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청량사에서 온 다정다연

무설자 2017. 8. 1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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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708
청량사에서 온 多情茶緣


봉화 청량산 청량사,
두어 번 다녀왔던 절인데 언제 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 청량사의 새 인연을 담은 선물이 큰 박스로 왔습니다.
발신인은 생면부지라서 궁금해 하며 포장을 열어보니 책 한 권과 새우깡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포장지에 적힌 발신인이 이 책-불면증, 즉각 벗어날 수 있다의 저자입니다.
새우깡을 보낼 사람은 딱 한분, 저의 다우이신 스님입니다.
책을 펼쳐보니 메모지가 들어 있어 제 추측이 맞았습니다.


그 스님다우께서 이 책의 저자에게 저를 소개하시고는 이렇게 인연을 지워 주셨나 봅니다.

책을 보내면서 새우깡도 같이 보내라고 하신 거지요. ㅎㅎㅎ

천진보살 같으신 스님의 위트가 달랑 책 한 권을 받는 것보다 이렇게 웃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스님 다우는 한참 카페 활동을 하시며 보이차에 관심을 가지다가 어느 때부터 종적을 감추셨죠.
물론 저와는 가끔 통화를 주고 받았는데 청량사로 가셨다는 건 몰랐답니다.
새우깡은 제 아내의 유일한 간식인데 그걸 잊지 않고 있으십니다. ㅎㅎㅎ



운무가 피어오르는 선경같은 이 자리가 스님의 찻자리인듯 합니다.
이만한 차실을 가진 분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이 자리라면 어떤 차라도 탓하지 않고, 어떤 사람이라도 말 없는 대화가 오갈 것 같습니다.


운무가 걷어지고 나면 높은 산과 큰 전각들이 차실을 거둬가 버리겠습니다.
세상의 시름은 높고 크거나 많고 번잡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머리를 낮추고 생각을 소박하게 가지면 늘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아마도 스님다우께서는 운무가 드리우는 여명의 시간에 찻자리에 앉을 것입니다.
수행의 부담도 내려 놓고 그냥 차 한 잔으로 그만인 경지에 들겠지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 시간이 주는 충만감이면 그만인 그 자리...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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