하게 될 수도 있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할 때는 생차보다 숙차     

 

보이차는 다른 차류에 비해 향미가 두드러지게 다가오지 않는다. 녹차나 청차, 홍차는 누구나 비쌀수록 향미를 좋다고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보이차는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가격 차이에 호불호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산지, 수령, 채엽 시기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생차가 판매되고 가격으로 구매를 유혹하고 있다.

    

숙차는 발효 과정으로 차의 본성에 변화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숙차의 모료는 고급을 사용하지 않아 차의 가격이나 향미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렇다고 숙차가 저급차라고 받아들이면 곤란하지만 고급 숙차라고 해도 생차에 비해 가격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산지명을 차 이름으로 쓰는 생차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사진의 빙도노채는 판매가가 8만 위안인데 한화로 1500만원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에 비해 숙차는 가격부담이 적다.
 

 

숙차는 발효 공정에서 숙미라고 하는 불쾌한 냄새가 생기는데 최근에는 많이 개선되었다. 발효 식품인 청국장, 홍어나 치즈도 그렇고 김치에서 냄새가 나는 걸 피할 수 없듯 숙차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발효 식품은 냄새 자체를 풍미로 받아들이듯 숙미가 있어서 숙차답다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숙차는 누가 마셔도 좋고, 누구와 함께 마셔도 좋다. 커피를 아무나 마시고 아무 때나 마신다. 하지만 차는 격식을 갖추어야 마실 수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이다. 숙차는 커피보다 쉽게 마실 수 있는 차라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숙차 5g이면 두세 명이 양껏 마실 수 있으니 커피가 부담스러운 분은 건강을 챙기면서 즐기면 좋겠다.

 


 

숙차는 가격에서 어떤 차보다 부담 없어서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다. 357g 병차 한 편이면 두 달은 족히 마실 수 있으니 일상의 차로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햇차는 가격이 저렴하므로 한통-일곱 편을 구입해서 몇 년을 두고 익은 뒤에 마시면 더 좋다. 보이차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으니 넉넉하게 구입해서 익어가며 변화되는 향미를 즐기는 차이다.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 두 가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보이차는 1973년에 숙차가 개발되면서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되었고 생차는 고수차의 등장으로 중국 대륙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우선 전통 보이차라는 생차만 있다가 현대 보이차로 숙차가 1973년에 개발된 연유 등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생차가 좋은 지, 숙차가 좋은지 따져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차가 좋을까? 숙차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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