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 노차 다회 참석회비가 260만 원?

무설자 2023. 2. 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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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30214

보이차, 노차 다회 참석회비가 260만 원?

 

 

 

보이차는 별칭이 많습니다. 먼저 生茶생차와 熟茶숙차가 있고 또 新茶신차와 老茶노차가 있고 明前茶명전차와 穀花茶곡화차도 있지요. 여기에다 臺地茶대지차와 古樹茶고수차, 小樹茶소수차와 大樹茶대수차에 老樹茶노수차도 있는데 그뿐일까요? 餠茶병차, 磚茶전차, 타차, 과차, 柱茶주차 등 다양한 이름이 있어서 이름만 따져 익히는 것도 입문자에겐 어려워 보입니다.

 

보이차의 여러 가지 이름 중에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이름이 생차와 숙차입니다. 숙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생차라는 이름도 없었지요. 숙차가 개발되면서 상대적인 이름이 필요해져서 생차라고 쓰게 된 것입니다. 숙차는 생차와도 세트로 쓰지만 노차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老茶노차는 오래된 차라고 한자의 뜻으로 새길 수 있는데 대략 20년 이상된 차를 그렇게 부릅니다.

 

그런데 덩이차로 만들기 전의 毛茶모차를 악퇴발효로 개발된 차이름을 숙차로 짓기 전에는 노차를 숙차로 불렀습니다. 熟茶숙차라는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면 '익은 차'가 됩니다. 생차를 20년 이상 묵히면 숙차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모차를 단기발효로 익힌 차를 개발해서 숙차로 이름을 붙이고 나니 원래 숙차는 그 이름을 老茶노차로 바꿔 부르게 되었지요.

숙차는 원래 익은 차라는 의미로 노차를 이르는 말

 

흔히 숙차를 단기발효 과정을 통해 30년 이상된 노차의 풍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든 차라고 합니다. 과연 잘 만든 숙차는 30년 이상된 노차의 향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저는 어림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오래된 생차와 숙차는 완전히 다른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숙차는 보이차 모차를 1~2개월의 발효 공정을 거쳐 만든 명실상부 발효차입니다. 노차는 생차가 수십 년 동안 산화되어 만들어지니 전혀 다른 향미를 가지게 됩니다.

 

노차와 숙차는 우려진 탕색을 보면 거의 같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향미에서 비슷하게 느낀다면 노차는 정상적으로 세월을 먹은 차가 아니라 발효작업을 거친 '가짜 노차'라고 봐야 합니다. 시중에 노차라고 나도는 많은 차들이 발효기술자들이 작업해서 소비자들을 기만하며 판매하고 있지요. 시중에서 팔고 있는 90년대 노차들이 대부분 이런 발효작업차가 많습니다.   

 

차를 우려 마셔보면 숙차와 노차, 작업발효차는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숙차는 6포 정도에서 급격하게 차맛이 꺾이고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10포를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작업발효차는 아무리 발효작업을 잘했다고 해도 마셔보면 목 넘김이 편하지 않습니다. 숙차와 달리 처음부터 마시기 어렵지요.

 

숙차와 노차는 마셔보면 다른 차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잘 익은 노차는 그 맛이 숙차나 작업발효차와 어떻게 다를까요? 20년 정도 지난 차를 노차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30년 정도 지나야 노차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지금 기준으로 90년대 초반차라야 사실 노차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보관 과정에서 습한 환경이 아니라 건조한 곳이라야 하는데 탕색이 붉은색이 도는 차는 그 맛이 정말 다릅니다. 

 

노차는 120cc 용량의 개완에 10g 이상 넣어 우리는데 향미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잘 만든 숙차도 투차량을 좀 많이 해도 마시는데 큰 부담이 없어 질 높은 모료와 발효기법이 해마다 좋아지고 있습니다. 40년 이상된 노차는 백탕에 가까운 탕색에서도 차의 향미가 유지됩니다. 노차라고 할 수 있는 단계는 스무 포, 서른 포를 넘어 쉰 포에도 차의 향미가 바뀌면서 마시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건조한 환경에서 잘 보관되어 진홍색을 보이는 노차라면 수십 포를 우려 마시고 난 뒤 끓여서 마시면 또 다른 향미를 맛볼 수 있답니다.  노차의 陳香진향이라고 하는 독특한 풍미는 마셔보지 않고서는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홍인이라는 병차 한 편에 억대가 넘는 거래가를 어찌 일반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한편에 일억이라면 한번 우리는 양인 10g에 백만 원 이상인데 값을 치르고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골동품이 된 호급차인 동경호-만든 지 100년 된 차
노차는 인연이 닿아야만 마실 수 있는 차

 

2018년 8월 11일 종로 이루향서원(구:안국동차관)에서 이틀간 열린 한국 보이차계에 이슈가 될만한 호자급 보이차 복원창 노차 다회가 열렸었습니다. 다회 참석비가 260만 원이었는데 공지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마감되었고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중국에서 자리에 앉지 않아도 좋으니 참석만 허락해 달라고 했다 합니다. 물론 그 찻자리는 홍인뿐 아니라 이제 골동품으로 분류되는 호급차까지 마실 수 있어 돈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8 명이 참석한 찻자리에서 복원창호를 22g을 우렸다고 한다. 값을 매길 수 없는 100년 세월이 녹아든 차-사진출처 다음카페차연구소

 

 

그나마 우리가 노차로 마실 수 있는 차의 생산연도는 90년대입니다. 그렇지만 시중에 거래되고 있는 90년대 노차는 거의 발효작업차라고 보아야 하니 어디서 제대로 된 노차를 구할 수 있을까요? 보이차는 값싸게 마실 수 있는 차지만 고가의 차는 다회 참석으로 맛보길 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귀한 보이차는 인연이 닿아야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노차, 그 향미가 궁금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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