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잊혀진 베스트셀러-창태차창 01 이창호 정精품

무설자 2018. 8. 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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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808

잊혀진 베스트셀러, 세월은 차향에 담겨

창태차창 '01 易昌號 精品



여름은 원래 더워야 제맛이라 하지만 올해 더위면 버티기가 쉽지 않다.

에어컨 아래에 콕 박혀서 호흡조절만 하고 시간을 보낸다.

밖에서 일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매일 맞이하는 아침이 얼마나 무서울까?





발이 있는 동물이야 그늘로 피하고 물을 찾아 더위로부터 도망간다지만 식물은 무방비로 당해야 한다.

오히려 이 폭염에도 꽃을 피우는 여름식물은 더위를 받아들여 아름다운 시선을 이끈다.

에피소드인커피의 정원에서 꽃을 피우는 부레옥잠과 문주란은 어느해보다 더 화사하고 어느 연못에 핀 천파연은 황홀하다.


에어컨 바람을 쐴 수밖에 없지만 차가워진 몸을 데우려고 차를 마신다.

2001년 산 창태차창 이창호 정품이다.

이창호 시리즈는 한때 인기를 구가했던 창태차창의 브랜드인데 이제는 잊혀지고 만 차이다.



2001년산이면 생산된지18년에 접어들고 있으니 노차반열에 올려도 되는 차이다.

易昌號 브랜드는 極品, 珍品, 精品, 正品의 순서대로 품질 차이를 표시한다.

이창호 시리즈는 2000년 후반에는 맹해차창의 대익패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했는데 이제는 잊혀지다시피 되어 버렸다. 



생차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시절에 다우가 맛보라며 100g 가량 이 차를 보내왔었다.

그 당시에는 제대로 마시지도 않고 한지에 잘 싸서 보관하다보니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노차가 되었다.

이제는 소장하고 있는 차를 뒤져 맛있는 생차를 찾아 헤매고 있다 ㅎㅎㅎ



100g 밖에 없는 차라서 조심스레 2.5g을 저울에 달아 덜어내고, 이 차를 우릴 작은 차호를 준비했다.

대만에 있는 찻집 기고당에서는 1g으로 차를 우린다지만 그만큼으로는 향미를 맛볼 수 없을 것 같다. ㅎㅎㅎ

집에는 더 작은 차호가 있는데 사무실에서는 얘가 젤 작은 크기로 80cc 정도 되려나?


보이차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20년만 넘어도 노차로 대접을 받는다.

중차패 포장이 아닌 차창별 고유 브랜드가 포기된 차는 2000년대 들어 나오기 시작했다.

중차패 포장지의 90년대 차는 손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만족할 수 있는 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의 브랜드 차의 인기가 한해가 다르게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효리네 민박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던지 갑자기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럴 때 차 관련 업계가 차소비를 촉진하는 홍보를 해준다면 좋을텐데... 




80cc 용량의 차호에 넣은 2.5g의 차, 창태차창 2001년 이무칠자병차 이창호 精品의 향미는 어떨까?

보통 차를 우릴 때 넣는 양이 4g 이상인데 2.5g이라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우렸다.

제가 소장했던 기간만 해도 십년이 넘어서인지 완전 건창보관이다.



18년 째 드는 생차, 이제 갈변의 시기에 접어드니 탕색이 맛있게 나온다.

차를 마시니 입안에 담기며 편안한 향미가 별로 따질 게 없다는듯이 넘어간다.

쓴맛도, 단맛도 이 차가 어떻다는 두드러진 특징은 별로 다가오는 게 없다.


쓴맛, 단맛, 떫은맛이 뒤로 다 숨어버린 시기의 보이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향미는 오직 보이차를 마시며 즐길 수 있다.

향미가 숨어있다는 것과 이런저런 향미가 없다는 건 엄연하게 다르다.


그렇기에 드러나는 맛을 다 숨긴 이 때를 넘긴 다음 시기의 차맛이 궁금하다.



무 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