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07, '08 숙차 샘플을 마시면서
차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이런저런 인연으로 샘플차가 쌓이게 됩니다.
다우들과의 교분을 통해 샘플로 보내오는 차들이 대부분입니다.
몇 종류를 받아놓고 다 시음하지 못해 때를 놓친 차들이지요.
휴일을 집에서 보내며 마셔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차를 살펴보니 07, 08년도 차들이 많았습니다.
10년 가까이 되는 숙차라서 숙향이 빠져 맛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서재가 이제는 차실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책이 가득 꽂혀 있었는데 다구와 차들이 책을 밀어내어 버렸죠.
다판을 차기정 장인의 옻칠목다선으로 바꿔서 쓰니 자리도 적게 차지하니 좋습니다.
샘플차들이 제법 종류가 많습니다.
이름도, 차창도 다양하지만 마셔보니 10년의 세월이 거의 다 좋은 차로 변하게 했습니다.
신차를 구입해서 보관해 두고 세월을 보내면 남부럽지 않은 차를 소장하게 되는 거지요.
서재에서 차를 우려 거실로 나와서 TV를 보며 마셔 봅니다.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맛을 봅니다.
아내는 보이차를 즐겨하지 않아서 매화차를 우려 주고 혼자 마셔봅니다.
숙차는 3~5년이면 숙향이 거의 빠져 거북한 맛이 다 빠지는데 10년이 지나니 독특한 향미를 냅니다.
차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여주지만 기분 좋은 고미가 뚜렷해지면서 깊은 단맛을 내어줍니다.
텁텁하거나 거북한 향미가 깊어진 고미와 독특한 향기로 바뀌니 숙차의 진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샘플차를 마시면서 숙차의 평범한 위치가 세월을 통해 무시할 수 없는 좋은 차로 바뀌었음을 알게 됩니다.
10년 진기를 가진 숙차,
소장하고 있는 10년 진기의 숙차라면 더 좋은 차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호급차, 인급차도 보관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면 10년 진기의 숙차보다 낫다고 장담할 수 없겠지요?
숙차...깔보지 않는다면 더 좋은 차를 찾지 않아도 차생활이 즐거울 수 있겠습니다. ㅎㅎㅎ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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