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다우라는 인생길의 벗

무설자 2022. 4. 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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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406

茶友라는 인생길의 벗

 

 

차를 마시며 교분을 나누는 사람들은 서로 茶友다우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하면 차벗이라 부를 수 있겠지요. 학연, 혈연, 지연이나 나이, 성별, 직업과 상관없이 차를 공유하는 인연을 맺습니다.

 

저는 매달 찻자리를 가지는 다연회라는 이름의 차모임에 17년째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2006년에 첫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저는 보이차를 시작했습니다. 나이로는 막내가 아니었지만 보이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였더랬지요.

 

다연회 다회는 코로나 방역 강제지침으로 모임을 가지지 못하기 전에는 정기 다회를 빠뜨린 적이 없었습니다.

다회는 이어지고 있지만 창립 당시의 다우들은 이제 다 어디로 가고 저만 남아서 다연회를 지키고 있습니다.

보이차에 대해 경륜을 가진 분은 사라지고 굽어진 나무가 고향을 지킨다고 하듯이 제가 그렇게 남아 다회를 이끌어 가고 있네요.

 

지금 다연회의 정회원은 열한 분, 정기 다회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빠지지 않는 분들입니다. 차를 잘 아는 분들은 모임이 필요 없어지나 봅니다. 다우끼리는 차가 매개체일 뿐 벗으로 나누는 건 좋은 사람끼리의 정겨운 대화의 정입니다.

 

다연회를 시작할 당시에는 제가 40대 초반이었는데 이제는 환갑을 넘긴 나이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잊힌 다우도 있고 새로 인연을 맺어 정을 나누는 분도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오래오래 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다우가 유명을 달리했던 일입니다. 그런 다우를 세 사람이나 먼저 보냈으니 살고 죽는 일은 알 수 없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차만 있으면 되고, 만나면 즐겁게 정을 나눌 수 있는 벗이 다우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 친구를 두는 일이 쉽지 않아서 다우들이 떠난 자리는 허망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공자님은 평생에 진정한 친구  사람을 두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분이  제게는 소중한 벗이었습니다. 다연회라는  모임이 있어서 소중한 다우와 함께   있어서  원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가끔이라도 통화하며 지내는 사람이 흔치 않은 세상인데  매달 빠지지 않고 만날 친구를 둘 수 있으니 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요? 지금 만나는 다연회 다우들은 이 만남을 저처럼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다우들은 죽는 날까지 차를 마실 테니  향기로운 茶情다정을 누구든 숨이 다하는 날까지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