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2015 고수숙병 대호새大戶賽 시음기

무설자 2017. 11. 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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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맹고 대부채차창 2015 고수숙병 대호새大戶賽 시음기

-차원이 다른 숙차? 고수차로 만든 숙차의 격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의식은 좀 별난 편이다.

강호의 고수가 있고 가르침을 내리듯이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또 노차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보이차를 마신 이력에 의해 신분이 다르다는 행세를 하기도 한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했던 2006년에는 노차위주로 보이차 정보를 볼 수 있었고 숙차를 마시면 천민 취급을 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노차는 마실 수가 없었고 오래된 보이차는 거의 습창차였다.

보이차 구매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서 어떤 차를 마셔야 할지 알 수 없던 시절이었다.


특히 숙차는 이름도, 성도 밝히지 않을만큼 숨어서(?) 마셨으니 참 희한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다연회가 결성이 되어 일찍 보이차를 시작했던 선배님의 도움으로 차를 가려 마실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나의 차 선생님께 노차를 배우고서는 정작 나는 숙차에 홀릭하게 되었다.


숙차,

보이차가 중국의 명차 반열에 들게 되었고,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차가 되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보이차의 성분이나 몸에 미치는 효능에 대해 인증할 수 있는 데이타도 거의 숙차가 대상이라고 한다.

이제는 보이차의 범위를 생차까지 포함 되었지만 원래는 생차는 녹차로 분류되었고 숙차만 해당되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차를 제다하는 환경이 너무 비위생적이어서 과연 마셔도 되는지 고민할 정도였었다.

병차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건 기본, 비닐끈이나 머리카락이 나오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2010년이 지나면서 고수차가 보이차 시장의 대표주자가 되면서 이 모든 상황이 급변되었다.


2008년에 병차로 5만원대였던 빙도차가 지금은 200만원대로 고수차의 평가가 달라졌다.

시쌍반나 지역은 노반장차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고 임창지역은 빙도차가 그 역할을 맡았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고수차 시장은 해마다 상종가를 갱신하고 있다.


대익차가 맹주로 군림하던 보이차 시장, 생차는 7542, 숙차는 7572가 표준이자 기준이었다.

고수차가 기존 보이차 판을 다른 획을 그어내면서 중국 대륙의 수요와 투자를 끌어냈다.

해마다 봄차가 나오는 시즌이 되면 차산지마다 현금박스를 실은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고수차의 시장 진입으로 보이차는 싼차라는 인식이 깨뜨려지고 있다.

모든 차의 고향이 운남성이며 대엽종 고수차의 독특한 향미와 유통기간이 없는 후발효차의 강점이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수차로 숙차를 만든다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얘기했던 인식도 상식으로 바뀌면서 고급 보이차의 시장에 숙차도 진입하고 있다.


고수차로 만든 숙차는 과연 기존의 숙차와 어떻게 다를까?

대익의 대표숙차인 7572를 능가하는 향미로 고수차를 모차로 쓴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고수 숙차라면 차값이 일반 숙차에 비해 차이가 있을텐데 값을 더 치르고 마실 필요가 있을까?



요즘 고수차로 모료로 만든 숙차가 나오고 있다.

차값이 대익 7572보다 비싼 데도 불구하고 소비층이 넓어지고 있어 보인다.

최근에 마시게 된 고수숙차를 소개하려고 한다.

 



차의 이름은 대호새大戶賽이며 포장지에 고수숙차라고 썼다.

차창은 맹고대부채차업인데 생소하다.

포장지의 디자인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전통차가 아닌 지금의 차라는 이미지에 부합한다. 





대호새는 인근의 소호새와 석귀와 함께 임창지역의 고수차 산지로 알려져 있다.

임창지역의 고수차의 대표주자는 빙도이지만 석귀도 그 명성이 알려지면서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대호새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석귀나 빙도만큼 그 향미가 뛰어난 차산지라고 한다.




차의 병면은 이보다 더 맛있을 수는 없다는듯이 예술적으로 긴압이 되었다.

석모를 쓰든 기계로 긴압을 하든 보이차칼을 병을 찌르면 솔솔 풀려 나오면 좋다.

철병처럼 너무 강하게 긴압이 되어 있으면 떼어내기도 어렵지만 우려내는 차맛도 균일하게 내기 어렵다.

 


칼을 대니 살살 풀어져 나온다.

차엽에 코를 대니 살짝 숙향이 올라오지만 이 정도는 숙차가 주는 애교가 아닐까?

홍어를 먹으면서 특유의 삭은향만 없으면 먹을텐데라고 하는 사람은 없겠죠. ㅎㅎㅎ



숙차도 농향형이 있고 청향형이 있는데 농향형은 중발효, 청향형은 경발효를 이른다.

중발효 숙차의 숙향을 싫어하면 경발효 숙차를 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적당한 숙향이 주는 풍미가 있어야만 숙차를 마시는 맛을 즐길 수 있어서 무조건 중발효숙차다.



고수 숙차 대호새의 탕색이다.

이보다 더 맛있어 보이는 탕색이 있을까?

검은빛이 깔리지 않았다는 건 발효가 예술적으로 되었다는 거다.


입에 머금으니 툭툭한 무게감이 고수차와 숙차의 공통분모로 어우러져 좋~~~다.

그리고 부드러운 숙차의 풍미에 한수를 더하는 쌉스레한 회감이다.

잘 발효된 숙차는 잘 보관된 노차처럼 내포성이 균일하게 차맛을 즐기게 해 준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숙차도 이왕이면 고수숙차로 마실 것이다.

나를 위해서 마시는 차, 수십 편을 번갈아가며 마시는 보이차를 싸고 좋은 차를 고를 필요가 있을까?

이제 숙차도 통으로 구입하기보다 가격을 좀 치르고 편으로 구입해서 찰진 향미를 즐길 차로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




보이차의 엽저,

차를 마시고 난 뒤 물에 적셔진 찻잎의 상태를 살핀다.

혹자는 엽저로 보이차의 상태를 평가한다는 건 무모한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엽저가 차의 과거와 현재를 살필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럼 엽저가 어떠해야 괜찮은 차로 판단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아주 간단하다.

생차가 오래된 노차이든 숙차이든 엽저는 보들보들하고 갈색이어야 한다.


만약 새까맣게 탄화된 상태이거나 잎을 만져서 거친 상태라면 정상적인 차로 보기 어렵다.

숙차는 제다과정에서 과발효가 되어 버렸거나 보관과정에서 습의 피해를 입게 되면 탄화되어 버린다.

생차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나친 습의 영향을 받게 되면 곰팡이 피해를 받는다.


이 차는 엽저에서도 나의 시험을 통과한다.

보들보들하고 갈색이어야 한다는 기준에 맞는 엽저를 볼 수 있습니다.

포장지 디자인에서 엽저까지 내가 선택할 차로 빠지는 것이 없어서 가격만 괜찮기를 바랄 뿐이다. ㅎㅎㅎ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