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여성경제신문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수령 3200년 차나무가 있는 보이차의 생산지 윈난성

무설자 2024. 8. 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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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중국 윈난성에서만 생산된다. 중국 정부는 2008년 12월 1일 보이차 지리표지산품보호관리법 국가표준조례를 발표했고, 2009년에는 조례 세칙으로 ‘보이차란 보이차 산지 환경 조건에 부합하는 윈난 대엽종 찻잎으로, 햇볕에 말린 쇄청모차를 특정 가공 공정을 거쳐 만든 독특한 품질의 차’로 명시했다.  

   

이 규정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점은 윈난이라는 지역과 대엽종이라는 차나무 종류, 쇄청이라는 특별한 제다법이다. 대엽종 차나무 잎, 쇄청모차를 원료로 만드는 보이차는 오래 보관해서 마실 수 있는 후발효의 특성을 가진다. 십년, 이십 년을 지나 오십 년, 백년이 지나도 그 시간만큼 가치를 더한다고 하는 보이차만의 특별한 정체를 알아보자.     

 

윈난은 차나무의 원생지    

 

중국 윈난성 임창시 봉경현 금수촌에는 수령이 3200년이나 되는 차나무가 있다. 320년이 아니라 무려 3200살이라고 하는 향죽청 고차수로 차나무의 조상, 錦秀茶祖금수차조라고 부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향죽청 고차수는 야생이 아니라 재배 차나무라고 한다. 3200년 전에 야생 차나무를 관리해서 재배 차나무로 채소처럼 길러 일상에서 마셨다는 것이다.  

   

윈난성은 수령 백년 이상 되는 고차수 군락지가 남쪽의 시상반나에서 북쪽의 임창까지 심산유곡에 펼쳐져 있다. 임창 차구에만 고차수 군락지가 1억 7천만 평이나 된다고 하니 차나무의 원생지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계단식으로 조성한 대지차밭까지 합하면 2억 6천만 평이 된다고 한다.

 

나무의 나이가 3200살인 향죽청 고차수, 차나무의 조상으로 차조(茶祖)라고 부른다. 중국 윈난성에는 수령 수백 년이 넘는 차나무 군락지가 많다. 사진출처 다음카페 취다헌

    

 

고차수의 찻잎으로 만드는 고수차는 각 산지마다 뚜렷한 향미의 차이를 보인다. 같은 지역이라도 산등성이 양쪽이 다르고,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산의 산지마다 차의 향미가 다르다. 해마다 산지 이름이 새로 나올 정도로 고차수가 가지는 다양한 생태적 특성은 보이차만 가지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나무의 수령이 3200년이라니 이 사실만으로도 차나무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는가? 그래서 보이차는 수령 백년 이상인 차나무의 찻잎으로 만든 차를 고수차라고 부르며 오래된 나무일수록 더 귀하게 여긴다. 3200살이 된 차나무의 조상이 지금도 살아있는 윈난성이라서 보이차는 다른 차류와 차별될 수 있다.   

  

윈난성 차나무는 대엽종     

 

윈난성의 차나무는 고차수 뿐 아니라 대지차도 거의 대엽종이다. 물론 일부 차산지의 차나무는 중소엽종이지만 보이차로 만들어지는데 찻잎의 폴리페놀 함량 때문이다. 보이차의 원료가 되는 대엽종은 다른 차류를 만드는 중소엽종과는 폴리페놀 함량이 다르다. 대엽종은 차 성분 중 폴리페놀 함량이 36% 이상인데 소엽종은 절반인 18% 정도에 그친다. 폴리페놀 함량은 보이차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후발효차가 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른 차류에 비해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보이차는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발효 과정을 거쳐 숙차를 만들거나 오래 묵혀서 마시는 차로 알고 있다. 미생물 작용에 의한 발효나 보관되는 시간만큼 산화가 이루어지면 폴리페놀 성분이 줄게 되면서 쓰고 떫은맛이 완화된다. 폴리페놀 성분이 적은 중소엽종 찻잎은 산화나 발효가 이루어지면 차맛이 싱겁게 되므로 후발효 차를 만들지 않는다.  

 

윈난성에는 산지 대표 고차수는 차왕수로 보호받고 있다. 수령 백 년 이상된 차나무 잎으로 만든 고수차는 귀한 차로 대접 받고 있다. 사진출처 다음카페 대평보이차

   

 

의방차는 소엽종이지만 폴리페놀 함량이 대엽종의 그것과 비슷해 보이차로 만들 수 있다. 폴리페놀 함량이 가장 높은 차로 맹고차를 들 수 있는데 거의 40%에 가깝다고 한다. 폴리페놀은 쓰고 떫은맛이지만 보이차가 후발효차의 특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보이차가 급속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드는 숙차나 시간을 두고 산화되면서 노차가 되는 과정에서 폴리페놀은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향기 성분이 생기고 독특한 차맛을 가지게 된다. 보이차가 오래 보관하면서 마실 수 있는 이유는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대엽종이기 때문이다.

     

보이차의 원료인 쇄청모차     

 

보이차의 정의의 세 번째는 쇄청모차이다. 晒靑쇄청은 햇볕에 쬐어 말린다는 말이다. 보이차를 만드는 과정은 찻잎을 따서 시들이다가 뜨거운 솥에 넣어 덖어서 멍석에 비빈다. 그 다음에 햇볕에 널어 말리면 쇄청모차가 된다. 녹차는 덖고 비비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 만드는데 보이차는 한번만 덖고 비벼서 쇄청으로 마무리하는 게 다르다.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로 나누는데 쇄청모차는 원료일 뿐 생차로 판매되지 않는다. 쇄청모차를 긴압 하면 생차가 되고, 급속 발효 공정을 거치면 숙차가 된다. 숙차는 긴압하지 않으면 熟散茶숙산차, 덩어리로 만들면 긴압차가 된다. 생차는 왜 산차로 판매되지 않고 모차에서 그치는지는 대엽종 찻잎의 크기에서 감을 잡을 수 있겠다.     

 

봄에 딴 찻잎(위쪽)과 시들이기, 덖고 비빈 다음에 햇볕에 말려 만들어진 쇄청모차는 그대로 긴압하면 생차가 되고 발효 과정을 거치면 숙차가 된다. /사진 출처=다음카페 대평보이차

 

 

덩어리로 만든 긴압차는 모양에서 동그란 병차, 직육면체인 전차, 사발 모양인 타차라는 이름을 갖는다. 덩어리차로 만들었던 이유는 부피를 줄여서 보관이나 운송에 편리하도록 한 것이다. 차마고도를 통해 티베트까지 보이차를 먼 길로 운송하려면 부피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모차를 만들 때 날씨가 좋지 못해 햇볕에 말리지 못하거나 대형 차창에서 간혹 불을 때서 뜨거운 열기로 말리기도 한다. 이를 烘乾홍건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모차는 후발효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차를 만드는 과정이 녹차와 비슷하지만 햇볕에 말려서 만드는 쇄청모차라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에 넣은 것이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에서 만들어야만 중국 정부의 ‘보이차 지리표지산품보호관리법 국가표준조례’로 법적 보호를 받아 ‘보이차’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윈난성과 인접한 미얀마나 사천성 등에서도 대엽종 차나무로 보이차와 같은 제다 공정으로 긴압차를 만들기도 한다. 이 차를 변경차라고 한다.  

    

윈난성은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지역이라 겨울을 제외하고 일 년 내내 찻잎을 따서 모차를 만든다. 노반장이나 빙도 같은 유명 차산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찻값이 매우 비싼데 유통되는 양이 넘쳐난다. 대지차를 섞거나 나이가 어린 차나무, 늦봄에서 가을까지 딴 찻잎으로 만들어도 차산지의 이름을 붙이는데 문제가 없다. 포장지에 가려 속을 알기 어려운 보이차는 아직도 베일에 싸인 미지의 차이다.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11

원문읽기 :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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