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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知山心閑, 터무니로 읽어낸 심한재心閑齋의 집터

무설자 2020. 9. 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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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리 단독주택, 심한재 설계작업기 1

터무니로 읽어낸 심한재心閑齋의 집터

 

터무니없다라고 하면 정당한 이유 없이 얼토당토 않는 것을 일러서 그렇게 쓴다.

터무니는 터에 새겨진 무늬를 말한다.

터무니를 본다는 것은 터가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상황과 주변의 지정학적 요소와 대지의 형태, 고저차 등을 살피는 일이다.

집터가 가지는 요모조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외관 위주로 디자인되어 보기에 좋은 집을 지었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집에서 살게 되는 셈이다.

 

집을 지을 땅, 집터를 구하는 일은 배우자를 찾는 일만큼 어렵다고 한다.

이상형으로 그리는 사람이 아니면 배우자로 삼을 수 없다고 고집하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집도 모든 것이 구족된 집터를 찾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부족해 보이는 점이 좀 있을지라도 크게 흠이 없어 보이면 집터로 선택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터무니를 잘 읽어서 넘치거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면 마음에 드는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터무니를 얼마나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 가운家運이 결정된다고 하면 어떨까?

가운家運이라고 해서 운수대통하고 무병장수할 수 있는 집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집이란 사는 사람이 편안하고, 찾아오는 손님이 내 집처럼 편히 지낼 수 있으면 그만한 사는 식구가 편안하게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터이다.

 

풍수를 대동해서 임의로 지목해서 집터로 정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어서 인연이 닿는 땅을 구입할 수밖에 없기에 그 땅의 터무니를 잘 읽어내는 건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땅의 주변과 형상, 높낮이에 맞혀 좌향을 정하고 방위를 살펴서 집의 얼개를 짜야한다,

 

심한재 집터는 영축산이 주산이 되어 배후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좌우에 있는 언덕이 아늑하게 감싸주고 있다.

동쪽으로 시야가 열리는데 눈길이 머무는 산의 능선이 편안하다.

집터의 큰 그림을 보면 집을 지을 좋은 자리라 여겨진다.

 

영축산을 주산으로 하여 석축을 쌓아 성토해서 집터를 만들었는데 지어서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집을 헐고 지어야 한다. 왜 이 집은 지어서 살지 않고 땅을 파는 것일까? 내 답은 터무니없는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영축산靈鷲山과 지산리芝山里

심한재를 지을 집터가 있는 지산리는 영축산 정상에서 통도사가 포함된 이름난 곳이다.

본래 지산골 또는 지산이라 하였는데, 진시황 때 서불(徐巿)이 불로초를 구하러 동방으로 왔을 때 영지(靈芝)를 구한 지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산리의 자연마을은 1800년경에 형성되었다고 하니 200년이 넘게 사람이 살아왔다.

 

진시황과 연관이 되는 지명과 영축산과 통도사라는 불교성지영역에 포함되고

200년이 더 된 마을에 있는 곳에 터를 잡을 수 있는 건 큰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대통령의 사저가 인근에 들어선다고 하니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길지吉地로 이어가게 되는듯하다.

 

지산리에는 지산마을, 평산마을, 서리마을, 부도곡마을, 통도사마을이 있다.

심한재의 집터는 지산마을의 초입에 낮은 땅을 석축을 쌓아 성토하여 조성한 땅이다.

주변에는 빈터에 집이 다 지어지고 나면 열 가구가량이 이웃해서 살게 될 것이다.

 

지산마을에서 바라다본 영축산

집터의 주변을 살피니

집터는 지산마을 입구에 다다르기 전에 샛길로 빠지자 말자 바로 올려다 보인다.

지산마을 진입로에 접해서 흘러내려오는 개천에 인접해서 6미터 폭으로 막다른도로가 집터에 면해 있다.

집터의 북쪽 끝이 도로와 같은 레벨이 되고 다른 면은 주변에서 3미터 가량 높이 차를 보인다.

 

석축으로 3미터나 높여서 만든 터다보니 정자를 놓으면 사방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겠다.

위에서부터 이어지는 계곡에 접한 땅이라서 골바람도 무시해서는 안 되겠다.

눈높이 정도의 담장을 둘러야 밖에서 올려다보는 시선도 피하고 계곡의 골바람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동쪽이 되는 계곡의 아래로 조망을 할 수 있으니 집의 좌향은 동향이 되고

우측의 낮은 언덕이 남향으로 햇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거실이 배치되겠다.

집에서 영축산 정상이 보이니 거실에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집터의 좌측, 북향쪽으로 보다. 지산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집터의 남쯕을 보다. 유일한 이웃집이 될 터가 보인다.

 

집터를 요모조모 살펴보니

터의 모양은 진입도로로 향해서 정방형에 사다리꼴이 덧붙어있다.

그 사다리꼴이 경사져서 정방형에 이어져있는데 이 자리가 참 애매한 자리이다.

터를 만들어서 새집이 들어서 있는데 이 사다리꼴에 주차구획이 표시되어 있지만 차를 댈 자리가 아니다.

 

좀 고약하게 표현하자면 정방향의 집터가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로 보인다.

이 사다리꼴을 어떤 용도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진입도로와 집 지을 자리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지로 들어오는 동선을 받아들이도록 좌향坐向은 동향이지만 남향의 햇볕이 집 안에 오래 머물도록 해야겠다.

동서북으로 돌출되어 있는 터의 형국은 외부에서 보는 눈길에 노출되어 부담이 간다.

마당이 편안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담장을 둘러 눈길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집터로 쓸 자리는 상단의 정방형이 되어 동향으로 집이 앉혀지게 될 듯하다.

경사진 사다리꼴은 상단의 집터로 들어가는 동선의 깊이를 더할 진입공간으로 처리되어야 하겠다.

도로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은 담장에 그쳐서 지붕만 볼 수 있어서 집 안이 편안할 것이다.

 

 

집 안에서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높은 터가 가지는 특혜와 함께 마당에서는 담장을 두른 위요圍繞공간의 편안함을 누리면 이만한 집이 또 있을까?

도로에서 들어오는 진입공간은 집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면 되겠다.

영축산 정상은 가끔 올려다보게 되겠지만 세상을 늘 내려다보며 사는 집, 심한재이다.

 

 

무 설 자

 

-DAMDI E.MAGAZINE 연재중 (2020,08 )

다음 편은 '터에 집을 앉히다-배치'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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