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07 맹고차창 교목왕 시음기- 생차 진기 11년의 향미

무설자 2017. 10.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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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710

'07 맹고차창 교목왕 시음기

-생차 진기 11년의 향미



금요일이지만 평일 오후 세시인데 집에 있다.

아내는 주방에서 늦은 점심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평일, 오후 세시의 늦은 점심은 3주 째 계속 되고 있다.



골절 사고로 수술 후 뼈가 아무는 8주간 오후 두시까지만 근무를 하고 조퇴해서 늦은 점심을 먹기 때문이다.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는 일이층, 사무실은 4층에 있어서 출퇴근 시간을 맞춰서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부부가 하루종일 함께 있다시피 하는 것을 염려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한 마음이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늦은 점심을 대구탕과 굴깍두기로 맛있게 먹고 나서 아내와 차 한 잔 나누니 어둠이 깔린다.

시월도 막바지로 가는 가을날, 어둠 저편의 하늘색은 곱기만 하다.

극락이 따로 있다 하지만 아내가 지어준 맛있는 밥으로 배 부르니 이 시간만은 따로 찾을 게 없다.


조퇴를 해서 퇴근 시간이 지나니 금요일이 느긋하게 다가온다.

제 사무실의 대표라고 해도 조퇴를 해서 집에 있는 마음은 편할 수가 없다.

일 하지 않으면, 일 하지 못하면...먹고 살 수 없으니까. ㅋ~


그래도 금요일 6시 이후는 누가 뭐라고 해도 휴무의 시간이다.

그래서 맘 편히 먹고 차를 골라서 마셔 보기로 한다.

그렇게 고른 차는 맹고차창의 2007년산 교목왕인데 10년을 넘어 11년차에 들어가니 어떨까 궁금하다. 



맹고차창의 보이차는 맹고지역의 순수대엽종 교목 고차수를 원료로 합니다.

회사의 정식명칭은 운남쌍강맹고차엽유한책임공사이고, 云南双江勐库茶叶有限责任公司] 1993년 '맹고차엽분제창'으로 시작해서 1999년 국유기업 '쌍강현차창'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춥니다.

연 생산량 5000천톤의 많은 양의 우수제품을 생산하는 규모있는 보이차창으로 06년 업체 최초로 무공해 식품자격인 QS인증을 받은 대형차창입니다.

앞면에 "농업부 차엽품질관리부에서 검사를 마친 무공해보이차"라고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잔류농약 걱정 없는 안전한 식품입니다.

-다음 블로그 ; 차와 사랑에 빠지다에서 발췌





2008년에 차를 구입해서 보관 중인데 병면에 윤기가 반지르르하니 상태가 좋아 보인다.

십년이 넘는 세월을 드러내는 갈변되어가는 병면의 색깔을 보니 흐뭇하기까지 하다.

교목왕은 맹고차창을 대표하는 차 중 하나인데 500g 단위의 포장이나 교목'왕'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분위기이다. 

생차를 소장해서 마시는 즐거움은 숙차를 즐겨 마시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고수차의 산지는 크게 남쪽의 시상반나 구역과 가운데 사모 구역, 북쪽의 임창 구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시상반나 구역의 대표 주자는 노반장이고 임창 구역은 빙도라고 하는데 대세의 균형이 노반장에서 빙도로 차츰 기울어지는듯 하다.

고수차, 순료차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고차수가 더 많은 임창 구역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빙도에 비해서 노반장에 점수를 더 주는 편이지만 나는 빙도를 더 선호한다.

나는 쓴맛에 민갑한 편이라서 쓴맛이 더 자극적인 노반장보다 단맛과 조화롭게 쌉스레한 빙도가 더 좋다.

맹고차창 팬이 되게 만든 '03 맹고청병이 빙도차의 맛과 닿아 있었다.  



아직 신차의 달콤한 향미가 가시지 않으면서 단맛에다 쌉사름한 苦味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원하게 다가온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제맛도 보여주고 대엽종의 묵직한 맛에 회감도 괜찮아서 이 정도면 딱 좋다라는 느낌이 든다.

뚜렷한 특성을 가진 특정 산지의 순료 고수차가 아니라면 맹고 교목왕보다 더 맛있는 차를 바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차를 마시고 나면 습관처럼 엽저를 본다.

'07년 교목왕, 십년이 넘어가는 생차라면 이제 갈변이 시작될 시점이다.

탕색에 붉은빛이 도는만큼 엽저에는 갈색이 돌기 시작한다.


교목왕이 20년 나이를 먹게 되면 낸 나이는 얼마냐?

꼭 20년이 지나 노차가 아니라 지금 맛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교목왕이 고수차가 아니지만 이보다 맛있는 차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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