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를 마시며 명심해야 할 세 가지

무설자 2022. 9.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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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915

보이차를 마시며 명심해야 할 세 가지

 

 

보이차는 녹차나 홍차, 청차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보이차에 입문하면서 마시는 차는 숙차가 되기 쉬운데 가격도 저렴하지만 누구나 호불호 없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357g 한 편으로 두 달은 족히 마실 수 있는데 5만 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  

   

그런데 보이차를 마시다 보면 시간이 갈수록 어떤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종류도 많거니와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차 생활의 방향을 잡는데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마시는 만큼 알게 되지만 알게 된 만큼 혼돈에 빠지게 되는 차가 보이차이다.     

 

보이차를 제외한 다른 茶類차류는 값을 더 치르면 좋은 차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보이차는 열 배, 스무 배로 값을 더 치렀지만 지금 마시는 차보다 더 좋다는 호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비싼 차가 그렇지 않은 차보다 분명 더 좋은 차일 텐데 왜 내 입맛에는 만족스럽지 않을까?    

 

 

보이차를 마시는 세 가지 유형       

 

첫 번째는 내 입맛에 맞는 차를 찾아 마시는 것이다. 보이차는 워낙 종류가 많다 보니 내 입에 맞는 차를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요행으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차에 익숙해지면 더 맛있는 차를 찾으려고 할 테니 만족한 차 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차의 특징을 알아가며 마시는 방법이다. 흔히 쓰면 뱉고 달면 마신다고 하는 말이 있다. 그런데 차는 쓴맛이 바탕이며 단맛은 향미를 달리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된다. 쓴맛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단맛이 많은 차로 마시기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쓴맛에 익숙해지면서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손 닿는 대로 마시는 방법이다. 무턱대고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은 가격이 저렴한 차 위주로 구입하기 쉽다. 한편 값으로 한 통을 살 수 있는 차를 구입하다 보니 방에 가득 차로 채우는 게 금방이다. 이렇게 차를 구하고 마시다 보면 수량은 많지만 손이 가는 차가 없게 된다.     

 

 

보이차는 千變萬化천변만화의 차     

 

후발효차인 보이차의 특성을 표현하자면 千變萬化천변만화라고 할 수 있다. 또 비슷한 말로 千差萬別천차만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같은 포장지의 차라고 해도 다른 차라고 할 수 있으니 그 종류는 헤아릴 수 없다. 또 보이차는 다양한 향미에서 無窮無盡무궁무진이라고 쓸 수 있다.     

 

보이차의 특성을 越盡越香월진월향이라고 표현하는데 보관하는 장소의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또 차 산지, 채엽 시기, 생차와 숙차 등으로 그 종류를 일일이 헤아릴 수가 없다. 이러다 보니 차 몇 편으로 보이차를 알기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다고 할 수 있다.     

 

보이차는 내 입에 맞는 차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차의 향미를 구분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초보를 벗어났다고 보면 되겠다. 그다음은 차의 향미에 집중해서 쓴맛과 단맛의 정도를 파악하면서 구감을 따지고 목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살펴야 한다. 甛味첨미와 回甘회감으로 단맛의 정도를 느끼게 되면 차의 향미를 받아들이는 차이를 알게 된다. 이 단계가 되면 차를 판단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자신의 감각만으로 알기 어려운 과정이라 보이차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가져야 한다. 보이차에 대한 주관적인 감각에 객관적인 지식을 더하면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다르다는 이치를 알게 된다. 이 단계부터 보이차를 구입하는 값을 치르는 근거를 가질 수 있다. 포장지에 적힌 같은 산지의 차가 열 배가 아니라 백 배 씩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아는 단계라고 보면 되겠다.  

   

 

보이차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시행착오      

 

보이차는 만족한 차 생활을 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는 없다. 우선 꾸준하게 마시면서 차의 향미를 받아들이는 구감을 키워야 한다. 그다음은 많은 종류의 차를 마시면서 멘토를 올바른 정보를 얻는 노력을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보이차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시기를 아무도 확답할 수는 없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가장 낭패를 보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차의 가치가 올라간다며 싼 차를 무작정 구입하는 것이다. 값싼 차는 그냥 싸구려일 뿐이라 아무리 오래되더라도 방치되고 만이다. 한통 값으로 한편을 사야 하는데 한편 값으로 한통을 사면 돈만 낭비하게 된다.     

 

보이차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시기는 차를 잘 모르면서 오래 두면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는 때이다. 음식은 입맛이 올라가면 그보다 못하면 먹지 않게 된다. 보이차도 초보 시절에 구입한 값싼 차는 나중에 마실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같은 산지의 차인데 한통에 50만 원과 한편에 50만 원이라면 어떤 차를 구입하겠는가? 한편에  50만 원하는 차는 줄어드는 게 아까워하며 마시지만 한통에 50만 원짜리 차는 자리만 차지하게 될 것이다. 양의 차이일 뿐 마시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같은 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이차는 아는 만큼 구입해야 한다는 걸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보이차는 크게 세 가지로 보면 되겠다. 끼니때마다 먹는 밥 같은 차, 손님이 오면 마음먹고 차려내는 음식 같은 차, 어쩌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이름 난 식당에 가서 먹는 외식 같은 차이다. 집밥 같은 차는 넉넉하게 준비하고, 대접하는 차는 큰마음먹고 구입하면 되는데 외식 같은 차는 어디서 마실 수 있을까?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