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그대의 차

무설자 2017. 6. 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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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74

'그대의 차' 한 잔을 마시니

 


 

하루에 차를 몇 리터나 마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출근하면 물 끓이는 포트에 스위치부터 넣고 거의 하루종일 입에 차를 달고 살기 때문입니다

녹차로 시작해서 반발효차, 홍차에 보이차까지 종류별로 차를 마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맛을 제대로 음미하면서 마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시기에 불편한 맛만 아니라면 그만이라는 '무조건 마시기'식의 차생활입니다

다회에서, 고수의 차실에서 좋다고 하는 차를 마시기도 하지만 특별한 맛을 알아 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팽주께서 차맛이 어떠냐고 하면 그냥 맛있다고 하면서 좋다고만 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각장애는 아닌데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팽주가 차를 낼 때는 가장 좋은 차를 고를 것이니 차맛을 음미하면서 익히려고 애씁니다.

  

제게 어떤 차를 좋아하냐고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그대의 차'라고 하겠습니다

팽주가 저를 위해서 우려내는 '그 차' 입니다

 

어떤 차가 아니라 그가 가진 차 중에서 저를 위해 준비한 차를 말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차가 주는 분위기를 마신다고 해야할까요?

제 손에 들어온 차는 다 제게는 좋은 차이기에 분위기를 봐서 마십니다

 

그래서 손님이 찾아와도 그 분의 분위기를 살펴서 차를 선정합니다

제게는 제가 가진 차는 다 맛 있으니 그를 위해 차를 준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고수(?)'의 방문은 환영하지 않습니다 ㅎㅎㅎ

 

제가 찾아가는 곳은 어디든 저를 위해 차를 내어 주는 곳입니다

팽주가 저를 위해 우려주는 '그대의 차'이지요

누구나 있는 '그대의 차' 한 잔 하시렵니까?    (2009.7.4.)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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