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30531
자사호에 새겨진 '舍得'-버림의 미학
저는 자사호를 주로 석표를 씁니다.
모양이 안정적이고 내구성도 좋아서 관리하기좋습니다.
숙차 전용으로 쓰는 이 석표는 용량도 150cc로 넉넉합니다.
이 석표에는 '舍得'이라 각이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을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 하는지 빠이주도 있는데 명주라고 합니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빠이주는 좋아하니 구해서 마셔보고 싶네요. ㅎㅎ
舍得은 버려서 얻는다는 뜻입니다.
기꺼이 버릴 수 있을 때 바라는 것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버림은 씨앗이 되고 얻음은 그 열매다'
'어떤 씨앗은 빨리 싹을 틔우지만 또 어떤 것은 더디게 나오기도 한다,
아마도 진정 바라는 건 버린다는 생각없이 바라는 바를 내려놓을 때 얻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교에 '布施'가 이런 의미인데 아예 바라지 않고 나눈다는 말이지요.
성공을 일구어 낸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버린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보이차로 차 생활을 하는 제게도 이 '舍得'이라는 말을 잘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백 종류의 차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주 마시게 되는 차는 십여 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근래에 와서 첫물차를 마시게 되면서 거의 그 차에만 손이 가는 걸 보면서 취하는 만큼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물차는 한자로는 우리나라는 雨前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明前, 早春, 頭春이라고 쓰는데 귀한 차입니다.
우리 입은 간사해서 더 맛있고 달콤한 음식에 끌리게 되지요.
걸림없는 차 생활을 하려 한다면 첫물차에는 발을 들여 놓으면 안 되겠더라구요.
환갑이 넘어서면서 차 생활도 후일을 기하는 쪽보다는 지금 맛있는 차를 마시려고 합니다.
딸, 사위, 손주도 차를 좋아하니 내가 마시지 않는 차는 대를 물리면 되지요.
내 입에 맞는 차를 찾게 되니 차를 구하는 욕심이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舍得',
욕심을 내려 놓으니 차를 마시는데 집중할 수 있네요.
내 입에 맞는 차를 찾았다면 더 좋은 차에 욕심을 가지지 않아야 온전한 차의 향미를 맛 볼 수 있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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