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나는 왜 차를 마시는 걸까?

무설자 2022. 4. 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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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429

나는 왜 차를 마시는 걸까?

 

 

매일 차를 마십니다. 잠에서 깨어 씻고 나면 찻물부터 끓입니다. 잠들기 전까지 차를 마시니 중독된 사람처럼 보일 정도지요. 저는 왜 이렇게 차를 마실까요? 밥은 때가 되어야 먹고 술은 자리가 마련되어야 마실 수 있습니다. 차는 때와 자리를 불문하고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마실 때는 일을 하거나 독서나 음악을 들어도 집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누구와 함께 앉게 될 때 차를 마시면 부드럽게 대화가 이어집니다. 차는 혼자 마실 때는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고 茶客차객이 있으면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합니다.

 

차를 마시지 않고 보내는 일상생활은 윤활유 없이 돌아가는 기계와 다름없습니다. 자동차에 윤활유가 부족하면 엔진이나 다른 부속이 마모되어 고장이 납니다. 차를 마시며 보내는 일상은 윤활유가 있어 부드럽게 돌아가는 기계처럼 걸림 없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나 보고 싶은 사람과 통화하면서 던지는 말이 있습니다. 차 한 잔 하자는 말이지요. 차 마시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그렇게 전하는 것이죠.

 

혼자 있는 시간, 누구와 함께 하는 자리에 차라는 매개체가 없다면 어떤 분위기가 될까요? 찻물이 끓고 그 시간에 마실 차를 고르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차향이 자리를 채웁니다. 찻잔에 담긴 차 한 잔을 입에 머금었다 목으로 넘어가면서 차의 향미가 몸과 마음으로 전해져 옵니다.

 

나를 돌아보는 혼자만의 시간, 차를 마시면서 내가 나를 향해 묻고 답합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찻잔만 주고받아도 나누는 기쁨이 충만해집니다. 차는 이처럼 나를 내려놓고 나를 만나며 그 누구와도 말하기보다 들을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초는 스스로 몸을 태워 빛을 냅니다.

차는 뜨거운 물에 제 몸에 있는 향미를 풀어냅니다.

빛을 밝혀 어둠을 몰아내는 초처럼 차도 향미를 담아 마음의 번민과 갈등을 몰아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