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지산심한

단독주택 知山心閑-평면 얼개를 짜면서 생각해보는 세 가지의 생각

무설자 2020. 10. 28. 13:10
728x90

단독주택 知山心閑-평면 얼개를 짜면서 생각해보는 세 가지의 생각

 

양동마을 관가정 전경-우리나라 단독주택의 원형은 조선시대 반가인 한옥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사랑채와 안채가 나누어져서 손님에 대한 배려와 부부가 쓰는 영역의 구분이 명확해서 집을 쓰는 구성원이 불편하지 않게 되어있다. 방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공간체계의 우위를 따질 수 없으니 집에서 평등한 일상이 보장된다.

 

건축물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도면은 아마 평면도일 것이다. 집을 설계하면서 가장 먼저 스케치하기 시작하는 작업도 평면도이다. 집을 지으려고 하는 목적에 맞는 방의 종류와 개수를 넣어 평면도를 그려보아야 규모에 대한 윤곽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규모의 집이라고 해도 일층, 이층, 삼층으로 층수를 다르게 지으면 평면 구성이 달라져서 주거생활도 달라진다. 단독주택을 일층으로 지으면 모든 실이 땅과 접하게 되어 가장 자연친화적인 집이 될 것이다. 이층집이라면 일층에는 거실 중심의 실이 들어가고 이층에는 침실이 위치하게 되기 쉽다.

 

삼층집은 협소주택이라 부르는 도심에 짓는 단독주택이 될 것이다. 지가地價가 높은 땅이라 마당은 거의 쓰지 못하고 내부 공간 위주로 쓰는 집이어서 발코니나 옥상정원을 외부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여유가 있는 대지여건에서 삼층집을 지어서 산다면 친자연적인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터이다.

 

집은 남들이 밖에서 보는 어떤 집이기보다 그 집을 쓰게 될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는 어떻게 살 수 있는 집이라야 한다. ‘어떻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세 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평면 검토 전의 생각 하나-손님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은 건 아마도 아파트 생활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파트에 살면 왜 단조로운 생활이 될까? 마당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고 여긴다면 아마 있고 없고의 차이로 보는 관념이라고 본다.

 

우리가 아파트에 살기 전에는 좁은 집이었지만 삼대가 한집에서 살았고 여섯 일곱 식구가 살아도 불평이 없었다. 집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는 의례 손님을 청해서 치르는 게 당연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손님이 드나들고 하룻밤 묵어가는 게 예사였다. 손님이 집에 왕래하는 건 가족 이 서로 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본이라 여겼다.

 

부모가 자식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집에 오는 자식의 친구를 살피면 되었었다. 또 자식이 부모의 손님을 접하면서 부모와 다름없는 웃어른을 모실 수 있었다. 이처럼 서로의 집에 손님으로 오고가면서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유대가 형성이 될 수 있었던 게 아파트 생활 이전의 풍습이었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왜 손님이 끊어지게 되었을까? 손님이 오지 않게 된 우리네 일상은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되었을까?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손님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평면 검토 전의 생각 둘-부부

우리네 가정에서 이제 가장이란 말이 무색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부장적이라는 말도 사전에서 고어古語로 분류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부부는 위아래가 없이 수평적인 관계로 정착되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여자의 발언권이 세지는 경향이니 집을 쓰는 분위기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에서 남자의 영역이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여자들에게 맞춰서 공급된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남자는 소파라도 제 자리라며 확보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니 이를 어쩌랴.

 

보통 나이가 들어서 짓는 단독주택에서는 남녀의 영역 구분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선 안방이라고 부르는 부부침실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부부가 한 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시기를 지나면 방을 같이 쓰기는 하되 각자 이불을 쓰게 되는데 기 이후의 단계는 어떻게 될까?

 

최근에 내가 설계해서 지은 건축주를 만나니 부부가 방을 따로 쓰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 내 또래 사람들이 방을 따로 쓴지 제법 되었다고 하는 얘기는 심심찮게 듣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부침실을 안방이라고 부르는데 부부가 방을 따로 쓰면 누가 안방 차지를 하게 될까?

 

부부 사이가 종적縱的 관계에서 횡적橫的관계로 자리를 잡으니 집을 쓰는 영역 구성도 달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안방을 누가 써야 할지 주도권 다툼을 하기 보다는 부부영역의 실 구성에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부부가 한 방을 쓰지는 않더라도 하나의 영역에서 지내야 하지 않겠는가?

 

평면 검토 전의 생각 셋-며느리 사위와 손주

삼대가 한 집에서 살았던 시절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었는지 이제는 보기 드문 가족구성이라 하겠다. 서울 부산으로 떨어져 사는 것도 아닌데도 자식이 부모 문안을 드리는 게 한 달에 한 번도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여자들의 지위가 올라가다보니 며느리보다 딸을 둔 집이 노후가 즐겁다고 한다.

 

자식들이 부모를 잘 찾아오지 않으니 손주가 있어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이 들 시기를 놓치게 된다. 부모 자식과는 다르게 조부모가 손주에게 주는 정은 애틋하기까지 한데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 왜 삼대三代로 한 가정을 이루어서 살던 그 미덕이 이제는 사라지고 만 것일까?

 

며느리 사위 뿐 아니라 부모도 편히 지내기 어렵게 만든 아파트 평면이 삼대가 어우러져 살던 미풍양속을 온데간데없이 만들어 버렸다. 손주가 찾아와도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광고카피를 유행어로 만든 주범이 아파트라고 본다.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게 되면 꼭 며느리도 며칠 편하게 묵어갈 수 있는 집으로 지었으면 좋겠다.

 

 

평면의 얼개를 짜면서 집을 지어 어떻게 살면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집에서 사는 건 부부 두 사람만이 아니라 손님으로 오는 모든 사람들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두 사람의 일상도 평면의 얼개에 따라서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우리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집에 산다. 바깥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가는 게 아니다. 집에서 지내다가 잠깐 밖으로 나간다. 바깥에서 잠시 볼 일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 그곳이 집이다. ’ -이갑수 산문집 '오십의 발견

 

무 설 자

 

 

-DAMDI E.MAGAZINE 연재중 (2020,10 )

다음 편은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는 세 가지의 화두에 답으로 내놓는 평면'로 글을 이어간다.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