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단독주택, 숨만 쉬는 집과 숨 쉬며 사는 집

무설자 2024. 4. 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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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지 못하면 바로 죽게 된다. 나갔던 숨이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왔던 숨이 나가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순간이 된다. 목숨은 국어사전에 ‘사람이나 동물이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힘’이라고 되어 있다. 숨을 잘 쉬어야 온전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들숨, 날숨을 살피는 수행이 명상이고, 참선이라 한다. 들어오는 숨이 단전까지 닿는지 살피고, 나가는 숨은 속을 완전하게 비우듯 내보내며 바라보듯 뱉어낸다. 짧은 숨을 헐떡이듯 쉬거나 숨 쉬는 상태를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면 몸 상태가 나빠진다고 한다.    

 

숨 쉬는 공간, 숨만 쉬는 공간     

 

숨 쉬는 공간과 숨만 쉬는 공간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활동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파트를 예로 들자면 발코니 유무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파트에 발코니가 있으면 안팎으로 움직이게 되니 숨 쉬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발코니를 없애버린 아파트는 숨만 쉬는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 생활하면 활동량이 늘게 된다. 아파트에 발코니만 있어도 집에서 보내는 일상이 안팎으로 움직이게 된다. 발코니에 화분 몇 개만 놓여 있어도 집에서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내로 제한되는 거실과 발코니가 있어서 외부 공간과 지어진 거실은 생활환경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발코니가 있으니 숨 쉬며 살 수 있는 집이다. 이 식물이 숨 쉬며 내뱉는 산소가 사람들이 숨 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예전에 발코니 폭을 1.8미터까지 허용하던 시절에 공급되었던 아파트가 있다. 아파트 전면 길이에 1.8미터 폭을 가진 외부 공간은 활용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화단을 만들어 정원으로 꾸미기도 하고 테이블을 놓아 차 마시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장독을 몇 개씩 두고 장을 담아 먹어도 되니 마당이 없지만 그만하면 아파트라도 살만한 집이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면 숨 쉬는 공간이 되고, 소파에서 일어날 일이 없으면 숨만 쉬는 공간에 산다고 할 수 있다. '목숨'의 뜻이 숨을 쉬며 살아있는 힘이라고 하니 어떤 집에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실내로 한정되어 생활하는 아파트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그저 목숨을 부지하며 지내는 셈이다.    

 

아파트와는 다른 단독주택     

 

아파트와 단독주택은 주거 생활의 질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파트는 일상이 정적이다.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반면에 단독주택은 마당이라는 외부 공간이 있어서 집집마다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딱히 할 일이 없는 아파트는 집 밖에서 할 일을 찾고 단독주택에 살면 집에서 할 일이 생긴다.  

   

아파트는 혼자 사는 게 편하고, 단독주택은 여럿이 사는 게 좋은 집이다. 아파트는 여럿이 살아도 혼자 사는 것처럼 고요하다. 단독주택은 부부만 살아도 무엇을 하는지 분주한 생활을 보낸다. 아파트는 개인 위주로 생활하기에 편하고 단독주택은 식구들이 어우러져 살아야 분위기가 난다. 아파트는 숨만 쉬는 집, 단독주택이 숨 쉬는 집이라는 이유다.  

 

필자 설계-도반건축사사무소- 울산 원명재의 다가구주택 4층에 있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벗들과 가지는 소소한 파티를 집주인은 너무 좋아한다 

   

요즘 남의 집에 찾아간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아마도 우리집에 손님이 온 적이 없는 만큼 남의 집을 방문해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아파트는 기본 얼개가 손님을 배려해서 짜지지 않은 집이다. 그러니 손님이 와서 편하게 머무를 수 없으니 집에 오라고 할 수도, 남의 집에 가는 게 쉽지 않다.

    

단독주택은 한옥의 사랑채와 같은 개념으로 거실을 구성하는 게 좋다. 내외부로 어우러지는 다양한 공간 체계는 손님을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으로 얼개를 짜면 좋겠다. 손님이 오는 게 귀찮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은 며느리, 사위, 손주도 손님이라고 얘기하면 마음이 달라진다.     

 

목숨 같은 집, 제대로 숨 쉬며 살 집   

  

마당 넓은 단독주택에 사는 게 꿈이라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도시를 떠나 아는 사람도 없는 시골에 집을 지어 사는 게 쉬운 일인가? 아파트에 사는 게 갑갑하다며 도시에 작은 땅이라도 단독주택을 지어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백 평이 안 되는 땅에 협소주택이라는 다층집을 지어 단독주택에 사는 바람을 이루려고 한다.  좁은 땅에 다층으로 짓다 보면 일층에 주차장과 현관, 이층에는 거실과 주방, 삼층은 방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면 마당은 들어갈 여지가 없다고 포기하는 집이 대부분인 것 같다.  

 

필자 설계-도반건축사사무소- 부산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이안정의 3층에 있는 단독주택의 마당

   

필자 설계-도반건축사사무소-부산 문현동 상가주택의 단독주택과 마당

 

다가구주택이나 상가주택에 들어있는 단독주택도 마당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마당은 단독주택에서 꼭 있어야 하는 필수 공간이라 생각한다. 열 평, 아니면 그보다 작더라도 발코니가 아닌 외부 공간으로 마당을 넣어야 제대로 숨 쉬며 살 수 있는 집이 된다.     

 

실내에서 할 일이 있고 하늘로 열린 마당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비가 오면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듣고, 불판을 차려 집 안에 배는 냄새 걱정 없이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겠다. 가을밤에 보름달을 바라보며 서늘한 바람을 맞아보는 일도 실내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발코니 없는 아파트에서 숨만 쉬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지 모르겠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면 늦은 밤 시간인데도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이 많은 건 왜일까 생각해 본다. 사각 박스 안에 갇힌 집에서 숨만 쉬며 사는 게 갑갑해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파트가 싫어서 우리집을 지어 살고 싶으면 꼭 마당 있는 집을 짓기를 바란다. 숨만 쉬며 사는 집이 아니라 숨 쉬고 사는 집, 짧은 숨이 아니라 깊은숨을 들이켜고 내쉴 수 있는 집은 마당에 달려 있다. 실내를 조금 줄여 만든 작은 마당은 우리집의 숨구멍이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부산다운건축상,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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