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2014노진우 포랑산 고수차-춘추 시음기

무설자 2017. 5. 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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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014노진우老珍友 포랑산 고수차-춘추春秋

-고수차의 봄과 가을을 담아 마시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넘어야 할 언덕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넓은 바다와 같고 깊은 산골짜기 처럼 끝이 어딘지 모를 보이차의 세계는 막막합니다.

넓다는 건 종류가 너무 많다는 점, 깊다는 건 세월을 담아서 좋은 차가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첫 번째 언덕은 노차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이겠지요.

그 다음은 숙차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하면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은 묵혀서 마시지 않아도 맛있는 순료 고수차를 찾는 것이라고 봅니다.


노차와 숙차에 대한 제 견해도 한번 정리해보고 싶지만 이번 글은 고수차에 대해 얘기를 좀 해 볼까요?

보이차를 대별할 때 생차와 숙차, 신차와 노차, 대지차와 고수차 등으로 나눕니다.

물론 대지차와 고수차 사이에는 생태차도 있고, 야방차, 야생차도 있어서 가치를 쳐 나가면 끝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라고 하면 잎을 따는 차나무가 100년 이상되어야 합니다.

보통은 나무의 나이가 올라갈수록 더 좋은 차로 쳐주는데 너무 노수가 되어도 차맛에 좋은 영향을 주지못한다고 합니다.

또한 특정 산지, 노반장이나 빙도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최근에는 석귀차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고수차, 고수차 하지만 정말 고차수 순료 모차로 만든 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고수차에 익숙하지 않는 분들은 왜 몇 배 혹은 몇십 배의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고수차를 구입하는 이유를 녹차처럼 바로 마시기 위해서라는데 손을 듭니다.


고수차에 입문을 하게 되면 중요 산지별 향미의 차이를 파악하고 내가 좋아하는 차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저는 쓴맛에 너무 민감해서 노반장보다는 빙도를 더 좋아하지만 노반장은 또 그나름의 향미를 즐깁니다.

고수차만의 특별한 차향을 즐길라치면 철관음 등의 청차류에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오늘 시음기의 주인공인 노진우-포랑산 춘추는 또 다른 차에 없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춘추春秋라는 이름처럼 이 차는 모차를 봄차와 가을차를 병배를 해서 찍었답니다.

이 차는 주문자 상표방식(OEM)으로 만들어졌는데 오랜 진정한 벗처럼 가까이 두고 마시자는 뜻으로 노진우老珍友라고 지었답니다.

   


이 차는 진주에서 작은 다원-진다랑珍茶廊을 운영하는 제 다우가 OEM으로 만들었습니다.

모차를 여러 종류 받아서 시음 후에 선정을 해서 봄차와 가을차를 병배해서 노진우 춘추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포랑산 고수차를 모차로 썼으며 봄차의 풍부하고 깊은 맛과 가을차의 화려한 향을 함께 담았답니다. 



2014년에 긴압한 차, 병면에 차기름이 반질반질 때깔이 좋아 보입니다.

긴압 상태는 차칼을 대면 술술 풀릴 정도라서 차를 마실 때 온전한 찻잎을 쓸 수 있습니다.

껑이 보이는 찻잎은 가을차, 다양한 모습이 고차수 찻잎임을 말해 줍니다.





차를 우려서 마셔봅니다.

대엽종은 쓰고 떫다는 얘기는 이 차와 상관이 없습니다.

봄찻잎의 농밀한 물질감이 입안에 가득 담기고 가을찻잎의 차향이 목구멍과 입안에서 코로 다가옵니다.


봄차와 가을차를 병배한 다우의 의도대로 맛과 향이 제대로 다가오는듯 합니다.

사실 병배란 각기 다른 종류를 섞어서 장점을 극대화시키자는 전략이지만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됩니다.

값 비싼 고수차의 봄차와 가을차를 섞어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만들고 맛과 향도 함께 살린다는 전략이지요.


고수차와의 만남을 합리적으로 가능하게 한 진다랑 다우의 전략은 제대로 주효한 것 같습니다.

노반장, 빙도라는 이름표를 달고 우리를 실망시키는 차보다 제 이름을 걸고 만든 노진우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물론...제 다우라는 편견이 좀 담긴 느낌인 건 사실입니다 ㅎㅎㅎ 



합리적인 가격대에 믿을 수 있는 고수 순료로 고수차를 마실 수 있게 해 주는 대평보이도 있어서 좋습니다.

'노진우 춘추'는 봄의 차맛과 가을의 차향을 절묘하게 담아낸 고수차를 마실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환상이 아닌 노차를 마실 수 있는 것도, 풍미 가득한 맛있는 숙차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인연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맛있는 고수차를 마실 수 있다면 보이차 고유의 향을 즐기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노차는 외식하듯 마시고, 숙차는 밥 먹듯이 마시고, 고수차는 맛있는 간식을 즐기듯 마셔야 한다고 여깁니다.

노진우 춘추, 매일 마시는 맛있는 간식 같은 보이차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