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오늘 마신 보이차의 가치

무설자 2022. 9. 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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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914

오늘 마신 보이차의 가치

 

보이차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돈으로 따져보면 가장 비싼 차도 보이차이고 값싼 차도 보이차이다. 얼마나 싸냐하면 믹스커피보다 저렴한 차도 있는데 비싼 차는 경매로 거래된다고 한다.

 

그런데 보이차는 싼 차나 비싼 차나 포장지로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끔 화려한 치장을 한 포장도 없진 않지만 대개 종이로 싸여진 상태로 비슷하다. 경매로 거래되는 천문학적 가격이 매겨지는 차도 처음에는 비싸지 않은 차였다. 그래서 보이차는 포장지로 그 가치를 책정할 수 없다.

 

보이차의 가치는 원 재료인 모차가 기본이 되지만 세월이 담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내 손에 없는 차는 나와 별 상관이 없으니 내가 가진 차 중에서 우선 순위를 따져 골라 마시게 된다. 아침을 연한 숙차로 시작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오전 중에 또 한 번, 점심 먹고 마시고 늦은 오후에 또 한 번에다 밤에 한 번 더...아홉시까지 마신다.

 

밥은 하루에 세 끼를 먹는데 차는 네 차례에서 다섯 차례까지 마신다. 밥은 하루에 한끼만 먹어도 되는데 차는 수시로 마셔야 일상이 편안해진다. 밥 먹는데 이유가 없듯이 차를 마시는데도 이유는 없다.

 

차가 생각나서 마시고, 심심해서 마시고, 배가 불러서 소화시키느라 마신다. 차가 생각나서 마실 때는 시간이 여유롭고 심심해서 마실 땐 빈 시간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배가 불러 차를 마시는 건 속이 편해지기 때문인데 음식마다 선택하는 차가 다르다.

 

이 정도로 얘기를 하다보니 차의 가치는 밥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그렇고 좋은 일이 있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차도 그렇다. 혼자 마실 때도 그렇지만 누구와 함께 마시는 차도 그 때마다 선택하는 종류가 다르다.

 

차의 가치를 어떤 차라고 보지말고 어떤 때, 어떤 상황으로 관점을 달리 해서 보면 좋겠다. 비싼 차, 귀한 차가 아니라 필요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차에 가치를 두면 어떨까 싶다. 최고의 쉐프가 만든 고가의 요리보다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국이 그리운 것처럼.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