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행복의 조건-장모의 밥상과 장인의 찻자리

무설자 2020. 12. 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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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01213

행복의 조건-장모의 밥상과 장인의 찻자리


저는 가끔 대중 강연에 나설 기회를 가집니다. 그때 청중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하지요?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열심히 살고 있을 텐데 무엇을 위함입니까?

이런 저런 답이 나오는데 그 중에 가장 많은 게 무엇일까요?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 답에다 제가 바로 다시 던지는 질문은 
"그러면 많은 분들이 추구하고 있는 그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질문에는 시원한 답이 잘 나오질 않더군요. 행복을 구체적으로 확신하지 못하면서 그 목표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TV 프로그램의 이 강연에선 행복의 조건을 5가지로 얘기합니다.
1.긍정적 정서, 2.자기주도적 참여, 3.능동적 인간관계, 4.의미있는 삶, 5.성취, 성과
이 강사는 재물과 행복은 관련성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계속 늘고 있는 일인가구에 대해 언급을 하더군요. 혼자라는 상황에 봉착한 이 시대의 사람들은 외로움이라는 병에 걸린 환자와 다름없겠지요. 집에 고립된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정신적 혼돈을 코로나블루라고 합니다.

왜 일인가구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을까요? 수명이 늘어나는 이유에 의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는 집안에서 평등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일상에서 식구들이 서로 배려하면서 가정의 역할을 나누어 살아야 어느 한 사람의 희생적 봉사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삼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세대가 이미 무너져 버린 우리 주거문화는 홑가족세대를 자꾸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부부로 살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아파트는 '우리집'이 아니라 부동산일 뿐인이어서 따뜻한 식구의 정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출가한 자식이 자주 찾아오고 부모와 하룻밤을 지내고 가는 시간을 자주 가질 때 손주와 조부모가 혈연의 정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인생이 혼자서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라지만 가족끼리 일상에서 따뜻한 정을 나누고 살 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지요. 행복의 다섯가지 조건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게 바로 三代가 정을 나누고 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집은 사위가 좋아하는 장모의 밥상과 장인의 찻자리를 자주 마련해서 삼대가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수제비로 차린 어제 우리집 저녁상입니다. 오랜만에...얼굴을 맞댄지 한달 정도 - 우리집 三代가 한 자리에서 밥을 먹습니다. 이 날은 하룻밤 자고 가기로 해서 사위와 막걸리도 한잔하니 참 좋습니다

 

딸 사위가 하룻밤을 자고가는 그 날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와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지요. 이제 낯을 익히는 시기인 손주가 저와 눈을 맞추니 까르르 웃어주는데 제 마음이 녹습니다. 삼대가 한 집에서 지내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나누는 차 한잔의 시간, 손님이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어야 넉넉한 시간을 두고 얘기꽃을 피우는데 넉넉한 시간에 쌓는 정은 그 깊이가 다르겠지요. 사위도 자식이라지만 가족으로 익숙한 사이가 되려면 마음 속 이야길 주고 받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하지 않을런지요.

 

행복이란 어쩌면 이렇게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소소한 시간을 자주 가지면서 얻어지는 정이 아닐까 합니다. 내 가족이 한 집에서 밥을 같이 먹고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보다 더 한게 있을런지요.사위도 오랜만에 저녁상에서 막걸리 잔을 채워 건배하는 여유를 가지며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봅니다.

 

딸은 저와 오랜 다우로 차를 같이 마셔왔고 사위는 딸과 차를 마시며 저와 다우의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우리 손주 지형이도 엄마아빠가 차를 마시니 아마도 저와 다우로 앉게 될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집이 내놓는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