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아우 박진수의 영전에 차 한 잔 올리며

무설자 2022. 2. 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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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치닐 나무의 유혹


미국의 플로리다에서부터 카리브해,
북중미에 분포하고 있는 만치닐 나무는
풍성한 나뭇잎과 더불어 최대 15m까지
성장합니다.

그 때문에 방풍림에 최적화되어 해변 도시에
널리 심겨 있으며 만치닐 나무의 목재는
단단하고 조밀해서 배나 가구를
만드는 데 이용됩니다.

게다가 먹음직스럽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사과 모양의 작은 열매는 이 나무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구아버와 비슷한 달콤한 향이 나는 열매는
속을 갈라 보면 더욱 향긋한 향기에
한 입 베어 물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열매를 먹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피부에 열매의 즙이 몇 방울 닿기만 해도 물집이 생기고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어
카리브해 지역의 원주민들은 이 수액을 이용해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만치닐 나무에는
POISONOUS, DO NOT TOUCH!
(독성이 있으니, 만지지 마시오!)의 팻말이 있는데
나무를 위한 것이 아닌 사람을 위한
경고 문구입니다.


3초 기억력이라 불리는 물고기도
미끼임을 알더라도 덥석 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탐스러운 유혹 앞에서
아무 의심 없이 덥석 물어버리다가
화를 당하기도 합니다.

또는 야금야금 뜯어먹다
결국 바늘에 걸려 잡히는 물고기처럼
미끼인 것을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혹은 언제나 경계하고
이길 수 없다면 피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다른 사람이 유혹을 받아 쓰러진 곳이면
당신도 그 자리에서 쓰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라.
                                 – 오스왈드 챔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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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운명을 달리한 후배 박진수

 

오늘 오전에 아끼는 후배 건축사가 운명을 달리 했다는 부고를 받았습니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남다르게 속을 보여도 괜찮은 사이로 지내는 사람이었습니다.

동료 건축사로 탁월한 능력을 가져서 큰 회사에 경영진에 들어 있고 박사 학위까지 가지고 있었죠.

 

업무도 과중했지만 가정사가 편치 않아서 스트레스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저와 만나면 속에 있는 생각을 털어내곤 했기에 그가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차를 선물하며 스트레스를 이기는데 도움이 될 거라면서 차 마시기를 권하기도 했었지요.

 

남들이 갖지 못한 학력, 최고의 전문가,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삶에는 자신을 위안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위안 받을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차를 권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가 차생활을 했었다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좀 더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가 차를 마셨다면 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그의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환갑도 지나지 않은 나이에 아직 짐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운명을 달리 했으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우리가 차를 마신다는 건 마음의 짐을 들어내는 일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사람과 차를 마시는 건 마음을 주고 받는 일입니다.

우리가 차를 이웃에 전하는 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선물하는 일입니다.

 

오늘 이 세상에 온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후배의 명복을 빕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