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 무상과 무아의 차

무설자 2022. 3. 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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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330

보이차, 무상과 무아의 차

 

 

오늘도 일어나서 여느 때처럼 물 한 잔 마시고 찻물을 끓였습니다. 아침에는 빈 속으로 차를 마시니 첫 차는 언제나 숙차입니다. 숙차를 연하게 우려서 한 숙우 마시면 속이 따뜻해져서 좋습니다.


출근하면 직원들과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오늘 일정을 체크하고 나면 찻물을 끓입니다. 출근해서 첫차는 녹차를 마시는데 작년에 준비했던 차가 떨어져서 올해 선주문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2010년 이무차를 선택했는데 그 해 운남 여행을 가서 선물로 받아왔던 차입니다. 동료 건축사들과 운남 여행을 갔을 때 고수차를 만들던 우리나라 분께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그때 그분의 차산 현지 책임자가 이 차를 제게 선물로 주었는데 마실 때마다 그분을 떠올립니다.

보이차는 뭉치는 모양에 따라 병차, 전차, 타차, 과차등으로 부르는데 이 차는 1kg  타차이다

보이차는 사람과 차가 세월을 공유하는데 특별한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생차를 마시지만 거의 십 년 동안 숙차를 마셨답니다. 보이차를 오래 마신 분들은 거의 숙차보다 생차를 선호하는데 그건 차가 익어가면서 변하는 향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발효차는 시간과 함께 향미가 깊어지는데 생차가 숙차보다 그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또 마시는 사람의 입맛도 차생활을 하는 기간만큼 달라지면서 향미를 음미하는 폭이 넓어지지요. 사람의 입맛도 변하고 차의 향미도 달라지면서 산지마다 다른 특징을 즐기는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佛家불가의 가르침인 四聖諦사성제의 無常무상하므로 無我무아라는 의미가 보이차에 담겨 있습니다. 차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입맛도 변하기 마련이니 오늘 마시는 차가 내일은 또 다른 향미로 다가옵니다. 2010년에 선물을 받았을 때는 즐기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자주 마시는 차가 되었으니 무상하므로 무아가 되었습니다.    


지금 즐겨 마시는 차와 훗날 즐길 차가 달라지는 보이차, 차도 변하고 내 입맛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보이차는 어떤 차가 좋을지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아서 차를 공부하는 재미가 있지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보이차를 마시는 지침이 됩니다.


지금 마시는 이무차, 과거의 그 차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깊은 향미를 즐기게 하는가?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