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아름다운 인연을 짓는 차

무설자 2022. 3. 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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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328

아름다운 인연을 짓는 차

 

차를 마시고 있으신지요? 우리나라는 차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커피는 우리나라 국민음료라고 할 만큼 누구나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가 좋아? 차가 좋아?"

이렇게 묻는다면 어리석은 질문이라 할 것입니다.

"누가 차를 마시나요?"

라고 하면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걸 의아해할지도 모릅니다.

 

커피는 누구나 마시는데 왜 차를 마시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를 살펴보면 커피는 쉽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네 골목에 커피전문점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돈만 지불하면 누구나 사 마실 수 있습니다.

 

차는 왜 커피처럼 쉽게 마실 수 없는 음료가 되었을까요? 그건 아마도 차가 마시기 어려운 음료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 주전자에 담아서 뜨거운 물만 부어 우려내면 되는데 왜 어렵다고 생각할까요?

 

흔하게 겪는 일은 우연이라 하고 어렵게 해내면 필연이라고 합니다. 커피는 우연이고 차는 필연이라 한다면 커피를 마시는 건 흔한 일인데 차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필연으로 만날 수 있는 게 차라고 한다면 그 인연은 참 귀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부릅니다. 커피를 마시는 엄마는 그 목소리에 부르게 되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담겨있는 의도를 알아채고 갈지 말지 판단하려고 할 겁니다.

 

차를 마시는 엄마가 아이를 부르면 목소리에 담긴 의도를 따지지 않고 달려옵니다. 엄마는 차를 내어주면서  아이를 부른 이유에 대해 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나무라기 위해 부르는 것과 차 한 잔 하면서 얘기하는 건 분명히 다릅니다.

 

우연으로 마시는 커피는 정서가 없지만 필연으로 마시는 차에는 차가 주는 정서가 있습니다. 커피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목을 축이는 용도로 마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는 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차를 내어 건네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요.

 

차를 마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필연이라고 하지만 그 인연은 참 따뜻합니다.

차를 마시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참 귀한 인연으로 우리집에 살고 있다며 행복해하지 않을까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