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집을 만들고 나중에는 그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집은 당연히 사람이 짓지만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는 말이 바로 집이라는 환경은 나와 우리 식구들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조상들은 집을 함부로 짓지 않았다. 집을 짓는 대목은 나무만 다루는 일에만 능숙한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목으로서 집 짓는 일의 책임자가 되려면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한다는 조영 원칙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했을 터이다.
조영 원칙을 따져 그 집의 길흉화복까지 판단하는 것도 포함되었을 것이니 대목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했을까? 길하고 복된 삶을 바라고 흉하고 화를 부르는 건 멀리하도록 집을 짓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요즘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집을 설계하는 건축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어떤 건축사가 집이 삶에 미칠 길흉화복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은 이유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대부분 아파트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이미 익숙해진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옮겨 살게 되면 오히려 불편한 점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아파트보다 더 편리한 생활을 하려고 단독주택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니 생활하기에 아주 많이 힘들겠지만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단독주택만의 생활 방식이 많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아파트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보고 씻고 잠자는 것 이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인 물이 썩듯 정체된 일상은 사람을 시들게 하고 만다. 유일한 외부 공간인 발코니마저 없앤 박스에 갇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박제된 삶에 익숙해져서 살고 있다.
집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면 아파트가 우리를 어떻게 만들어가는 것일까? 길하고 복을 부르는 집에 살아야 하는데 흉하고 화를 부를 수도 있는 집이 아파트라고 하면 너무 과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야 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은 집에서 행복을 찾고 있을 것이다.
길택은 아파트와 다른 집
아파트 생활에서 가장 큰 맹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에서 할 일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씻고 잠자는 일 말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되묻고 싶다. 코로나 시절에 집에 갇혀 살면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집에 있으면 우울해진다니 이 말을 듣자니 분명 아파트는 흉하고 화를 부르는 집에 가깝다는 반증이 아닌가?
그렇다면 마당 있는 단독주택이나 3층에 단독주택이 있는 상가주택을 짓는다면 아파트 평면과는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는 게 자명해진다. 아파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 단독주택에서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도록 지으면 길하고 복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길택과 흉택의 차이는 집에 있을 때의 마음 상태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겠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마음먹는 게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일이 마쳐지는 대로 바로 들어와야겠다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잠자는 시간 전에 들어오면 된다는 마음이다. 길택에 살면 전자의 마음이 들 테고 후자의 마음이라면 그는 분명 길하지 않은 집에 살고 있을 것이다. 길택은 어둑해지면 불이 밝혀지는 집이요, 밤이 이슥해져도 창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면 복된 삶을 사는 집이 아닐 것이다.
옛날에는 길택은 웃음소리가 담을 넘는 집이라 했지만 아이가 귀한 요즘은 어둑해지면 불이 밝혀지는 집이라 하면 어떨까? 집에 사람이 있어야 따뜻한 기운이 그득해지고 식구가 많을수록 웃을 일도 많아진다. 혼자나 둘이 살면서 웃을 일이 얼마나 생기겠는가?
단독주택을 길택으로 지으려면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하면서, 아니 설계를 맡길 건축사를 찾으면서 집과 행복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아야 한다. 설계자인 건축사의 주거 행복론을 들어보고 그가 설계해서 지은 집에서 행복한 삶이 담겨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식구들의 행복을 책임질 사람은 바로 우리집을 설계할 건축사라서 그의 주거 행복론과 그가 설계해서 지은 집에서 확신이 와야 할 것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첫째 요건은 손님이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집이라야 한다.
지금은 부모와 자식이 한 집에서 살지만 나중에는 자식들은 손님이 된다. 며느리와 사위, 손주는 한 집에서 살았던 적이 없으니 한 가족이라고 해도 올 때마다 손님이다. 그러니 손님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라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살 수 있다.
둘째 요건은 남향 햇살이 집 안에 잘 들도록 지어야 하는데 남향집이라야 날마다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다.
집터에서 바다가 보여도 남향을 우선해서 지어야 한다. 단독주택이라면 마당에 나서면 주변을 다 볼 수 있는데 집 안에서 보이는 경관에 현혹되면 안 된다. 남향집이 백이라면 동서향 집은 그 반도 안 된다는 점을 꼭 인식해야 한다. 오죽하면 남향집에 살려면 삼대적선의 공덕을 쌓아야 한다고 했을까?
셋째 요건은 이층 집이라고 해도 일층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게 지어야 한다.
이층 집을 지으면 부부의 방까지 이층에 두는 경우를 적잖게 본다. 건강할 때는 이층이든 삼층이라도 문제가 없지만 다리를 다치거나 나이가 들면 계단을 오르내리는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층은 아이들이나 손님을 위한 방만 두고 일층에서 일상생활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요건은 외부 공간을 일층의 각 영역과 이어져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을 아파트와 다름없이 외부공간과 단절되게 짓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 것을 본다. 우리나라의, 한국의 단독주택의 원형은 조선시대 한옥이라고 생각한다. 사랑마당, 안마당, 정지마당 등 내부 공간과 연계된 기능을 가진 외부 공간이 마당이다. 아파트처럼 외부 공간과 단절된 집에 살면 마당에 풀 뽑다가 지쳐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게 될지 모른다.
이밖에도 안방이 아닌 식구들의 방, 작업 공간이 아닌 주방, 식탁이 아니라 탁자, 드레스룸과 파우더 공간이 결합된 욕실, 계절용품이나 보관용 물품을 위한 수납공간 등 쾌적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어 행복한 우리집이 되어야 할 구성 요건이 너무나 많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파트 생활이 아니라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우리집을 지으려면 얼마나 심사숙고해서 설계를 해야 할까? 거실은 물론 방에서도, 주방 탁자에서도, 욕실과 다락에서도 행복이 샘 솟아나야 한다. 행복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소확행이라는 말처럼 오로지 집에서만 얻을 수 있으니 우리집을 지으려면 ‘우리 식구들의 인생을 맡길 만한 건축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부산다운건축상,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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