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바람직한 찻자리의 분위기-和敬淸寂

무설자 2022. 4. 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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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415

바람직한 찻자리의 분위기-和敬淸寂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나누는 다담은 편안해야 합니다. 다우들끼리 서로 차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좋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일어나는 즐거운 일상을 주제로 삼는 게 어떨까 합니다.

 

그런데 차가 이야기의 초점이 되면 각자 다른 관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게 되기 쉽습니다.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차가 더 좋다는 쪽으로 이야기의 방향이 흘러갑니다. 내 차를 우위에 놓기 위해 다른 차에 대해 험담을 하게 되더군요.

 

보이차는 그 향미에 대한 평가가 다른 차에 비해 호불호가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쓴맛에 민감하지 않은 분은 대부분의 차를 단맛이 많다고 하는데 그 반대로 얘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노반장은 甛茶단차가 아니라 苦茶쓴차에 속하는데 굳이 단차라고 얘기합니다.

 

노반장, 신반장, 노만아 차는 대표적인 苦茶쓴차인데 왜 甛茶단차라고 할까요? 좋은 차일수록 蜜香밀향이라고 하는 달콤한 향미가 진하게 나오지만 그 바탕에는 쓴맛이 많습니다. 그런데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분에게는 단맛이 많이 감지되지요.

차는 자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마시며 나눌 때 존재의 의미가 있는데

 

그러니 쓴맛을 잘 받아들이는 분에게는 밀향이 달콤하게 다가오는 甛茶단차가 됩니다. 그렇지만 쓴맛에 민감한 분은 단맛을 감지하기보다 쓴맛에 먼저 반응하게 되니 苦茶쓴차가 됩니다. 그러니 달다쓰다를 얘기의 주제로 삼으면 같은 차를 두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게 되지요.

 

맹해차가 좋다든지 임창차가 좋다고 하는 얘기도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다담은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내거나 지나친 자기주장을 얘기하는 건 금물입니다. 팽주가 내는 차에 대해 좋은 점을 얘기하는 건 찻자리의 기본 매너입니다. 찻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는 팽주가 주도하도록 해야 하며, 그 소재는 같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특히 차의 가격대를 두고 하는 얘기도 찻자리의 금기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선택하는 건 본인의 경제적인 여건과 관련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마시는 차는 오로지 나만의 취향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숙차를 저급의 차라고 한다거나 노차에 대해 지나치게 과한 평가를 내리고 자신이 소장한 차에 대해 주장하는 것도 금물이지요. 차는 자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마시며 나누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찻자리는 언제나 조화로우며, 서로 공경하고, 맑은 기운을 나누며 차분해야 합니다. 일본 다도의 지침이 되는 和敬淸寂화경청적이 바로 바람직한 찻자리의 분위기라 하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도 이런 덕목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화목한 가정은 누구나 바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구들이 위아래 없이 서로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지요. 또 정갈하고 깨끗하게 몸과 마음을 지니고 된 웃음소리가 창으로 넘쳐난다면 그 자리가 바로 행복이 넘쳐나는 극락이 아닐까요?  和敬淸寂화경청적의 의미를 잘 간직하고 삶에 담아낸다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길로 가게 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